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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낭화 꽃잎으로 저고리와 치마를 지어 당신이 입는다면

  •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 입력 2021.04.23 12:51
  • 수정 2021.04.23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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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밭에서 꽃이 피는 건 그냥 피는 건 아니다. 주인의 마음에서 꽃이 이미 꽃이 피어있었지.
금낭화 화단에 한 그루 있다.
주인은 매일 그와 마주칠 것이다. 매일 사랑할 것들이 많다.
그것은 하루를 살아갈 식량인 줄도 모른다. 매일 노래를 듣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노래를 불러 주고 아름다운 문자를 준다. 내가 좋아하는 금낭화가 어느 화단에 보이면 반갑게 나만의 미소를 짓는다.


오늘의 나만의 즐거움은 그리 복잡하지 않다. 오늘의 기다림이 문득 마주칠 때 내 마음이 얼마나 위로가 되는지 모른다.
금낭화 꽃이 나를 찾지 않아도 우연히 발견할 때 오래된 친구를 만난 듯 반갑다. 웬만하면 꽃을 사랑하는 사람은 금낭화를 기른다. 복주머니 모양으로 단순하게 피었다.
줄줄이 달아 모습이 봄밤에도 생각이 난다. 금낭화는 화단에서 귀하게 소중하게 여겨진다. 그러나 이 꽃은 완도의 산야에서 자란 야생화다. 꽃이 화려하게 단순하게 피어, 마치 사람 곁에서 영원히 같이 있는 듯.

 

산에서 오는 꽃들은 단순하지만 우리들 마음을 풍족하게 만든다. 바람이 지나갈 곳과 흰 구름을 채워질 공간과 그곳에서 우리 마음이 쉬어갈 시간을 만든다. 금낭화 꽃을 여성들이 좋아하는 꽃 같지만 사실 남자들이 좋아하는 꽃이다.
금낭화로 저고리와 치마의 색깔로 맞춰봐라. 내가 정말 사랑하는 여인이 되고 만다. 모든 아름다움은 자연에서 비롯된다. 그 절대적인 아름다운 비는 자연에서 나온다. 오늘 만남의 기다림은 생물이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은 내가 절대적으로 조절할 순 없지만 내가 사랑하는 야생화는 내가 마음 주는 대로 받아준다. 봄 하늘 가운데 줄줄이 달아놓은 눈물주머니. 우리는 늘 슬픔을 어디로 흘려보낸다. 금낭화 눈물주머니에게 전한다.
여러 줄로 줄줄이 달아 놓았지만 흰 치마에 분홍색 저고리 한 가지로만 보인다. 반대로 흰 저고리에 치마 색깔이 분홍색도 좋다. 오늘 진실로 행복한 기다림은 금낭화가 혹시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 지금까지 산만큼 죄와 허물이 많이 보인다.

 


그래서 야생화를 유심히 보는 것이다. 너는 어찌 죄를 짓지 않고 살아왔느냐. 너를 가만히 보면서 인생을 가장 가까운 사람과 진실한 대화를 하고 푼 마음이다. 길가에 풀꽃을 보고 한참 기다렸다 가는 이유는 지난 이야기를 용서와 이해하는 까닭이다. 오늘 금낭화를 자세히 보면 단순하게 피었다. 하지만 그에게 마음이 끌리는 이유는 진실이다. 단순하게 피었지만 눈물주머니가 가득하다. 누구를 사랑하더라도 이렇게 금낭화처럼 알기 쉽게 피었음을. 하얀 저고리와 분홍색 치마처럼 언제나 그 자리에서 눈물주머니가 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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