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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진 씨 “아버지의 발걸음을 뒤쫓는 것은 황금을 줍는 일”

약산면 삼대수산의 손자, 농수산대학교 졸업 후 고향에 뿌리 내린 청년 '김호진'

  • 김형진 기자 94332564@hanmail.net
  • 입력 2021.08.13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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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의 신비로운 존재의 물가에서, 태초의 신이 너를 보았듯 새로운 눈망울로 너를 본다.
시공간의 허구를 망각한 채, 내가 너를 사랑한다는 구차스러운 욕망이나 이유를 떨쳐버리고, 오로지 이 우주의 공간 속에서 하나의 별과 또 하나의 별이 우연히 만나는 것처럼, 인연의 신비로움으로. 그 시공간에 비춰진 낯설고 아름다운 너라는 존재를 그렇게 만난다.


너를 만난 이 순간만큼은 한 여인을 만나 사랑하는 순간보다도 더 깊고 깊은 행복, 쓰라린 이별의 아픔까지 더해 이 우주를 뒤덮고도 남을 그리움의 부피와 질량까지 더해서.
그렇게 사랑스러운 한 소년은 꿈을 안고,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존재의 바닷가에서 낯설고 신비스러운 카이로스의 순간을 맞았다.


너의 바다 속으로 몸을 던지고 너의 존재로 말미암아 나는 너의 마지막 바다를 바라 볼 것이다.

 

 

약산 당목리 삼대수산의 김호진 씨.
98년생으로 현재 나이 24살, 약산에서 초중고를 나왔고 한국농수산대학교 수산양식학과를 졸업했다고. 현재는 가업인 해조류 전복 등을 키우면서 군 대체복무 중이라고 했다.


삼대수산,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가업을 잇고 있는 호진 씨는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약산에서 태어나 약산고를 졸업하고 어디 밖으로 나가 보지 않은 토박이 수산양식업자이자 수산사업가인 아버지 김경운 씨의 대를 이어 고향에서 수산부흥을 꿈꾸는 청년.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과 함께 하면서 정말 좋은 품질의 바다상품들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알지 못한다는 것을 안타깝게 여겼다고 했다.


무엇보다 바다와 고향이 좋아 자신이 사랑하는 바다와 고향을 더욱 발전시키고 싶어 대학 전공까지 양식학을 선택했다고. 가장 어려웠던 순간에 대해서는 젊음의 방황기와 같은 자신이 가야할 방향성을 잡지 못했을 때, 대학교를 막 졸업하고 고향으로 내려왔을 때, 그때가 참 많이 막막했단다.
"나는 어떤 길을 가야하는가?"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이 과연 맞는 것인가?"
자기 정체성을 정립해가는 그 순간들이 어려웠는데, 결국엔 아버지와 할아버지를 보고 익혀 온 바다의 삶을 하나의 브랜드로 만들고 싶다고 방향성을 잡았을 때, 가장 기쁨의 순간이 찾아왔다고 했다.


그런 생각은 아버지 김경운 씨 또한 같아서 1차 상품으로만 파는 해조류의 한계를 넘어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킨  ‘곰피미역 짱아찌’를 탄생시키는 걸 지켜보면서 참 많은 생각을 했다고.
여기에 아버지가 추진하고 있는 마을기업에 대한 자신의 생각 또한 전했는데, 호진 씨는 "지역주민이 각종 지역자원을 활용한 수익사업을 통해 공동의 지역문제를 해결하고, 소득 및 일자리를 창출하여 지역공동체 이익을 효과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설립·운영하는 마을단위의 기업이 초고령화 시대에 절실하다"고 했다.


