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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동화 속 주인공이 되다니, 정말로 꿈만 같아요”

  • 정지승 기자 p6140311@hanmail.net
  • 입력 2021.07.24 11:36
  • 수정 2021.11.27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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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전복순이예요. 전복을 통째로 먹는 것을 좋아해서 붙여진 이름이지요. 진짜 이름은 고태이고요, 보길도 섬마을에 오손도손 세 식구가 살아요. 아빠 엄마는 전복 양식을 하느라 매일 바다에 나가요. 내가 사는 보길도는 아름다운 섬이에요. 집 앞에는 갯돌해변도 있어요. 내가 다니는 초등학교에는 고산 윤선도의 세연정이 있어요. 정말 아름답지요. 휴일이면 줄곧 예송리 해변에서 아이들과 놀아요. 파도 소리를 듣고 갈매기를 보며 우리는 늘 꿈을 꾸지요.


어느 날은요, 서울에서 동화작가 선생님이 이웃 섬마을에 찾아왔어요. 그 소식을 듣고 엄마와 함께 동화 모임에 나갔는데, 동화작가 선생님이 소안도 이야기를 책으로 낸 거예요. ‘노래를 품은 섬 소안도’라는 동화책이었는데, 그 책을 읽고 소안도에 대해서 자세히 알게 됐어요. 그곳이 ‘항일의 섬’이라는 것도요.


그런데 1년 후, 홍종의 작가님이 전복을 좋아하는 저를 모델로 동화책을 내겠다고 했어요. 볼라벤 태풍피해와 산지 가격폭락으로 절망에 빠져있는 전복 양식어가에 힘을 보태고 싶으셨데요. 그리고 나와 같은 섬마을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 싶으셨나 봐요. 2년 정도의 시간이 지나고 지난 6월 30일 마침내 그 약속이 이루어졌어요. 서울에 있는 유명한 출판사에서 <전복순과 김참치>라는 동화책이 출간됐지요.
보름 전에는요, 제가 주인공이 된 동화책을 출간한 기념으로 출판사 직원들과 동화작가 홍종의 선생님이 여름휴가를 보내려고 보길도에 찾아왔어요. 저를 격려해 주시고 장학금도 전달했지요. 그리고 엄마 아빠가 기른 전복을 사서 지인들께 선물로 보내셨어요. 2박 3일 일정으로 보길도에 온 일행은 다음 날 세연정을 소개해 달라고 내게 부탁해서 잘 안내해 드렸어요.

 

 

내가 동화 속 주인공이 되다니... 정말로 꿈만 같아요. 그런데 친구들이 아무도 믿지 않아서 상심이 컸는데, 작가 선생님이 친구들과 전화 통화해줘서 모두 믿게 됐어요. 너무 기뻤어요. <전복순과 김참치> 동화책이 많이 팔리면 출판사에서 주는 장학금 혜택을 받으면서 대학에 갈 수 있데요. “대학 가는 것은 한 번도 생각지도 않았는데, 이 기회에 다시 생각해야겠다”고 전했더니 모두 기뻐했어요.


오늘은 홍작가님 이야기를 듣고 지역신문사에서 저를 취재하러 왔어요. 그런데 인터뷰 내내 부끄러워서 혼났어요. 평소엔 말이 술술 나오는데, 막상 취재에 응하다 보니 하고 싶은 말이 목구멍에서 나오질 않는 거예요. 참 이상해요. 신문사에서 가을에 또 저를 찾아오시겠데요. 그때는 저에게 세연정을 동행해서 설명해 달라는데요. 그렇게 하기로 약속했어요. 제가 다니는 보길초등학교 바로 옆이 세연정이라서 자신 있게 설명할 수 있거든요. 윤선도의 어부사시사와 오우가도 이미 공부했어요. 이 글을 보시면 독자 여러분도 보길도에 자주 놀러 오세요. 제가 보길도와 세연정을 안내해 드릴게요. 그리고 완도 전복도 많이 찾아 주세요.


글 고태이 학생
정리=정지승 다큐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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