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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내려와 수행자의 고결함으로 꽃 피운 너를...

  •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 입력 2021.06.18 08:42
  • 수정 2021.06.18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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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선 늘 비우는 일만 한다. 주홍빛 하늘말나리 꽃은 아침 일찍 산등성에서 개울로 내려와 머리를 감고 빗으로 곱게 단장하고 기도로 하루를 시작한다.
이 꽃이 있는 풍경은 넓은 숲속이다. 가슴은 늘 뜨겁게 그러면서 늘 마음을 비우는 일은 한 송이 꽃으로 피어나지만 그 공간은 수 천 송이가 피어있는 듯하다. 반면 오리방풀 꽃은 아주 작다.


푸른 별빛이 덤불 위에 내려앉아 푸른 별빛으로 다시 핀다. 산에 꽃들은 늘 하늘을 보는 데에는 내 안에 있는 그 무엇인가 보기 위함이다.
한 점의 꽃으로 피었지만 그 안에서도 사랑이 있고 믿음이 있어. 멀리 있으면 너무 멀리 있지 않게 가깝게 있으면 너무 가깝게 있지 않게 그게 산에서 꽃피는 마음이다.
사람들 사는 곳에선 겹겹이 피워 자세히 보지도 못해. 남이 알지 못한 내 안에서 있는 것들을 평생 혼자 만들어가야 해. 아무리 설명해도 이해를 하지 못해. 오리방풀은 그리 쉽게 오지 않아.


세월이 가고 상처를 받고 눈물도 많이 흘러야 그것이 오롯이 꽃으로 내 앞에 섰지. 꽃과 잎의 크기는 상당한 차이가 나. 오리방풀은 허리가 연약해서 비바람에 수없이 쓰러진다.
잎도 상처투성이다. 그러나 산에 피는 꽃은 상처하나 없는 듯이 핀다. 내 앞에 만남이 결코 우연이 아니었으리라.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그 많은 상처 속에서 꽃으로 다가올까. 오리방풀은 여러해살이풀이다. 7~10월에 꽃이 피고 꽃대 끝에서부터 피기 시작하여 계속 가지 밑으로 내려가면서 핀다. 꽃은 연한 자주색이다. 익으면 껍질이 벌어져서 씨가 퍼지면서 번식한다. 꽃받침으로 싸여 있는 분과 야생화다. 산등성에서 깊은 개울로 내려온 순례자들은 더는 내려오지 않고 있다. 거기서 만나는 사람들에 말을 건네지 않는다. 말을 해도 알아듣지 못하는걸. 생은 혼자만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고독한 수행이 아닐 수 없다.


내 안에서 혼자만이 자신의 역사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거의 태반이 보이지 않는 것들을 위해 아름답게 그 역사를 써 나아가야 하였는지도 모른다. 오늘도 파란 하늘을 보고 가장 깨끗한 곳에 피어있는 아름다운 풍경을 본다.


그 속에도 꽃을 보면서 내 안에 뜰에서도 가장 빛나는 보석을 만들게 됨은 오늘 살아갈 힘이고 용기다. 녹색에서 자주색으로 넘어가는 과정이 참으로 힘든 고행길인지도. 비우고 비워야 꽃으로 다시 피는지도. 가지 끝에서부터 피기 시작하여 가지 밑까지 피어있는 모습이 마치 밤하늘의 은하수가 흘러가는 모양이다. 내 안에 가장 빛나는 보석이 되기 위해선 보이지 않는 수행이 필요하다. 산에 꽃들은 수행자가 되고 싶은 이들에게 보이지 않는 세계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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