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외로움으로 몽쳐 쪽빛 그리움으로 피어난, 너

  •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 입력 2021.07.03 10:18
  • 수정 2021.07.03 10:22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산에 사는 이들은 좀 부족해서 아름다운 것들이 많다. 산수국도 그렇고 산도라지도 그렇다. 어쩌다가 피어 있는 자리는 한산하다. 그래서 조용하다 못해 그윽하다.
얼굴 하나만 들어냈는데도 그 주위의 풍경이 드러나는 것처럼 평온하다. 잔대 꽃이 하늘로 줄줄이 올리면서도 그 여백은 한없이 넓다. 산에는 홀로 서있는 이들이 많다. 홀로 사는 즐거움을 그들만이 알고 있는 것일까. 마을로 내려왔던 집 도라지는 그렇게 많은 꽃들로 바다를 만들었다. 그러나 외롭기는 매한가지다.


그 옛날 산도라지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산도라지를 지켜보면서 친구를 삼았던 옛사람들도 한둘씩 저세상으로 가버렸으니 세월이 야속하다. 언덕 위에 바람에 피어나고 그 향기는 산길에서 서성인다. 박한 땅에서도 수십 년 살아도 죽지 않고 향기는 오히려 가늘고 길다.
산바람이 멈추면 명상에 젖는 산도라지 꽃. 쪽빛 하늘 보고 누구를 그렇게 그리워하는가. 밤하늘에 은하수는 하늘길을 만들고 쪽빛 청도라지 꽃도 새벽이면 단정이 머리를 빗는다. 마음은 청결하게 또한 간소하게 빈 마음으로 새벽 아침을 맞는다. 홀로 살아가는 이들은 맑은 것들은 채우고 앞으로 후회하지 않기 위해 비운다.

 

비우지 않았기에 후회하는 일이 많아서다. 너무 비옥한 땅에 뿌리를 내리면 빨리 자랄 수 있어도 몇 년도 안 돼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실오라기 한 줄 걸치지 않고서도 몇십 년씩 향기를 품어대는 산도라지. 그 땅은 어떠한가. 산에 사는 꽃들은 강해야 산다. 하루에 몇 번씩 명상하고 바람이 그 뜻을 전하면 살며시 웃는다. 그 강인한 삶 속에 보랏빛 눈물을 쥐고 있음은 그 삶의 전체를 이끌안고 있다.


초롱꽃과 도라지속에 속하는 다년생이다. 일찍부터 식용 및 약용으로 써오던 도라지는 우리 생활과도 매우 친근한 식물이다. 주로 뿌리를 그대로 햇볕에 말린 것을 달여 먹으면 인후통, 치통, 설사, 편도선염, 기관지염 등의 효과가 있다고 한다. 산에서 백도라지가 있기는 있는데 드물다. 백도라지는 쪽빛 도라지보다 꽃잎이 더 활짝 피고 청도라지는 더 꽃잎을 아무는 수준이다. 어쩌다가 피어 조용한 산길을 만든다.


홀로 만난 이들에게 위안을 삼을 수밖에 없다. 그도 외로움으로 몽쳐 쪽빛 꽃이 되었기 때문이다. 산에 꽃들이 그 아름다움이 배가 되는 것도 간소한 옷차림으로 몇 송이만 피었기에. 마음 깊은 곳에선 그리 복잡하지 않다. 그 자체에서 피어나는 얼굴. 산도라지는 많은 공간을 채우지도 않아도 바람이 꽃 이야기를 전해주고 맑은 하늘이 내려와 얼굴을 안아주고 가장 깨끗한 웃음으로 반겨 주는 그리움. 산에 홀로 산다고 그리움이 없는 것이 아니다. 산 넘어 능선들이 겹겹이 나열하고 있듯이 그곳에서도 산도라지 피어 또 먼 산을 바라보고 있지 않겠나.

저작권자 © 완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