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얻는 상처보다 훨씬 아름다운 건, 그들의 영혼이다

백신특혜 논란 데스크 칼럼 3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1.07.02 13:13
  • 수정 2021.07.02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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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편집 마감날, 완도군보건의료원의 황승미 과장이 본보 편집국을 방문했다.
황 과장은 백신 특혜 논란과 관련한 보도를 "이제는 그만 멈춰주면 안되겠냐?"였다. 그의 말에 순간 머리 속이 복잡해졌다. "이거, 누군가의 사주를 받았나? 아니면 보건의료원에서 군수 최측근임을 알고 백신을 접종해줬나'"
이유를 묻자, 황 과장은 "후배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이 너무 애처롭다"고 했다. 말은 말이라서 신중한 판단이 필요했고, 이럴 때 판단 기준이 되는 건, 그의 삶이다. 그의 삶이 어떤 궤적을 그리며 살아왔는가? 본보에서 보도한 <군수 측근 백신특혜 논란에 ㆍ ㆍ 주민들 “코로나 안끝나, 정치엔 이용 말라”>의 핵심 또한 그들의 살아 온 삶이나 앞으로 살아 갈 삶이 그대로 투영되고 있는 것인데.


황 과장에게 말하길, 완도신문이 여기서 멈추면 오히려 정치놀음에 이용당할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이번 사안에서 가장 약자인 그들의 명예는 영영 찾을 수 없게 된다. 지금은 두렵고 떨리겠지만 이대로 끝나 버린다면 먼 훗날, 오늘을 떠올릴 때 너무 비참해질 것이다고.
그래서 고독의 몸체는 차갑게 서 있으나 고독의 맥박은 얼마나 뜨겁게 뛰고 있는가를, 스스로는 동정하지 않으되 서로는 말없이 응원하고 있다는 마음을 전했다.


완도신문의 본질은 그 지점에 너무나 견고하게 고정돼 있다는 것이고, 설령 법이라는 진실 속에 완도신문의 정의가 무너질지언정 지난 1년 동안 헌신해 왔던 그들의 노고와 약자를 대변하고자 하는 "당신의 눈물은 우리와 같음"엔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것.
또 기자의 글을 비롯해 모든 문학 활동의 끝이 인류의 사랑과 약자를 위한 마지막 보루로써 그것이 인문정신의 요체인 것이고 철학이며 사랑임으로.


누구나 삶의 시련은 필연적이다. 꽃샘 추위 없는 봄을 본 적이 있는가? 태풍 없는 가을은 또 어떠한가? 아름다운 보석 또한 숱한 고통 속에서 태어난다. 명검은 일천도가 넘는 화염 속에서 달궈지고, 수만 수십 만 번의 망치질과 담금질을 거쳐야 비로소 찬란한 명검의 빛을 가진다는 것. 피하지만 않는다면 지금의 고통이 훨씬 아름답게 만들어 더 큰 공의를 실현할 것이다. 당초 이 사안은 대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문제 제기자에게 어떤 경위에서사과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그 실과장들 판단과 행위가 사안을 키웠으며 문제가 있었다면 잘못을 인정하거나 또는 위법과 부당함을 따지면 되는 사안이었다.


이제 군에서는 의회의 주문에 따라 전남도 지침 공문 과 의료기업체 코로나 조사 현황, 그리고 콜센터 전화 목록이 증명되면 군수 최측근에게 백신 특혜를 줬다는 의혹은 벗어날 것 같고, 공무원들의 예방지침 위반 또한 잔여백신투여자에 대한 질병청 문의와 답변을 받으면 명쾌해 질 것 같다.(정해진 바가 없다면 법적 위법 여부를 따지면 될 것)  그 과정에서 위법이 나타나면 그에 따라 군과 의회가 징계수위를 결정하면 되고, 이 사안이 불거지게 한 개인정보노출(내부고발자였다면 언론이나 상급기관을 통해 부당함을 고발했어야)에 대한 문제도 군이 현명하게 대처하면 될 것이다. 또 특혜 문제를 제기했던 이를 찾아간 실국장과 부서장의 경우엔 사과함으로써 군수 최측근에게 특혜 백신을 줬다는 걸 인정하고 있다고 주장에 대해 군 감사를 통해 사실 여부를 따져 공개해명케 하거나 문책, 곡해된 측면이 있다면 그러한 주장을 펼친 부분에 대해 법적으로 대응하면 될 것 같고, 실추된 자신들의 명예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대응하면 될 것 같다.


인간의 삶에서 굴종이 일어나는 건, 사안의 본질을 피해갈 때다. 굴종을 이겨내는 단 하나의 방법은 본질을 향해 첫 발을 떼는 것이고 첫 발을 뗐다면 이젠 그 길과 하나가 되는 것이며 그 길이 끝나는 건 그 길 자체가 되는 것. 그 끝에 이르는 길이 존재의 가장 아름다운 싸움이고, 그 길에서 얻는 상처보다 훨씬 아름다운 건 우리의 영혼이다.
자, 이제 당신에게 묻겠다. 잔여 백신을 누군가에게 접종하지 않으면 그대로 폐기 된다. 대기자 명단도 없다. 그런데 누군가 맞겠단다. 당신은 폐기할 것인가? 아님 누군가의 생명을 살릴 것인가?


결정의 순간이 왔을 때 최선은 옳은 일을 하는 것이다. 차선은 틀린 일을 하는 것이고 최악은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이다. 후배들을 위해 본보 편집국을 찾아 온 황승미 과장은 옳은 일을 하였고, 특혜 논란에 휩싸인 의료원 공무원들은 옳고 그름을 떠나 충분히 아름다웠다. 설령 그 누군가가 악인일지라도 그 행위가 위법일지라도, 생명을 살리는 일이란 그들이 가장 우선해야하는 일이었으니까.
글은 이 지점에서 멈춰서야 했다.


김형진 본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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