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보랏빛 별망울에 흔들리는 너를 사랑하련다

  •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 입력 2021.10.08 15:40
  • 수정 2021.10.08 15:59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을의 꽃은 모름지기 쑥부쟁이다. 특히 산마루에서 그가 넘어가는 모습은 가을의 눈물처럼 깊어 보인다. 
연보랏빛 치맛자락에 가을바람 지나는 흔적은 영원히 기억될 만큼 아름답다. 가을 냄새 음미하려면 조용한 개으름이 좀 필요하다. 내가 필요한 만큼 한가로움은 내 마음의 여백을 만들어가는 것. 


그 속에 계절에 따라 꽃이 피어있음이여. 지금 내 마음의 여백에 쑥부쟁이가 피었고, 수없이 흔들림 속에도 피어난 산마루의 꽃들이 내 마음을 이끈다. 가을의 서막을 알리는 것도 쑥부쟁이다. 
가을의 끝자락을 쑥부쟁이가 지키고 있다. 바구니에 가득 채워도 부족할 정도로 가을의 서정을 듬뿍 담아내는 가을의 상징이다. 


같은 곳에서 서로 기대어 높아진 하늘을 바라본다. 내 안에 내 사람이 있어 가장 행복한 시간이 지금이다. 어느 날 야생화 한그루가 내 눈에 들어와 있고, 그것이 계절마다 꽃을 피어댄다. 맑은 공기, 시원한 바람, 따사로운 햇볕이 잘 지나갈 수 있도록 가을은 배려한다. 
간결한 삶의 태도를 가지라고 자연은 권한다. 가을 길 바로 앞에 핀 들꽃도 가난한 마음을 가지라고 한다. 마음이 맑은 사람은 늘 비워둔다. 쑥부쟁이 꽃잎이 친근하게 다가오는 것도 간소하게 마음을 비워두었기 때문이다. 쑥부쟁이는 국화과이며 다년식물. 


뿌리에서 나온 줄기는 높이 40~80cm 정도로 가지가 갈라진다. 어긋나는 잎은 길이 4~8cm 정도의 잎으로 가장자리에 굵은 톱니가 있다. 꽃잎은 연한 자주색을 띠고 중앙부의 통꽃은 황색이다. 반복되는 삶에도 마음은 새롭다. 내 안에서 끊임없이 피었다지는 들꽃. 


산에 있는 꽃들을 자세히 보면 수수한 아름다움이 숨어 있다. 꽃잎은 이 가을날 향기가 짙다. 꽃잎 하나 내 안에 들어와 살고 있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 복잡은 생각을 접고 단순함을 찾는 데에는 산에 꽃들이 내 안에서 살고 있다는 것이다.  간소한 옷차림으로  예쁘게 옷을 지어 입는 사람은 행복하다.


여기에다 그윽한 미소가 있으면 그런 사람 옆에 마냥 있고 싶어진다. 연보랏빛 얼굴들이 수없이 가을빛에 닦아내도 그 속사람은 변함이 없다. 늘 버리는 것도 그 진실함을 버리지 않기 위해서다. 쑥 냄새를 맡으면 사람의 마음이 순해질 것 같다. 이른 봄에 갓 자란 된장 쑥국은 얼마나 부드러운 입맛인가. 쑥부쟁이 꽃이 내 안에서 수없이 피고 져도 마음속에는 영원히 피어있다. 그 수수함은 애달픈 마음으로 어깨를 껴안고 있다. 


그래서 가을 얼굴에 눈물을 보이는 것인지. 가을 길을 무심히 걷다가 쑥부쟁이 만나면 괜스레 눈물이 난다. 가을밤 별빛을 쳐다보아도 너의 곁에 있으면 눈이 시리도록 푸르게 너를 지켜볼 것이다. 푸른 별빛에 마음을 씻고 씻어도 눈물이 글썽이는 너. 언제까지나 그런 너를 사랑하련다.

 

저작권자 © 완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