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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원’ 걸린 한판 승부, 신우철 완도군수 “아찔, 가슴 졸였다”

창간 특별 인터뷰/신우철 군수

  • 김형진 기자 94332564@hanmail.net
  • 입력 2021.09.17 13:01
  • 수정 2021.09.23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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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운을 타고 난 사람(리더/군수)일지라도 전적으로 그 운명에 의지하고 있는 사람(리더/군수)은 운명이 바뀌면 멸망하게 된다. 그 무엇을 위해 나아가며 시대의 정세에 가장 민감하게 적응하는 사람(리더/군수)은 번영하고, 반대로 시대의 정세에 적응치 못하는 이는 실패하고 말 것이다.
볼 줄 모르는 사람이라면 그저 사람 좋은 것만으로 군수에 올랐다고 여기겠지만, 그의 진면목이란 알면 알수록 승부사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린다. 가장 온유하면서도 가장 열정적이고 가장 냉철하면서도 가장 인내할 줄 아는 승부사!


찰나의 한 순간을 꿰뚫어 보고 그 순간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붓으며 자신의 운명까지 모두 걸만큼 타고난 승부사. 항간엔 공무원 출신의 샌님 같아 자신만 죽어라 분투하지 군청 내 과장급 이상 공직자들은 휘어잡을 줄 모르는 유약함을 말하지만 그는 실과장들의 행동거지 하나하나 모든 걸 꿰뚫어 보고 있다. 조직의 화합을 위해 인내할 뿐. 


왜, 그런가? 
당대 최고의 정치인들이 가장 호감하는 단체장으로, 여야를 가리지 않는 싹싹함과 친절함에 중후함까지, 부딪히면 부딪힐수록 자신의 편으로 만들어 버리는 승부사.
박지원 국정원장이 국회의원이던 시절, 모 방송국 아침 인터뷰에 나와 중앙부처에 다니는 지자체 단체장 중 신우철 군수가 단연 최고라며 엄지척을 치켜세웠을 정도.   
지난 20년간 누구도 풀지 못한 완도~고흥 간 해안도로 국도승격과 국립난대수목원 유치, 해양치유 선도지자체로 선정되며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로 포함시킨 정치력 이상의 정치력. 크고 굵직한 건 완도가 다 가져갔다는 중앙부처 관료들의 말까지, 그것만으로도 그는 완도군의 대표성을 증명해 냈다.


지난 13일 본보의 창간 31주년 특별인터뷰를 갖은 자리에서 민선 7기 성과 중 가장 핵심적인 것이 무엇이었냐고 묻자, 신우철 군수는 “현재 해양치유산업이 성과를 못내고 있다는 비판도 있지만, 해양치유가 있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했다. 
"국도 승격과 국립난대수목원 유치 등 국책 사업과 관련해서는 해양치유 선도 지자체로 선정된 완도의 잠재된 가능성을 높게 판단해 달라”며 지원해 줄 것을 호소했다고.


그러며 “해양치유산업은 해양수산부에서 빠진 것을 다시 국회에서 불씨를 살려내 해양수산부 예산에 넣게 되었는데, 해양기후치유센터, 해양문화치유센터, 정밀의료 맞춤형 해양기후치유콘텐츠개발, 해양바이오연구단지까지 하나의 빠짐없이 이뤄졌다”고. 
신 군수는 당시를 회상하며 “총리실~기재부~해수부~산림청~국토부를 수없이 찾아다녔다. 자신을 수행했던 오정임 전 기획예산실장과 김현란 최영미 전 예산 계장들은 콤파스가 큰 자신에 비해 여성들이라 종종 걸음으로 따라 오느라고 엄청 애를 먹었을 것이다”고.


