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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관적이고 공정한 수사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1.04.23 12:56
  • 수정 2021.04.23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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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선 스스로 과거의 잘못을 찾아내 진실을 규명하고 이에 대한 진정한 반성을 통해 다시 태어나야 한다.”
2017년 12월 법무부는 검찰 과거사위원회를 발족하면서 과거 사건 규명을 통한 ‘더 나은 미래’를 강조했다. 그런 점에서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이 선정한 ‘윤중천ㆍ김학의 성접대 사건’은 가장 주목 받는 사건으로 꼽혔다.
과거사위는 이후 “검찰의 중대한 봐주기 수사 정황이 확인됐다”고 발표했지만, 결과는 전혀 달랐다. 검찰개혁의 기폭제가 되기는커녕 당사자들이 제기한 소송과 정치적 논란, 그리고 ‘불법 출국금지’와 ‘면담보고서 왜곡’이라는 후유증만 남겼다.


한국일보는 그 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1,249쪽 분량의 ‘윤중천ㆍ김학의 성접대 사건 최종 결과보고서’와 수사의뢰의 근거가 된 ‘윤중천ㆍ박관천 면담보고서’를 입수했다. 과거사위와 진상조사단, 검찰ㆍ경찰ㆍ사건 관계인들을 접촉해 불편한 진실이 담긴 뒷이야기도 들었다. 이를 통해 자극적이고 정치적인 구호에 가려 주목 받지 못한 우리 사회의 민낯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지난 사건을 다시 끄집어낸 이유는 ‘압도적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는데 보탬이 되기 위함이다. 과거사위와 진상조사단이 1년간 파헤치고도 발간하지 못한 백서를 한국일보가 대신 집필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윤중천, 박관천 면담보고서가 내부 단톡방에 공유되었을 때, 보고서 내용은 객관적 사실과 다를 수 있으나, 윤중천 등이 보고서 내용대로 진술하였을 것으로 봤습니다.


윤중천은 재력과 인맥을 과시하면서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그가 한 진술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알 수 없구요.
그래서 저는 여전히 ‘이 검사가 정말 하지도 않은 윤중천의 진술을 보고서에 담았을까?’ 의문을 갖고 있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그 실체가 드러나길 바랍니다.
특히, 면담과정에서 윤중천이 언급한 ‘용돈’의 규모는 ‘수십만 원’이 아니라 ‘수백만 원’으로 볼 수 있고, 그게 여러 번이면 ‘수천만 원’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문답을 '있는 그대로' 정리한 게 아니라 '진술의 취지'를 담는 보고서 형태였기 때문에 허위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윤석열 총장을 언급하며 여러 번 질문하는 과정에서 윤중천이 가볍게 시인했을 수도 있거든요. 이런 '수동적 시인'에 조사자의 '주관적 판단'이 합쳐지면 ‘허위 작성의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를 결론 내기 쉽지 않습니다.
박관천 면담 내용을 보면, 현장에서 박관천의 진술을 들은 조사단원 입장에서는 사실상 시인으로 볼만한 부분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면담과정에서 '문답 상황, 진술 태도 등'도 '정리된 글'만큼은 아니라 하더라도 적잖이 의미가 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한 논의를 확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경찰과 검찰 그리고 최근 이성윤 검사장을 비공개 면담 조사한 공수처도 수사보고서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이런 수사보고서를 작성함에 있어 좀 더 객관적인 절차와 방식을 요구하자는 겁니다.
“허위 면담 보고서 공개로 검찰은 수사의 정당성을 갖게 됐지만 수사 과정에 정치적 논란이 불거지지 않게 유의해야 한다. 검찰은 오직 증거와 법리에 따라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이 사건 실체를 철저히 규명하기 바란다.”


이 공론화가 지금 진행되는 수사의 정당성에 힘을 싣고 있긴 하지만, 저는 검찰 수사가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그리고 정치적 논란에 휘말리지 않게 유의하며 진행되길 바랍니다.
한편, 여기서 놓쳐서 안 되는 것은, 쉽사리 믿기 어려운 진술이 '단독' 보도 형태로 유출이 되었고, '수사의뢰'의 근거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 책임이 가볍다고 할 수는 없지요.
지적과 비판을 받는 사람들만큼은 아니지만 저도 괴롭습니다. 한때 잘 지낸 사람들 그리고 제게 개인적으로 도움을 준 사람들도 있습니다. 둘째 날입니다. 저는 두 언론이 기사를 어떻게 썼는지 모릅니다.  '관점'보다 '사실'이 강조되는 공론화가 필요한 사건으로 봅니다.

 

박준영 법무법인 '새봄' 변호사/시론 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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