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굳은살이 되었지만 마음은 가장 부드러운 솔잎으로

  •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 입력 2021.09.03 13:52
  • 수정 2021.09.03 16:13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솔밭에 솔잎이 쌓인다. 늦가을에 솔잎 낙엽을 보면 얼마나 포근한지 모른다. 가느다란 산길로 가는 행인의 뒷모습도 솔 냄새가 그윽한 곳에선 더욱 운치가 있다. 
소나무 낙엽이 쌓인 산길을 걸으면 마음이 그지 없이 평온하다. 직감으로 사물에 관한 관찰력은 그 사람의 마음의 영역일 것이다. 여기에서 에너지를 서로 주고받아 자기만의 삶의 방식을 찾는다. 


솔밭 길을 걸으며 자연이 주는 느낌을 받는다. 물욕을 버리고 자족하는 상태는 극히 자연스럽고 본래의 성품이다. 우리 어머니들이 텃밭을 경영하는 방법은 자연의 법칙에 따랐다. 


가족과 이웃을 위한 텃밭 경영. 땅 한 평만 있으면 가장 든든한 먹거리를 만든 우리네 어머니들. 부족하다고 해서 없는 곳에서 일부러 채워 넣지 않는다. 자연에 있는 그대로 텃밭에서 먹거리를 풍족하게 만든다. 계절에 따라 식물의 종류가 바뀐다 해도 그 마음은 항상 비워있다. 


아낌없이 가족과 이웃을 위한다는 것. 우리 남도에서 부추를 솔이라고 불렸다. 솔은 예전에 가늘고 키가 작았는데 요즘은 맛에 기호를 높여 크고 넓어졌다. 부추는 철분을 좋아하는 식물이라 부뜨막에 나온 재는 바로 솔이 있는 텃밭으로 향했다. 우리와 가장 친근하게 걸어온 식물하면 그래도 부추라고 말하고 싶다. 먹거리 중에 자라는 속도가 제일 빠르면서 영양분도 최고다.

 

텃밭에 솔을 보면 우리 어머니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손바닥은 굳은살이 되었지만 마음은 가장 부드러운 솔잎 같다. 밤낮 길이가 달라지면 식물들이 제일 먼저 알아차린다. 부추도 낮의 길이가 짧아지므로 꽃을 틔운다. 자연의 법칙에 따라 씨를 뿌려야 자생력을 키울 수 있다. 씨앗 따로 열매 따로다. 씨앗을 인위적으로 만드는 데에 문제가 많이 생길밖에 없다. 대량 생산과 소비가 빚은 전염병도 자연의 법칙을 무시하기 때문이다.  옛사람들은 소나무 잎 같다고 해서 부추를 솔이라고 불렀을까? 미래를 내다보는 자연친화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솔은 간단한 식판이다. 몇 가지 양념만 넣어도 훌륭한 식단을 만들 수 있다. 요즘 1인 가족이 많아진 추세에서 부추 겉절이만큼 좋은 음식이 없을 것 같다. 부엌에서 금방 만들 수 있는 음식은 부추 겉절이다. 이걸로 비빔밥 한 그릇이면 최고의 만족을 얻을 수 있다. 부모로부터 받은 유전인자를 변형시킬 수 있는 것은 음식이다. 


아주 간소한 음식이라도 내어 준 마음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경건하게 먹어야 할 일이다. 텃밭에서 나온 부추를 간편한 음식으로 생각해왔다. 그러나 이젠 마음을 달리 먹는다. 내 앞에 음식이 오기까지 아름다운 정신이 스며든다. 반드시 하늘의 도움도 필요할 것이고 땅의 기운도 그리고 그 음식을 만든 정성이 한데 어우러져 하나의 작품이 나오듯, 늘 비워야 새로움 이 생기고 어머니 텃밭에서 이제 또 다른 계절을 맞는구나.
  
 

저작권자 © 완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