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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당신이 그리우면 노란 손수건 펼쳐 길을 만들었을까

  •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 입력 2021.05.21 09:02
  • 수정 2021.05.21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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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 말라고 하면 난 기필코 그 길을 가야겠다. 만나지 말라고 하면 난 오히려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
사람이 얼마나 그리우면 이렇게 스스로 길을 만들어놓았을까. 아니, 사랑이 그리웠겠지. 아주 먼 나라에서 풀씨 따라 온 금계국. 오고 싶지 않았지만, 가지 말았어야 그 길에서 언제나 누구를 기다리는 사람이 되었지. 서로의 얼굴을 비비며 쓸쓸한 인생길을 위로하며 오월의 눈물을 가득 품는다.


그 많은 대지를 놔두고 길 위에서 쓸쓸하게 피웠을까. 그 많은 꽃이 한 몸이 되어 열렬히 마음을 열어 놓았지만 그리운 사랑은 오지 않아 그래서 너무 쓸쓸하다.
풀꽃 씨 끼어서 지구 끝에서 끝으로 온 사람. 누구를 사랑하더라도 외롭지 않은 꽃. 가을에 코스모스 같은 사랑은 아니어도 좋다. 오월의 길 위에서 길고 긴 기다림이 된 사람. 이 꽃은 귀화한 지 오래되지 않았다. 아마 다른 풀씨 따라서 들어와 도로변에 번식하고 있다. 국화과이며 두해살이다. 겨울에도 잎이 죽지 않고 다음 해까지 산다.


꽃잎은 차로 끓여 먹고 씨앗은 약간 매운맛이 가지고 있다. 열을 내리는 성분이 있어 해열에 많은 도움을 준다. 독소를 제거하고 약효가 어느 한쪽 치우치지 않아 누구나 먹어도 좋단다.
금계국있는 시골길에서 걷는 이가 거의 없다. 물론 사람이 없어서 그럴 것도 같지만 예전 같으면 일부러 꽃을 보러 오는 사람이 많았을 터인데. 하지만 이들은 더 많은 꽃잎을 늘어가며 쓸쓸하게 피워댄다. 길 위에서 스스로 꽃길을 만들어 놓아도 보아준 이가 없이 그 먼 길에서 쓸쓸한 기다림이다. 자기만의 사랑을 만들어 그리움이 된 사람. 낮게 초록 물결로 있다가 오월의 얼굴이 된 사람. 멀리 산 능선도 그 끝에서 서 있는 기다림. 언제가 그 능선 위에서 만나게 될 그리움. 언제나 마음 끝에서 끝으로 채워가도 채워지지 않는 기다림. 그래서 그 길을 가고 싶다. 그런 사람이 있기에 오늘도 길을 떠난다. 그렇게 많이 피워도 같은 마음이 되어 한 몸을 이룬다.


먼 발자취에 보이는 오월의 산도 겹겹이 포개진 풍경. 그 능선 따라 내 마음도 흐르고 있고 그중에 가장 희미한 산은 아주 큰 산이 되어 너그러운 중년의 나이.
굽이굽이 돌아가는 길 위에서 잠시 쉬었다가 가라고. 층층이 겹친 산허리도 휘어지면서 하나의 풍경을 만든다. 마음과 마음이 이어져 하나의 만남을 이루어지듯이 그렇게 인생을 수렴하련다. 금계국은 하나같이 피었다. 처음에 자기 의지대로 삶을 만들어 나아갔지만 이렇게 만나고 보니 세상은 내 뜻이 아니었다.


내가 진정 가질 수 있다는 것은 진실한 마음뿐이다. 그것이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 산 위에 먼 풍경도 길 위에 꽃길도 영원할 순 없을 것이고 순간 진솔한 마음만이 그 풍경을 아름답게 볼 수 있다는 것.

 

신복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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