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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팍하지 않는 삶을 위해 눈물이 필요한 것이다

  •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 입력 2021.08.20 13:33
  • 수정 2021.08.20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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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모호하지만 자기 갈 길은 구체적이다. 산길에서 점점 물길을 만들고, 물길은 강물로 흘러 인생은 어느덧 공유와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 서로서로 몸을 비비며 안녕이라는 말도 없이 또 떠나야만 한다. 물 위에 검은물잠자리는 날개를 접을 틈도 없어 파란 하늘 위에서 물길을 만든다. 


날개를 접고 연꽃 위에 앉을 땐 9월을 향한 마음뿐이다. 시냇가에 잎이 긴 풀잎들은 가을을 노래하고 싶어 살랑이는 바람에도 몸을 부딪치며 자기만 음계로 목을 튼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지나온 자기 삶도 남과 구별할 수 있는 음계가 있다. 그 음계에 따라 자기의 성향을 발견하게 하고 현재도 미래도 그것을 기본형으로 맞춰 살면 된다. 

 

연꽃 중에서 제일 작은 꽃이 개연꽃이다. 자연에서 자기의 개성과 성품대로 살아간다. 그러면서 생물과 생물, 물질과 생물은 공유하며 자기만의 꽃을 피운다. 개연꽃은 늪과 연못에서 그리고 시냇가에서 자란다. 부엽성 여러해살이풀로 물속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발달했다. 뿌리가 굳고 잎은 뿌리에서 돌려난다. 


물속에 잎은 가늘고 물위에 있는 잎은 넓다. 꽃은 그 많은 잎 사이에서 단 하나만 꽃대를 올려 핀다. 대부분 꽃받침이 초록이지만 이 꽃은 노란 꽃받침이 다섯 개로 되어 있다. 강한 물살을 견디기 위해 가는 줄기가 서로 엉켜있다. 시냇가에 물길은 자기만 길을 만들고 강물은 나름대로 삶이 흐른다. 물 위에 물잠자리도 그 자리에서 맴돌고 있지만 곧 떠날 생각만 차 있을 게다. 물속에 개연꽃은 소낙비에 흠뻑 젖고 싶을 때가 있다. 


마른자리에서 사랑의 물과 물속에 사랑의 물은 별다를 게 있겠나. 어디에서나 눈물이 있는 것이고 저 강물 속에서도 삶이 팍팍하지 않게 눈물이 필요하다고. 그래서 우리는 강물 함께 걷고 싶은 것이다. 연못에서 오롯이 피어 단 하나의 마음만 가졌다. 다른 연꽃과 비교하면 초라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마음과 마음이 연결하면 그것은 곧 아름다운 꽃이 된다. 세상에 단 하나의 꽃. 이미 가진 것이 많다면 현재의 기쁨을 가질 필요가 없게 된다. 


연못 속에 아주 작은 연꽃이 보일 여유가 없다. 생각과 마음이 응고된 상태에서는 현재의 잔잔한 즐거움이 생기질 않는다. 시냇가에서 물풀들이 노래하는 소리를 듣는다. 한낱 스쳐 가는 바람일지라도 그것이 나와 만남이 되었다면 참으로 행복하지 않을 수 없다. 
멀지 않아 아름다운 선율이 켜지는 가을을 기다리는 기쁨도 있다. 서둘러 귀뚜라미 소리와 가을의 정취를 기다리는 마음이 포개지면 이 또한 오늘의 기쁨이 되지 않을까. 아주 잔잔한 물가에서 소낙비에 흠뻑 젖고 싶은 개연꽃, 그것은 가을을 기다리는 나의 마음이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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