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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트인 완도항! 다시 볼 수 없을까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1.05.29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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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일이다. 도시에서 온 지인들과 함께 바닷가 해변공원에 인접해 있는 커피숍을 찾았다. 도시 촌놈들에게 완도 바다를 보여 줄 요량이었다. “빌딩 속에 갇혀 사는 너희들이 바다 맛을 알아?”라고 속으로 흥얼거리면서...
커피를 주문하고 2층으로 올라가 바닷가가 보이는 창가에 둘러앉았다. “정말 경치 좋다야. 가슴이 확 트이네”라는 감탄사 연발을 은근히 기대했던 필자는 한 지인의 발언에 한참을 안절부절 당황했다.


“화단에 있는 나무에 바다가 다 가려져 아쉽다. 완도는 5분만 걸어도 산이고 숲인데 바닷가에까지 인위적으로 나무를 심어 바다 경치를 가리는 것은 다시 생각해 볼 일”이라는 그의 지적이 지극히 타당했기 때문이다.
완도항 해변공원 조성사업은 2004년 9월부터 2008년 12월까지 총 사업비 60억원을 들여 진행된 사업이다. 총면적 22,000㎡(6,655평) 관리사무소1동, 화장실 2동, 가로공원, 최경주광장, 바닥분수대, 야외음악당, 실개천 등을 설치했다. 하지만 수억 원을 들인 최경주 광장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80억 원이 넘은 국제해조류박람회 주재관을 세워 주민 빈축을 샀다.


애초 이 사업은 완도항 ‘워터프론트(Water Front)’사업으로 완도읍 가용리 음식특화거리에서 제1물양장 공사 구간의 중간 지점인 고금·신지 도선장까지 해변을 따라 이어지는 475m구간에 산책로 등 경관을 살린 조경과 가로등을 설치하는 등 총사업비 29억 원으로 출발했으나 이후 설계 변경 등을 통해 사업비 21억 원이 늘어난 60억짜리 사업으로 변했다.
사업 추진 때, 문제점에 대한 지적이 많았다. 목포 시민단체 한 회원은 당시 김종식 군수가 목포 부시장 시절 목포항에도 비슷한 사업을 추진했는데 실패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했다. 업자도 동일인으로 알고 있다면서 주민 혈세가 낭비되지 않도록 감시해 주길 당부했던 것이다.


일부 주민들도 바닷가에 공원을 조성하여 나무 심는 것을 반대했다. 상가건물주들이 “몇 년 후, 나무가 자라면 바다 경치를 막을 것이다”고 주장했다.
완도군의회에서도 158회 제1차 정례회에서 해변 공원조성 사업이 도시계획을 무시한 예산을 낭비한 사업이라고 지적했다.

2003년 도시계획에 도로가 35m로 설계됐는데 이를 무시하고 그곳에 화단과 시설물을 설치하는 것은 미래를 예측하지 못한 사업으로 전면 제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앞으로 늘어날 교통량을 보면 완도의 미래를 내다보고 추진한 사업은 아니라고 했다.
본지에서는 당시 워터프론트 사업에 대한 전문가 의견, 주민, 상가주민 여론, 군의회에서까지 잘못된 사업이라고 지적한 부분을 여과 없이 보도했지만, 군행정과 군수는 불만 세력으로 간주해 주민갈등을 키웠다. 군행정과 김 군수의 의지대로 추진한 해변공원 조성사업은 완공되었고, 지금에 이르렀다. 시간은 훌쩍 지나 2021년이 됐고, 해변공원 조성사업은 17년 전 일로 과거사가 됐다.


하지만 관광객의 시각은 바닷가에 공원을 조성해 심은 나무가 바다 경치를 가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해마다 나무와 공원을 관리하는 비용이 1억 9천만 원씩이나 들고 있다.
날마다 바다를 보고 사는 완도사람들은 나무가 바다를 가리고 있어 답답하다는 사실과 불편함을 잘 모르고 산다. 예를 들어 바닷가에 집을 짓고 사는 사람이 나무를 심어 바다를 가리는 것은 바다 경치보다 방품림이 우선이다. 강한 바닷바람과 태풍을 견디기 위해서다.


하지만 도시 사람들은 확 트인 바다 때문에 바닷가에 집을 짓는데 굳이 나무를 심어 가릴 이유가 뭐냐고 반문한다. 처한 여건과 환경에 따라 시각이 전혀 다르게 나타난다.
하지만 관광객을 겨냥한 사업이라면 관광객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맞다.  한두 사람 머리에서 나온 깜짝 아이디어로 수십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 사업을 따지거나 묻지도 않고 추진해서도 안 될 일이다.
바다를 보러 온 관광객들은 확 트인 바다 경치 때문에 먼 거리를 마다하고 여기까지 달려온다. 결코 인공으로 조성된 나무를 보러 완도에 오지 않을 것이다. “나무에 바다가 다 가려져 아쉽다”는 지인의 말은 필자와 같이한 시간 내내 뼈아픈 지적으로 맴돌았다. 너무 멀리서 우리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는 반성과 함께.

 

김정호/본보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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