왜 그렇게 중앙부처를 뛰고 다녔냐고 묻자, 신 군수는 "밖에서 보는 완도는 부자동네이지만 군이 운영할 수 있는 재정은 최하위다. 화성시만 하더라도 세수가 4조원으로 70%에 이르는 재정자립도지만 완도는 6.7%에 불과해 한 푼이라도 더 중앙정부의 자본을 끌어 올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러며 앞으로 완도가 나가야할 방향은 해양치유 다음으론 기후변화대응과 해양바이오산업이란 말도.
특히 “해양바이오를 하려면 2025년에 감퇴 25만톤이 필요한데 이것을 완도에서 모두 소화해 낼 수 없다” 
“그러면 이것을 어디서 조달해야 하는가의 문제가 남는데, 외국에서 수입할 수는 없다. 결국 남북교류를 통해 북측에 완도의 해조류 생산기술을 가르쳐 주고 이를 통해 남북화해의 물꼬까지 튼다면 국가적으로나 지역적으로 쾌거가 아닌가?” 
그 말에 임종석 전 비서실장은 박수를 치면서 “군수님, 감동했습니다”는 말까지 들었다고.  


가장 아찔한 순간이 언제였냐고 묻자, 신우철 군수는 “완도~고흥 간 해안관광도로의 국도승격이었다”고 했다.
“중앙부처에서 언질은 받았지만 발표 때까지 비밀로 해달라는 말을 들었던 터라, 정말 발표 1주일까지 피가 마를 만큼 마음 졸였다”고 말했다. 
완도~고흥 간 국도 승격 발표 후, 전남도당 위원장이자신이 지역구로 하는 지역이 우선 순위에서 완도에 밀린 걸 보고 불같이 화를 낼만큼 완도군으로 볼 때 정치적인 비교 우위는 전혀 확보할 수 없었다고 했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치밀한 전략 전술을 통해 논리를 전개하는 것.
지난 20년간 국토부를 줄곧 방문해 잘 부탁한다 정도의 뜬구름 잡는 말로는 설득될 수 없었고, 그 정도의 말이면 국토부 관계자들의 한결같이 되돌아오는 말이 "잘 검토하겠다“였단다. 


이렇게 다람쥐 쳇바퀴 돌던 시간이었지만 찾아낸 해법은 광역단체끼리의 연결, 광역단체에서 성명서를 발표하니 국토부가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사업은 급물살을 탔는데 김영록 전남지사가 중심을 잘 잡아줬다고 했다.
군민과 30만 향우들의 간절함에 끈질긴 노력, 인근 지자체에서 국도 승격 서명 운동에 동참해 준 17만여 명의 성원, 고흥군의회와 완도군의회의 국도승격 결의문 채택, 연도교 추진위원회, 그리고 고사리 손으로 대통령에게 손 편지를 써서 보낸 금일읍의 165명의 학생들까지, 이러한 함께가 하나가 되었기 때문에 이룬 쾌거였다고. 


왜? 그렇게 비밀리에 진행됐냐는 물음엔, 신우철 군수는 “국도 승격이나 해양치유산업의 경우 SNS나 언론 홍보를 하면 군수가 정치적 이득을 쉽게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그 보단 완도군과 군민이 지금보다 어떻게 더 풍요로울까를 생각한다면 본질에 더 집중하는 것이 중요했다”며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아군까지 속이는 것 아니냐? 철통 보안이 전략 전술의 50%였다”고 말했다. 


국립난대수목원 유치와 관련해서도 경남 거제의 논리는 “전남 완도는 이미 난대림이 조성돼 있지만 우리는 조선업이 사양길로 접어들어 새로운 사업이 필요하다. 새롭게 난대림을 조성해 관광객을 불러와 지역경제를 살리겠다”는 논리였다고. 
전남도와 경남도가 함께 유치전을 펼쳐니, 서로의 비방전으로 전개돼 고민 끝에 신우철 군수는 통영 근무시절에 알고 지내던 인사에게 연락해 상생협력을 약속하고 2곳이 함께 유치하는 것으로 잠정 합의했다고. 


또 현장을 방문했던 선정 위원들에게 해줬던 브리핑이 주효했는데, 선정 위원들을 실내가 아닌 완도수목원 제2전망대로 데려가 발표했단다.
그러자 위원들은 하나같이 발표를 듣는 게 아닌 그곳 경관에 푹 빠졌고 신 군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고. 


