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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 고금, 고인돌에 새겨진 별자리 의미는?

정지승의 완도, 어디까지 가봤니?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1.09.17 13:32
  • 수정 2021.10.06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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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하나의 추억과 사랑과 쓸쓸함과 동경과
별 하나의 시와 별 하나의 어머니 어머니...


별이 빛나는 밤, 역사를 빛낼 위대한 예술은 탄생하는가? 계절이 지나간 하늘에서 찬란한 별빛이 내려온다. 유년 시절 늘 보아온 풍경을 까마득히 잊고 지낸 시간이 얼마였던가? 섬에 와서 다시 그 하늘을 만나니 황홀하다. 한편의 시가 머릿속에 맴돌면서 자꾸만 되뇌어 진다. 고향에 두고 온 모든 것들은 그리움이다. 까마득한 유년의 기억까지도.


뭉크와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도, 수화 김환기의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의 작품을 보더라도, 모든 예술분야에서 사람들이 품었던 동경의 대상은 별. 그 별 하나하나에 추억과 사랑과 그리움을 모두 새겨 넣어 불후의 명작은 탄생한 것이다. 

밤하늘 별을 보면 신비롭다, 그리고 생각한다. 우리의 영혼은 별에서 왔다가 다시 별이 되어 가는 것일까. 나는 누구이며, 태초의 인간은 어디에서 왔을까? 고금도 고인돌을 보면 불현듯 그곳에 새겨진 태곳적 의미가 궁금하다.

 

고인돌에 새겨진 별자리는 무슨 의미일까? 

세계의 고인돌 8만여 기 중 절반 넘는 약 5만여 기가 한반도에 있다. 그것도 전남지역이 최다, 지금까지 발견한 고안돌의 통계이다. 해안으로 둘러싸여 주변에 먹을거리가 풍부, 농업기반을 조성할 수 있었기 때문이란다. 유적 발굴 과정에서 나온 유물 조사 결과다. 
그런데, 기원전 고인돌에는 다양한 별자리가 새겨져 있다. 별자리 고인돌은 지난 1990년대 처음 발견했다. 이것은 풍요와 다산을 상징하는 신앙 행위로 파놓은 성혈이라 여겼으나, 하늘의 별자리를 그대로 표현한 것임을 과학적으로 입증했다. 


그 중 평안남도 증산군 용덕리에서 발견된 10호 고인돌이 대표적이다. 무덤의 덮개돌에는 80여 개 구멍이 새겨져 있다. 이것은 북극성을 중심에 둔 11개의 별자리로 태곳적 하늘의 모습으로 추정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고인돌 성혈을 확인했다. 충북 청원군 아득이 마을 고인돌에서 출토된 돌판 위 구멍들은 북두칠성 작은곰자리 세페우스를 상징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새겨진 방식이 특이하다. 하늘로 올려다볼 때와는 반대 방향, 이런 방식은 고구려나 고려시대의 고분벽화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


고인돌 덮개에 새겨진 별자리는 북두칠성 형태가 가장 대표적이다. 무덤 속에는 칠성판이라는 7개의 성혈이 새겨진 돌판이 있다. 태초의 사람들은 무덤에 별자리 판을 깔고 덮개돌에 별을 새기며 생의 마지막을 장식했던 것. 그들은 정말로 자신들이 우주의 어느 특별한 곳에서 왔다고 믿었을까?

 

천문현상의 연구는 여전히 미스테리

지난 2014년 한국 과학자들이 참여한 국제연구팀이 별자리에서 놀라운 것을 발견했다. 극한에너지의 우주선(宇宙線, cosmic ray)이 만들어지는 영역을 처음으로 발견한 것. 한국과 미국, 일본, 러시아의 과학자 125명으로 구성된 국제공동연구팀은 극한에너지의 우주선이 큰곰자리의 북두칠성에서 생성된다는 것을 알아냈다. 


