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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복은 말린 것, 살아 있는 전복 ‘생복’

[기획 연재] 한반도 해양문화의 중심 완도학(莞島學) 17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1.08.20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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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시황제와 조조가 즐겨먹었다고 하는 전복이 우리나라에서도 아주 파란을 일으켰다. 바로 연산군 때의 일이다. 전라도 남원 출신의 유자광의 연산군에게 전복을 진상하면서 일이 일어났다. 조선시대 엄격한 신분사회에서 노비였던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유자광은 서얼이라는 신분적 한계 때문에 고관대작 사림들로부터 설움을 겪었다.

조선 노예제 신분제도를 활용하여 자기들의 기득권을 지키고 넓히고자 하는 사림의 우두머리였던 김종직의 ‘조의제문’이 연산군의 정통성을 뒤흔들고 왕실을 모욕하고 있다고 보고하여 수많은 사림선비들이 죽임을 당하고 유배형에 처해지게 만든 장본인이 유자광이다. 그리고 1501년 연산군에게 전라도에서 가져온 전복을 진상했다. 이에 사림들이 난리가 났다. 전복으로 조선의 왕권과 사대부가 정면충돌했다. 유자광(柳子光)이 석화(石花)와 생복(生鰒) 따위 물건을 사사로이 바쳐서 임금의 은총을 굳히기를 바라니, 그 간사함이 아주 심합니다. 먼저 자광의 아첨한 죄를 다스려서 간신이 총애를 굳히려는 생각을 징계하소서.


조선 사회 기득권을 향유하고 있던 사림들도 물러날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러면서 항상 그렇듯이 그들의 유교경전인 성리학을 들먹이면서 전복을 먹는 것은 예(禮)가 아니다고 들먹인다.


주 문왕(周文王)이 강태공을 태자의 스승으로 삼았는데, 태자가 전복을 즐겨 먹자 강태공이 주지 않으면서 말하기를 ‘예문(禮文)에, 전복은 제물(祭物)에 오르지 못하는데 어찌 예 아닌 것으로 태자를 기르겠는가. 연산군에 대해 전복을 바쳤다는 것을 ‘간신의 아첨’으로 몰아붙이는 사림들이었다. 이에 유자광은 단호하게 항변한다.
신이 전복을 진상한 죄가 김종직·김일손을 반역자가 아니라고 말한 대간(臺諫)과 어느 쪽의 죄가 더합니까?


연산군은 정확히 당시 사회의 핵심을 읽고 있었다. 흥청망청 세상물정 모르고 날뛰는 임금이 아니라 당시 상황에서 자신의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정확히 꿰뚫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조선 기득권층 양반 사대부 귀족층인 사림(士林)과 타협하거나 굽히지 못하고 결국 반정에 의해 물러났지만 당시 현실을 보는 눈만은 정확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유자광은 이미 만년이 되었으니 석화와 전복을 바침에 반드시 은총을 바라는 생각이 없었을 것이거늘, 그때의 대간이 이와 같이 논간한 것은 반드시 자신은 우족의 자제이고, 자광은 천례(賤隷)에서 기신(起身)하였다 하여 업신여긴 것이다. 왜전복(倭全鰒)이 있다 하니, 사서 바치도록 하라. 이 물건뿐 아니라 모든 특이하게 맛난 것은 널리 구해서 바치라.


결국 왕이 졌다. 조선 신분제 사회의 기득권층이었던 귀족사대부들을 이기지 못하고 사림 앞에 무너졌다. 조선 신분제 귀족사회에서 그들의 기득권에 반하는 것은 왕이라도 허용되지 않았다. 연산군의 폐위된 것이 무엇을 암시하는지 전복은 또 다시 보여준다. 다시 생각되는 것은 ‘전복’은 바다에서가 아니라 참으로 역사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 같다.전복은 중국에서는 제사상이 오르지 못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제사상이 올랐다. 전복(全鰒)은 말린 전복을 말하고 싱싱한 전복은 생복(生鰒)이라 했다. 말린 전복은 여러 가지로 만들어서 이용했다. 


조선왕조실록에 나오는 전복의 명칭에서 포(鮑)와 복(鰒)은 같은 뜻으로 혼용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사용된 전복 명칭들을 나열해 보면, 복(鰒)과 복어(鰒魚), 생전복인 생포(生鮑), 생복(生鰒), 큰 전복의 의미인 원전복(圓全鰒) 혹은 대전복(大全鰒), 연산군이 맛있다고 특정한 왜전복(倭全鰒)이 있다. 소금에 절이고 말리는 가공 상태에 따라서 불려진 전복명으로는 말려진 건전복(乾全鰒), 중간정도 말린 반건전복(半乾全鰒), 염전복(鹽全鰒, 소금에 절인 것), 그리고 건복단인(乾鰒短引), 소금을 넣은 정도에 따라 무염생복(無鹽生鰒), 반염전복(半鹽全鰒) 등으로 구분하였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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