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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찾아오는 기쁨으로 흔들리는 너

  •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 입력 2021.08.27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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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는 누구를 기다리지 않는다. 오는 대로 품어두었다가 가는 대로 그냥 내어준다. 봄여름 지나는 동안 누구를 그리워하지 않는다. 가을에 비로소 그를 품을 수밖에 없는 데에는 너를 두고 다시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봄에 제비꽃 피기를 얼마나 기다렸을까.


삶의 연속은 기다림의 연속일 것이다. 그리움은 이렇게 차곡차곡 채워 달리고 있다. 어느덧 그리움은 내 등 뒤에서 하나둘씩 내려놓아야 한다. 그것이 숙명인 줄도 모르면서 가을이란 꽃잎 앞에 섰다. 코스모스는 나를 절대 기다리지 않았다.
그냥 왔으니 말없이 지나가라고 한다. 그리움이란 순간순간들이 간신히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오늘 너와 순간 마주하면서 알았다. 봄은 간절한 기다림 속에 온다면 가을은 순간 마주침에서 가슴을 찡하게 한다.


미련 없이 두고 떠나는 것이야말로 겹겹이 이어진 가을 산들은 한 덩어리로 밀려온다. 금방 다가올 가을이 해마다 마중하면서도 그 설렘은 또 다르다. 순간 품었다가 내어줄 운명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난생처음 가을에 만난 꽃은 코스모스다.


많은 세월이 흐르고서야 이 꽃의 특성을 알았다. 어쩐지 그때에도 쑥 냄새가 나더니 국화과였구나. 가을의 서막을 알리는 꽃은 쑥부쟁이다. 이 꽃도 국화과다. 무성한 여름은 잎들만 부드럽게 한다. 가을이 접어들면서 잎과 줄기가 하늘로 향하면서 선다. 더 이상 성장하지 않고 굳는다는 뜻이다. 이제 성장을 멈추고 마지막을 힘을 다해 꽃을 피운다. 꽃잎에서 향기로운 냄새를 넘어 쓴 냄새가 난다. 이렇게 아름다운 행위에서 쓴 냄새가 나다니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다. 국화과 꽃들은 점점 낮의 길이가 짧아지면 꽃을 피우는 속도가 빨라진다.


빠르게 지나가는 세월만큼 만나고 싶은 그리움도 깊어지는 것일까. 지독한 그리움은 쓴 냄새로 다시 피어 꽃이 된다. 한적한 가을 하늘 아래 너나 나나 할 것이 없이 높은음자리표만으로 아름다운 선율이 된다. 한적한 곳에서 가을 햇볕을 흠뻑 젖고 있는 코스모스. 아주 부드러운 바람이 와서 왈츠의 춤을 추고 가장 깨끗한 클래식 음악을 부른다.


추위 속에서 봄에 대한 기쁨은 간절한 기다림이 없이는 그 기쁨을 모른다. 여름에서 가을의 기다림은 문득 찾아오는 기쁨이다. 계절과 계절의 만남은 외연에서 오지 않는다. 가을의 국화과 꽃들은 모양새에서 오지 않는다. 심연에서 피어나오는 쓰디쓴 향기는 어떤 어려움도 흔들림이 없는 가을의 꽃들은 그렇게 다들 피고 있다.


우리들 만남은 흔들리며 넘어지기 십상이다. 너무 외적인 요인만 치중하기 때문이다. 진정 주인이 없는 세상은 자기의 삶이 아니다. 이해와 용서 그리고 부드러움은 자연에서 자란 꽃을 보면 안다. 보잘것없는 야생화에게 귀를 기울이는 데에 그 꽃에 대한 배려심이다. 더 깊이 상상하게 되고 더 높이 이상을 꿈 꾼 가을 코스모스 옆에서 아직도 학생인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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