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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이꽃말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1.07.17 11:16
  • 수정 2021.07.17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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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치는 그리움 당신에게 바칩니다
어떤 꽃을 좋아 하시는가?
꽃말이 예쁜 꽃이죠!
꽃의 말 찾아 천지사방 다녀도
너만큼 예쁜 꽃은 찾을 수 없다네.
세상에서 제일 예쁜 꽃은 너뿐이지.
 


밋밋한 삶 위 나를 올리면 마음 깊은 곳 어디선가 뜨거움이 들끓고 올라온다.
나는 폭발물 같다. 나는 누구인가? 나를 찾아가는 감당할 수 없는 나라는 존재로 나조차 버거운 내면의 자아를 하나씩 만나 차근차근 열어간다. 나도 모르는 내면의 자아가 당황스럽게 말 걸어오고 마음을 걸어 잠그기도 한다.나를 찾는다는 것은 두려운 혼돈의 연속으로 자아가 깨지고 부서지며 일어서기를 반복하며 성장한다.자신 스스로 자신과 싸워 이겨야한다.약함 속 강함이 깃든 떨림과 울림이 있는 하루살이 삶으로 살아내야 한다.


 연어처럼 시간의 물줄기를 타고 거슬러 올라가면 요동치는 내가 있다. 자다깨다 다시 잠든 꿈결 같은 그 곳에 어린 아이가 곤히 자고 있다.
해가 다리 밑까지 떴는데 이적지 퍼질러 자고 있느냐 자숫물 찌 끄는 엄마의 잔소리는 장대비 퍼붓어대 듯 요란해도 아이 귀속에는 적당히 걸러지는 방음벽이 자동으로 작동한다.
적절히 가는 귀 먹고 넘어 가는 눈칫발은 천성적으로 타고난 삶의 근육질이다. 예민한 사람은 아예 눈치없이 낙천적으로 살며 삶과 타협 할 줄도 안다. 아버지는 날 보고 들꿩같다 하시고 엄마는 날 보고 도둑괭이 같다 하셨다.


들꿩은 자신을 숨길 때 수풀에 머리만 숨기고 궁딩이를 하늘 높이 솟게 하고 꿩꿩 소리쳐 자신의 위치가 들어나 낭패를 당한다 알려주셨다.
엄마는 내가 도둑괭이처럼 먹을 것을 용케도 날름 훔쳐먹는다. 악다귀를 쏟아부셨지만 그또한 들리지 않았다. 가는 귀 먹고 꿀벙어리로 살기로 작정했을 터. 그 시절에는 허기진 뱃고레 채우는 게 취미자 주특기였고 그게 삶의 전부였다.그다지 불편함이 없기에 늘 내키는대로 하고 혼났다.


자유한 영혼으로 행동력이 받쳐줬다.
나라는 존재가 꿈틀대기 시작한 중학교 3학년 늦 가을 그 쯤에 객지에서 내려온 언니들에게 나를 떠맡겼다.아버지는 허수아비고  엄마는 진짜 새엄마임을 마음속에 꾸겨넣었다.엄마가 고등학교 진학을 결단코 반대했을 때 엄마라는 존재를 뼛속까지 박박 지웠는지 모른다.남의 자식 키워봤자 아무런 소용없다.상처 깊은 말을 걸르지 않으셨다.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나를 괴롭혔다. 아버지는 그런 내 마음도 모르고 밤을 마감하는 9시 뉴스를 보며 내게 대통령보기 보다 어렵다.


보고 싶은 마음 표현을 그렇게 하셨다.못들은 척 무시했다.
무능력한 아버지에 대한 내 나름 응징이었고,당신 탓이야. 내 모든 삶은 당신이 날 낳은 탓이야. 사랑하는 넓이 만큼, 믿음의 깊이 만큼, 극단적인 분노가 오롯이 아버지를 향해 폭발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면 눈물이나 날까?
눈물이 나지 않으면 어쩌지?


아버지의 죽음 떠올려 봤지만 그때 만큼은 찔금 거리는 물방울 하나 가슴속에서 마중하지 않았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다. 묵묵히 무심케 사셨던 아버지가 자식들을 찾았다.오빠에게 애들이 "보고 싶다"육성으로 부고장을 남기셨다."얼마 전에 봤잖아요."


오빠의 대답에 "그랬었구나..." '그럼에도 보고싶구나. . .'
마지막 한 말씀을 목구녕에 감추시고 아버지는 머나먼 곳으로 여행을 떠나셨다.
당신 사무치게 보고 싶고 그립습니다.
불러도 대답없는 당신 이름 위에 가슴 깊숙한 곳에서 꽃피운 푸른비 냉이꽃을 내려 놓습니다.

 

이의숙/필수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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