마치 바다로 나가게 하려면 배를 만들어 주는 게 아니라 바다에 대한 동경을 심어주라는 말이 그 상황과 딱 들어 맞았다고.
결국 2곳이 올라갔지만 기재부에서 정치적 논리를 배제하면서 2군데는 안된다. 1곳에 집중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고 선정위원들의 후한 점수와 함께 환경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완도가 결국엔 단독 유치하게 됐다고 후일담을 털어놨다.


신우철 군수의 말을 들으니, 완도로서 참으로 천운이었다. 운의 부침도 여기에 기인한다. 최선의 방법이라고 할지라도 그 성공 여부는 시세에 달려 있다. 만일 한 인간이 사려 깊고 참을성 있게 행동한다면 시세와 주위 환경의 도움으로 성공할 것이지만 시세와 주위 환경이 바뀌어도 자신의 태도를 바꾸지 않는 한 그는 몰락할 것이다는 말. 


신 군수에게 가장 돋보이는 건, 그 상황에 맞게 지역과 군민을 위해 자신의 모든 걸 버릴 수 있는 태도였다.
우리는 알고 있다. 비록 각자가 바라고 꿈꾸는 세상이 있어 한 자리에 모인 것은 같다 하더라도 무엇이 아름다운 것이고 추한 것인지를. 같은 불인데도 어떤 불은 광폭한 증오와 두려움만 활활 타오르고, 어떤 불에서는 희망과 사랑이 보이는 것 아닐까?


김형진 기자/

 

 

편집자 주> 본래 인터뷰는 아래와 같은 질문이 서면으로 답변을 받아 보도할 예정이었지만, 독자에게 전하는 현장감이 떨어질 것을 우려해 생략함을 밝힌다.   

1. 지난 7월 이후 우리 군에 코로나19 확진자가 60명이 넘게 발생했다. 군민들은 바이러스와의 긴 싸움으로 불편함과 어려움이 크다. 최근 확진자가 급증한 원인과 델타 바이러스 등 변화된 방역 상황에 맞는 강화된 방역 대책은 무엇인지?
2. 해양치유센터 건립이 착공에 들어갔고, 해양기후치유센터가 준공되는 등 해양치유산업 공공시설 건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해양치유산업 어디까지 왔으며, 어떠한 과제들이 남았고,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해양치유공단 설립은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
3. 군 대표적인 대형 사업으로 국립난대수목원 조성이 있다. 국비 1,900여억 원이 투입되는 만큼 파급효과도 커야 할 것이다. 현재 예비 타당성 평가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앞으로 어떤 절차들이 있으며,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들이 추진되는지?
4. 민선 7기 주요 성과 중 하나는 20년 만에 이뤄낸 완도~고흥 간 국도 승격일 것이다. 군은 국도 승격에 안주하지 않고 앞으로 사업이 조속히 추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앞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떻게 건설되는가.
5. 노화~소안 간 연도교 사업의 2단계 구간인 소안~구도 간 연도교 건설 사업이 추진되지 못하면 반쪽 다리로 전략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많다. 군에서는 사업 완료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6. 코로나19로 장기화로 인해 경기 침체를 회복하지 못하고 수산물 소비 부진과 가격 하락 등으로 전복 생산 어가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군에서는 수산물 소비 촉진을 위해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
7. 완도 쌀이 3개국으로 수출되고 치유 기능성 작물인 색깔보리도 재배되고 있지만 농·축산업이 경쟁력을 더 강화하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군에서는 어떤 정책들을 추진 중인가.
8. 전 세계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가 2억여 명을 넘었고, 일본은 도쿄 올림픽 개최 이후 확진자가 3배 급증했다. 내년에 열릴 해조류박람회 개최 여부에 군민들은 궁금해 한다. 어떻게 준비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9. 코로나19와 공존하는 ‘위드 코로나 시대’다. 타 지자체의 경우 온라인·비대면 축제 등을 개최하며 관광 활성화에 힘쓰고 있다. 하지만 군은 눈에 띄는 정책이 없다. 새로운 관광 활로를 어떻게 찾을 것인지?
10. 완도항 정온도 확보를 위해 추진하는 중앙방파제가 축조 사업에 대해 퇴적물 적체, 바다 오염 등을 우려하는 주민 의견이 많다. 군에서는 어떤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지 밝혀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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