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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눈물은 우리와 같습니다

상처 주지 않는 서로의 언어 '황소연'

  • 김형진 기자 94332564@hanmail.net
  • 입력 2021.08.13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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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꽃인 하얀 찔레꽃을 보고 있는 듯 했다.
나를 보며 하얗게 미소 짓는 꽃잎은 기쁨의 반쯤을 눈동자의 문장에 묻어두고, 눈물의 반쯤은 붉은심장의 어휘에 감춰둔 듯했다. 단락에 쏟아지는 눈물의 절반은 타인을 감싸 안아주고 있었으며 기쁨의 절반은 타인과 환희를 함께 나누고 있었다.

 

 

생일면사무소 황소연 복지팀장.


이번 호 세대공감에선 "이 사람이면 좋겠다"는 말에, 그와는 친분이 없어 그를 아는 지인에게 미리 기본 인터뷰안을 보내줬다. 초조하게 초안을 기다리다가 편집마감날 아침에 전해오는 말, 그가 새벽녘에 도저히 글을 쓸 수 없다고 전해왔다고. 


짐작하니, 그는 한잠도 이루지 못한 듯하다. 걱정이다. 비상시국이라 업무 또한 바쁠텐데... 주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의 아픔을 들은 바 있었기에 아직은 준비되지 않은 아니, 어쩌면 그 준비는 영원히 안올 것만 같았기에, 기자의 입장에선 십분 이해가 되면서도 편집자로선 나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결정을 내리기가 참으로 난감한 상황.


더구나 본 란은 상처 주지 않는 언어<세대공감>인데, 되레 상처를 안길 수 있어 보였다.
이럴 때 판단은 본보의 편집 철학 중 하나인 <당신의 눈물은 우리와 같습니다>라고 하는 것을 따르는 일.
그를 만난 건, 딱 한 번 있었다.


지난 6월 초, 서을윤 완도군행복복지재단 이사장과 금일 사량도를 찾았을 때, 약산 당목항에 이르러 배를 기다리는데 마침 생일면 어르신들의 백신 접종을 안내하고 있는 황소연 팀장을 우연히 보았다.


수인사도 나누지 못한 채, 서 이사장과 나누는 이야기만 듣다가 전해지는 느낌이란, 참 섬세하고 따스한 사람이구나 싶었다. 서 이사장의 말 "황 팀장은 정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위민행정이 무엇인지를 아는 공무원으로 주민들의 말을 들어보면 우리 황 팀장을 참 많이 신뢰하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든다"고 .

 

주민들에게 믿음을 주는 행정이 바로 위민행정이라고 할 수 있는데, 황 팀장이 위민행정의 정수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스치듯 끝난 인연이 이렇게 되살아났는데, 모 과장의 말 또한 다르지 않았다. 가장 포근하고 따뜻한 공무원,  동료공무원의 입장에선 누구의 말이라도 다 들어주고 어떤 아픔도 보듬어주는 맏언니의 성품이, 지역주민에겐 모든 일을 내 일처럼,  내 가족의 일처럼 처리하려는 열정 가득한 공무원, 본청 계장자리도 마다하고 남은 공직생활을 고향을 위해 마지막 봉사를 하겠다며 떠난 성품의 소유자. 민원인을 "아부지,  엄니"라 부르는 살가움, 직급은 아래지만 선배 공직자로 귀감이 되는 공무원이라고 했다.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진실로 아름다운 사람이란, 자신의 고뇌와 고통을 뜨거운 심장으로 녹여내고 이를 정화시켜 가장 성결한 빛으로 다시 세상에 내보내 누군가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


황 팀장의 모습이 그러했다.
슬픈 독백을 어루만지면서 어떤 날은 끝없이 걷고 또 걸었을 터. 스스로 움직이는 말들을 기다리며 걸어가 마침내 하얀 꽃잎을 만났을 때 그는 담벼락에 숨어 남몰래 흘리는 당신의 눈물이기도 했다.


당신의 등 뒤에서 피어나는 꽃 같은 사람으로 내 앞에 피는 꽃들이 어느 날 갑자기 등 뒤에서 피어나 그 모진 세월을 품어주는 사랑처럼.
그 사랑은 반짝반짝 굽이 돌아가는 강물도 바다도 품어 안는다. 마침내 운명을 사랑하다 마지막 막배를 기다리는 그리움으로.


하얀 꽃. 그 향기는 얼마나 깨끗한지. 눈물나게 쪼그라든 어미의 마음으로 온 대지가 다시 태어나 듯. 그의 사랑이 한없이 깨끗하게 다듬어질 때, 아름다운 꽃씨하나를 날리는 그의 삶을 경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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