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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과 권력에 흔들리지 않고 말의 곳간이 되도록

창간기념사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1.09.10 15:11
  • 수정 2021.09.15 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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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신문이 창간 31주년을 맞이했습니다. 31년 전 9월 창간호를 발행한 이후 지금까지 변함없이 성원해 주신 군민과 출향인 그리고 애독자, 광고주 여러분들께 가슴 깊이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아울러 본지가 서른한 살의 중년에 접어들었음에도 늘 불안정한 경영으로 진일보하지 못한 모습을 보여드려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경영의 어려움을 핑계로 시시때때로 광고 게재를 부탁해 부담을 드린 점 또한 매번 죄송합니다. 

무엇보다도 본지 창간을 위해 31년 전 함께 의지를 모았던 분들, 등 뒤에서 묵묵히 격려하고 성원해 주신 분들을 생각할 때마다 완도신문을 반석 위에 올려놓지 못했음을 자책하면서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심정입니다. 최근에는 ‘폐간’이라는 극단적인 생각도 했습니다. 재정난의 이유도 있었지만 부족한 인적자원 한계를 극복할 뚜렷한 대안을 찾지 못했고, “그 정도면 할 만큼 했다”며 안쓰럽게 격려하던 주변의 여론도 한몫 거들었습니다. “그래, 이 정도면 할 만큼 한거야” 자위하면서 정말 고민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재정이 어렵고 지역 언론환경이 척박하다고 해도 완도신문이 멈출 수 없는 뚜렷한 이유를 찾습니다. 
그것은 이른 새벽 전화해서 잠깐 보자며 뭉칫돈을 신문에 둘둘 말아 던지면서 “구독료 늦게 줘서 미안하네. 힘내시게”라며 격려하던 분, 사무실을 방문해 “소문에 어렵다고 하던데 지금 당장 해결해야 할 금액이 얼마냐”고 묻고 거액을 후원하셨던 지금은 고인이 된 독자분, 신문사에 수천만 원을 쾌척하고도 말 한마디 않으신 분, 어렵게 광고 부탁드리면 광고비부터 먼저 입금하면서 “언제든지 필요하면 얘기하라”고 오히려 격려하던 분, 매달 수십만 원에서 수만 원을 후원해 주신 분, 새벽마다 전화해서 “잘하고 있지? 뭔 일 없냐?”며 안부를 묻는 분, 매달 꼬박꼬박 구독료를 입금하는 분, 지로영수증 늦게 보냈다고 핀잔하는 분, 신문이 아직 도착 안 했다고 배달되기만을 기다리던 바로 애독자 때문입니다. 


그분들이 지역 언론의 환경과 한계를 몰라서 완도신문에 애정을 쏟은 것은 결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언론의 역할에 충실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옳든 그르든 지역의 역사를 31년 동안 기록하고 있다고 평가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서툴고 어줍잖게 만든 신문을 기다렸다 매주간 인내하면서 읽어주시는 따뜻한 마음이 느껴져 조금도 미루거나 멈출 수 없습니다. 


원고 마감이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편집국장은 독촉하며 넋두리합니다. 
31주년 창간호를 제작하면서 몸에 남아 있는 물 한 방울까지 빠져나가는 고통을 느낀다고 합니다.  한 두 사람이 12면을 제작해도 버거운데, 24면을 제작한다는 것은 기적에 가깝습니다. 
31살 완도신문이 완도역사를 쓰다 쓰러질지언정 멈추지 않도록 조금만 더 힘을 보태주십시오. 


더 단단하게 뿌리내리고 활착할 수 있도록, 그래서 지역과 마을을 지키는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도록 마음을 모아주십시오.
완도신문은 지역의 역사를 담아 놓은 ‘글의 곳간’이 되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자본과 권력에 흔들리지 않고 말과 글을 밑바닥에서 지키는 최후의 보루가 되겠습니다. 기울어진 공론의 장을 바로 잡는데 힘쓰는 언론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지역을 한땀한땀 성실히 기록할 것을 약속하겠습니다. 


31살 완도신문은 군민 여러분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김정호/본보 발행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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