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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르르 눈이 감기면서 사르르 혀끝에서 일어나는 마법

불세출의 미녀와 영웅, 클레오파트라와 나폴레옹이 사랑한 '굴'

  • 김형진 기자 94332564@hanmail.net
  • 입력 2021.11.12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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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언할 수 없을만큼 매력적이었다.
보는 순간, 한마디 말도 할 수 없었으니까.
말하게 되면 혀는 그대로 부서져 버릴 것만 같았다.
솔직히 말해 누군가에게 빼앗길까 두려웠다.


들어오는 순간, 목구멍에선 어떤 미세한 불길이 스며들어 이내 눈가에선 불길이 활활 치밀어 올랐다.
앞으론 무엇도 보지 못할 것만 같았다.
귀에서 윙윙거리는 이 소리는 또 뭔가?
어느 새, 꿀벌들이 귀에도 집을 지었나?


온통 땀으로 적셔진 건 갑작스런 전율에 사로잡혔기 때문이겠지. 가슴으로 내려오자 강렬한 햇살에 풀잎의 이파리가 녹아내리 듯 숨쉬기조차 힘들었다.


도대체, 넌? 네 이름이 뭐야?
뭐였을까? 무엇을 경험했기에. 
파스칼이 말한 미인. 그녀의 코가 1㎝만 낮았어도 세계의 역사는 달라졌을 것이라는 절세미인 클레오파트라와 내 사전엔 불가능이란 없다고 한 정력의 화신 나폴레옹. 불세출의 미녀와 영웅이 사랑했다는 그, 너는?

 

 

바로 굴. 고금면 척산리 마을 바닷가의 굴 작업 막사. 
밤 11시면 불이 켜져 다음날 오후 5시까지 조새 쫒는 소리로 쉴새 없이 분주하다. 
고금면사무소 근처에서 아들 정말로 씨의 이름을 딴 정말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김옥님 씨의 하루 일과도 늦은 밤 굴까기부터 식당일까지 24시간이 모자라다. 
딸 정다은 양이 전국노래자랑에 나가 수상한 이후 가수를 하고 있단 풍문이 있다고 하자, 지금은 댄스 쪽으로 선회했단다.  

 

굴하고 가장 잘 맞는 게 뭘까요?했더니, 옥님 씨는 "조새로 깐 싱싱한 생굴을 초장 찍어 그대로 입안에 넣으면 캬~ 매생이국에도 떡국과 미역국에도 최고는 쇠고기가 아닌 고금도 굴이지라" 


또 굴전에다 굴국, 굴 무침. 
그런데 이것을 한꺼번에 먹는 방법 있다고 했다. 
"일단, 완도에서 나오는 대한민국 최고의 곱창김 한 장을 쟁반 위에 깔아주세요" 

 

"그 위에 러시아에 5차 수출 쾌거를 이룬 완도군 브랜드쌀 ‘자연그대로미’로 지은 밥을 얹고서 김장김치를 쭈욱 찢어 올려 주세요." 
"그런 다음 굴전을 올려서 이렇게 둘둘 말아주면" 
"이거는 싸는 즉시, 한 입 한 입 베어 먹어야 맛나요" 
"자아~"

 

싸는 모습만 봐도 입안 가득 침샘이 터지는 풍미.
그런데 입안으로 들어오자, 오독오독 씹히면서 바삭거리는데 입안에 닿는 순간엔 쫄깃해지는 김중의 김, 우리의 곱창김이다.  
이 풍미가 상상이 돼? 연한 바다의 살결이 혀를 살살살 간지럽히는 이 느낌에 계란으로 감싼 고소한 굴전이 야들야들한 게 입안 가득 하얀 포말이 부서진다.
이어 간이 배인 김장 김치와 밥이 어우러지니 씹을수록 터져 나오는 건, 탄성뿐!
향기로운 바다내음을 머금고 있는 듯한 이 느낌. 

 


촉촉히 머물다 신비로운 촉감이 그대로 녹아내리며, 마치 블랙홀 속으로 무방비하게 빨려 들어가는 이 느낌이란. 
그때, 굴국을 떠 올려 입안에 들여보내자, 혓바닥은 물론 입안을 개운하게 씻어주며 목으로 넘어가는 그 시원함이란, 세찬 폭포수에서 내리는 물에 온몸을 맡긴 채 폭포 샤워를 즐기는 듯한 이루 말할 수 없는 통쾌함, 거기에 굴무침 하나를 먹으면 광폭적인 연쇄 반응으로 저절로,

 




연하게 매운 맛과 약간은 꼬소롬하면서, 향긋한 바다내음이 한데 뒤섞이며 목구멍으로 넘어가자 깔끔하게 똑 떨어지는 요 맛.
다시 한 번 반복하고픈 이 열광적인 충동!

 

 

마치 하얀 백마를 타고 푸른 백사장 위를 달리는 게 아닌가! 그러다 끝자락에 이르러선 백마가 날개를 활짝 펼쳐 푸른 바다 위를 힘차게 날아오르는 이 상쾌하면서 통쾌함의 극에 이른 맛.
푸른 구름 위를 내달리는 듯한 황홀하기만하다.
매콤 새콤 달콤 짭쪼름한 맛이 한데 어울려갈수록 감칠맛도 그런 감칠맛이 없는 와! 진짜... 


목구멍으로 넘어가도 전에 살살살 녹아 버리는 그 절묘한 식감하며. 머리에서 발끝까지 일순간에 십만볼트에 감전된 짜릿함으로 관통. 
온몸이 들썩거리는 맛의 신명이 여기 있었다.
한 폭의 그림이, 한 수의 글자가 그리고 한 상의 음식이 누군가에게 찍힌다는 것. 바닷물에 찍히듯 별빛에 찍히고 그렇게 심상에 찍혀, 자국으로 남겨지고 그리움으로 그려지고 기억으로 새겨지고 그래서 마음 속에 숨을 쉬는 천년만년 살아남는 생명처럼, 생생한 심상과 이야기를 이어가는 천하일미, 완도바다의 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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