그러며 "지역에 존재하는 유·무형의 자연적·문 화적·역사적 자산, 전체 주민의 생활의 질 향 상을 위해 필요한 사항, 마을기업의 이익뿐 만 아니라 지역사회 전체가 얻게 되는 편익의 총합(지역공동체 이익), 지리적으로 타지역과 구분되는 경계를 가지면서 지역 내부에 상호관계나 정서적 공감대가 형성 되어 갔으면 한다"고.
또 앞으로는 수산물도 품질의 시대, 인증의 시대라는 말에 격하게 공감하면서도 양식의 규모화는 그렇게 좋게 보이지는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해조류는 양식시설을 그대로 이용해 계절에 따라 품목을 가져가면 되는데 바다를 한탕으로만 보니까 해양쓰레기와 무분별한 밀식, 기후변화 등으로 인한 결국은 바다가 황폐화되는 것 같다고. 특히 칠기도가 바라보이는 약산의 바다는 뒷산의 깨끗한 물이 내려와 어느 해역보다도 청정하단다.
그런 점을 들어 많은 양을 생산하기보단 상품의 질적 우위를 통해 현대인들이 먹기 편한 가공품 개발, 그리고 소비자 직거래를 위한 쇼핑몰 운영이면 생산 가공 판매의 축이 완성되기에 앞으로 이런 기반을 군 정책에서 적극 활용했으면 한다고.


인생에서 가장 고마웠던 사람은 청담수산의 윤정우 대표라고 했다.
"윤정우 형님은 대학 직속선배이자 가장 친한 형님이예요"
"현재 완도 전복거리에서 자연산 전복, 해삼, 소라 등등 좋은 수산물을 유통하고 있는데, 제가 졸업하고 내려온 후 자리를 잡기까지 또 현재까지도 사업을 해가는 와중에 많은 걸 조언해주고 도와준 고마운 분입니다"


또 우리는 젊은 청년 CEO라며 늘 같이 해보자며 좋은 기회들을 찾아 함께 만들어 나가자고 이끌어주는 청담수산 대표이자 존경하는 형이면서 때론 자극을 주는 경쟁자로써 옆에서 도움을 주는 윤정우 대표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남기고 싶다고 했다.


아버지 김경운 씨에 대해 묻자, 호진 씨는 “고향사랑에 대한 짝사랑이 너무 커, 밖으로는 한 눈 팔지 않고 지금까지 묵묵히 약산바다를 품어 온 사나이이다"고 했다.
그러며 아버지는 어촌계장ㆍ이장을 하면서 남들보다 빠른 감각으로 당목마을 삶의 터전인 바다를 친환경 ASC 인증을 하는 등 마을 품격을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킨 연구하는 어업인란다.


아버지의 뒤를 잇는 것이 새로운 길을 가는 것 보다낫냐고 묻자, 호진 씨는 아버지의 발걸음을 뒤쫓는 일은 황금을 줍는 일이란다.


앞으로 포부에 대해 호진 씨는 "수산업으로 나타나는 식품과 화장품 뿐만이 아니라 이제는 소비자들이 완도를 사랑해서 완도를 찾아주는 이들에게 바다를 느끼고 바다를 체험해보게 해주고 싶다"고.
"가까운 친구에게 물어봐도 전복이 뭔지도 잘 모르는 친구들이 있는데, 직접 보고 체험해보고 만들어보는 어촌을 만들어 많은 이들이 아름다운 완도를 알리고 싶다고 했다.


수산업과 관광업이 좋은 시너지 효과를 나타내 많은 사람들에게 완도가 닿기를 바라는 마음이란다.


그를 보니, 마음은 여린데 비해 꿈이 아름다워 그 삶에서 시련이 많을 듯하다.
그러나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그랬듯 의지가 깊어 어떤 시련 또한 부딪혀 이겨낼 것이고, 그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는 곳에서 정직하게 살 것만 같다.
혼자 있는 경우라도 예의 바르게 행동하고 자기 자신에게조차 티끌만큼의 거짓말도 하지 않으며 수많은 시련을 이겨냈을 때 스스로를 다시 평가하는 사람, 진정한 바다사람의 강인한 자신감으로.
수평선 너머 대해를 품고서 흰고래 콧수염을 힘차게 유영하는 호진 씨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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