인간이 측정할 수 있는 최대 크기의 에너지를 극한에너지라고 하는데, 우주선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안 것은 100년 전이다. 그러나 생성영역과 전파과정 등이 밝혀진 것은 처음이었다.


연구를 위해 연구팀은 미국 유타사막의 북반구 최대 크기 초고에너지 우주선 관측소를 설치했고, 지난 2008년부터 5년간 72개의 극한에너지 우주선을 관측했다. 그 결과 우주선 19개가 큰곰자리의 북두칠성 근처에서 나온다는 사실과 인간이 만들 수 있는 에너지를 뛰어넘는 극한에너지가 특정한 영역에서 생성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천문관측의 역사, 태초부터 시작했다

 

고대인이 신성시한 북두칠성의 존재는 무엇일까? 인류는 왜 끊임없이 별자리를 관찰하고 우주의 기원을 밝히려고 노력했을까? 

​북극성과 북두칠성은 북반구에서 사계절 볼 수 있는 가장 친숙한 별자리이다. 서양에서 북극성은 하늘의 중심 작은곰자리, 북두칠성은 큰곰자리 꼬리인 7개의 별에 해당한다. 하지만 동양의 천문학과 고대 인류 역사를 보면 북극성과 북두칠성은 특별한 존재다. 


지난 1984년에 중국에서 발견한 흑룡강성 봉림고성. 봉림성터의 칠성하(七星河) 건너편에 북두칠성제단터가 있다. 이곳은 단군조선의 영역, 고조선은 우리나라 최초의 국가다. 까마득히 잊고 지냈던 우리의 오랜 역사, 그들의 조예 깊은 천문관측 사실을 대부분이 모른다. 우리 역사가 얼마나 왜곡됐는가를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이다. 


별을 관측, 기록한 천문학은 중국의 것을 받아들였을까? 선사시대 별자리 판이 발견되어 천문지식의 뿌리가 우리 고유의 것임을 입증했다. 하늘을 살피고 천체의 운행을 관측하는 일은 어느 국가에서나 중요한 일이었다. 종교적, 정치적인 의미를 떠나서라도 농경사회는 계절의 속성을 아는 일이 중요했다. 


선사시대 하늘의 별자리를 정확히 그려낸 것이 밝혀지면서, 영국 과학자들은 우리의 천문관측이 중국이나 일본 사료에 견줘볼 때 훨씬 폭넓다고 인정했다. 또한, 조선시대 역사서에 기록한 우리의 천문관측 기술도 세계가 높이 평가했다.

풍요와 다산의 칠성 의미, 고금도에도 있다

 

고향을 그리워하는 것은 모든 생명체의 공통, 태초의 인류도 마찬가지다. 밤하늘의 별을 보며 여러 생각에 잠겼을 그들은 자신의 미래도 점쳤을까? 고금도 고인돌에는 성혈이 뚜렷하다. 이곳에 새겨진 별자리 의미는? 고대인은 밤하늘 별을 보며 우주의 원리를 깨닫고, 무수한 영감에 사로잡혀 내세에 대한 관심을 가졌던 건 아닐까?

 

그리고, 농경사회 기틀이 마련되어 바람과 비와 구름, 자연의 모든 현상에 감사와 경배를 올렸을 것. 별자리 고인돌은 마을의 제단으로 부족사회의 모든 일을 하늘에 고하며 공동체를 이끄는 통치 행위가 이곳에서 이루어졌을 법하다. 이렇게 인류공동체문화는 선사시대 고금도에서도 시작했다. 


풍요로움을 내려준 하늘에 감사하며 농경생활의 고단함을 달랬을 그들. 어느 날은 별을 세며, 어느 날엔 달을 보며, 선돌 주위에서 큰 원을 펼쳐 밤새 가무를 즐기면서 집단이 흥에 겨웠을 게다. 이것이 바로 축제의 시원이다. 


정지승/다큐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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