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도해 풍경 열리는 언덕에 국향(菊香) 그윽하다. 눈 앞에 펼쳐지는 섬들이 마음속까지 스며드는 동망봉(東望峰). 우주를 항해하는 우주선이 힘껏 솟아 오른다. 완도타워, 그 신비함을 선사하는 망산에 벌써 가을이 무르익었다.

다도해일출공원 완도타워 일원에 국화축제가 열렸다. ‘완도 국화 전시회’는 국화꽃도 좋지만 타지역의 국화축제와는 달리 빼어난 경치를 함께 감상할 수 있어서 좋다.

전시된 조형 국화, 화분 국화, 분재 국화 18,000본은 완도군농업기술센터 국화육성포장에서 한 해 동안 정성을 다해 키운 국화다. 
전시회가 열리는 동안 군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외부 몽골 텐트에서 ‘완도사랑 국화동호회’ 회원들의 국화 분재 작품을 전시하고 방역 소독을 수시로 하고 있다고. 

홍보하는 지자체에서는 매우 조심스럽지만 완도타워에 전시한 국화축제는 코로나19로 지친 군민의 마음을 위로하려고 전시했다. 관광객 유치를 위한 목적이 아님을 알린다고는 하지만 누구든, 이 맑은 가을 하루를 제대로 만끽하려거든 한 번쯤 조용히 다녀가시라 권하고 싶다.  

아울러 완도수목원 일원에서도 국화 전시를 한다. 2021 완도 수목원 가을산책 주간으로 산림박물관에서는 그림 전시회도 함께 열리고 있다. 타 지자체에서도 국화축제가 한창이다보니 여기저기 국화축제 홍보가 눈에 띈다. 완도 다도해 일출공원과 완도 수목원 전시 규모는 비록 작을지라도 그 풍광은 어디에 비할 수 없는 명품이다. 

국화 핀 동망봉에서의 가을 섬 여행

청해진 완도를 대표하는 풍경으로는 완도팔경이 있다. 제1경은 상록수림으로 덮여있는 하트섬 주도의 명월(明月). 옛 부터 완도군 최고의 풍경으로 꼽았다. 옛 지명 가리포, 완도항에서 손에 잡힐 듯 바다에 떠 있는 아담한 섬은 마치 구슬과 같아 주도나 추섬으로 불렀다.

그 어원은 ‘가리섬’이라고 한다. 가리(加里)란 단으로 묶은 곡식이나 땔나무 따위를 차곡차곡 쌓아둔 곳인데, 노적가리처럼 생긴 데서 유래한다고. 완도는 가리섬, 가리도의 역사다. 목포 유달산에 있는 노적봉의 유래를 비춰보면 이곳 역시 전쟁을 대비한 지명인 것 같다. 가을밤 완도항 가리섬이 달빛을 머금고 구슬처럼 반짝이는 모습을 한 번쯤 상상해 보시라. 

"나는 가리포에 가서 남쪽 망대인 남망봉(南望峰)에 오르니, 좌우에 적들이 다니는 길과 여러 섬을 역력히 헤아릴 수 있었다. 참으로 한도의 요충지이다" 1596년 어느 가을날 이순신은 이곳에 올라 적진을 살폈다고 난중일기에 기록한다.

그 풍경을 보려거든 어느 시간이든 좋다. 야경이라도 더욱 좋다. 뉘엿뉘엿 해가 서산에 넘어가면 저 멀리 완도항에서 대기중인 갈치잡이 어선의 집어등 불빛이 이채롭다. 출항하는 뱃고동 소리를 듣노라니 완도 사람들의 강인함을 엿볼 수 있다. 완도 야경을 관람하는 또 다른 코스는 요트투어가 제격이다. 완도 마리나 요트가 해조류 박람회장 앞에서 일몰을 관람하려고 매일 운항하는데, 지금은 완도바다 야경 투어를 준비하고 있다.

가슴 통쾌하게 오금 저려올 듯한 짜릿함

혹여라도 청정바다 다도해에 마음 흠뻑 적셔보고 싶다면 완도타워에 마련한 짚라인도 한껏 즐겨 보시라. 가슴 통쾌하게 오금이 저려올 듯한 짜릿함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추억이 된다. 우뚝 솟은 완도타워 다도해 일출공원과 완도수목원 일원에서는 국화 향기 그윽하고, 아름다운 가을 섬 풍경이 일상에 지친 우리를 지금 부르고 있다.

 정지승 다큐사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