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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마음 속에서 속삭이는 사랑을 들을 때

  •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 입력 2021.11.12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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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그대 사랑하기에 모든 것들이 아름답게 보인다. 그 많은 꽃은 어디로 가고 없는데도 사랑의 열매들이 나의 가슴을 데운다. 
아무 때나 와도 사랑의 씨앗은 기억을 되살리고 있고 산 기습에 아무리 숨겨 놓아도 너의 사랑의 온도를 느낌으로 알았네. 


이맘때면 어김없이 찾아와 사랑의 이름표를 달고 가을 하늘을 노래하는 너. 자기의 마음의 깊이를 주장하느니 세상은 더 따뜻해지고 너그러워졌다네. 생각은 억지로 길을 만들지만 마음은 늘 자유롭게 세상을 보라고 청미래덩굴은 그렇게 아름답게 빨간 열매를 달아놓았다네. 제 가는 데로 꾸불꾸불 가을 길에 펼쳐 놓았네. 


공간과 공간 속에서 그 자유의 길을 펼쳐 사랑의 시를 쓰고 있는 너. 보는 눈에 따라 꽃은 사랑의 열매가 된다. 살아 숨 쉬는 생명은 모두 다 아름답다. 먼 길이더라도 사랑하는 마음을 갖는다면 온 세상이 꽃의 색으로 변하고 따뜻한 열매가 된다. 


동행하는 그 날은 아무도 모르게 속삭이고 싶은 걸. 이른 봄에 아주 부드러운 새순을 올린다. 꽃은 아주 작은 연록색으로 꽃을 피운다. 청미래덩굴은 사람들이 잘 다니는 산속 오솔길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는 흔하디흔한 우리 산의 덩굴나무다. 

 

청미래덩굴은 공식적인 이름이고, 경상도에서는 망개나무, 전라도에서는 맹감나무, 혹은 명감나무라 불린다. 이 중에서도 망개나무란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는데 충북 및 경북 일부 지방에서 자라는 희귀수종인 진짜 망개나무와 혼동하기 쉽다. 산 넘어 친척 집에 찾아올 때 빈손으로 오면 “산길에 명감나무도 없느냐” 집주인은 속으로 읊조렸다.

 

뿌리 부분에는 굵다란 혹이 생기는데 이것을 ‘토복령(土茯岺)’이라고 한다. 속에는 흰 가루 같은 전분이 들어 있어서 흉년에 대용식으로 먹기도 했다. 약재로는 위장을 튼튼하게 하고 피를 맑게 하며 해독작용도 있다고 알려져 있다. 산에는 낙목한천으로 쓸쓸함이 서녘에 저녁별처럼 다가온다. 


그러나 명감나무는 집을 돌아가는 새들을 위해 불을 켜놓는다. 저녁별이 돋을 때까지 쐐한 칼바람을 지우고 또 지운다. 오늘도 살아갈 힘은 그 비밀스러운 것이 하나 있다. 


뜨거운 사랑 하나 움켜잡을 수 있다면 쓸쓸한 벌판에서도 외롭지 않으리. 어느 산길에서 마음에 불을 지피는 눈동자는 오늘 살아갈 식량인지도 모른다. 그 깊은 곳에 아무도 모르게 속삭이고 싶은 사랑. 서걱대는 나뭇잎 소리는 그 아픔과 서러움을 다독이면서 이제 집으로 가는 길을 재촉한다. 명감나무 빨간 열매 속에 무엇을 넣고 싶을까. 


지금까지 가장 익숙했던 소리를 담는다. 이제 내 발걸음 소리를 들으며 가장 깊숙이 넣었던 비밀스러운 기억을 꺼내 보는 것이다. 내가 내 목소리를 들으며 내 뒷모습을 기억하는 것들은 내가 간절히 사랑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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