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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의 종소리 머금고 마음의 불 켜는 너

  •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 입력 2021.11.19 11:30
  • 수정 2021.11.20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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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제 자리에서 평생 누군가를 간절히 기다린다. 그 기다림이 커서 나무가 됐나 보다. 나무와 나무는 사이가 잘 보이질 않지만 분명 손을 잡고 있다. 
누구를 기다리는 동안 서로 외롭지 않기 위해서다. 세포는 늙어 하나둘씩 사라지지만, 누군가를 그리워한 마음의 무게는 세월속에서 더 늘어만 간다. 나무는 늘 그 자리에서 서 있기를 원한다. 


계절 따라 별들이 찾아오는 데에 어려움이 없기를 바라면서다. 옛사람들은 토담집을 짓더라도 자연을 찾아가서 지었다. 한그루 소나무 옆에 집 하나는 그 공간을 무한한 상상력을 낳게 한다. 늦가을 나무는 한없이 외롭다. 그 외로움이 듬직한 나무가 되었다. 


누구를 사랑하더라도 그 자리에서 영원히 마음의 불을 켜는 것이다. 화살나무가 그렇다. 봄부터 새 옷을 갈아입고 연한 꽃을 피우며 가을에 빨간 열매가 벌어진다. 몸에 칼날처럼 세우는 것은 침입자를 막기 위해서다. 누구나 독이 있다. 


또한 독을 풀면 정말 연한 사람이 된다. 아름다운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독을 푸는 방법을 아는 사람이다. 화살나무는 나뭇가지에 화살 깃털을 닮은 회갈색의 코르크 날개를 달고 있다. 자연에서 나는 화살나무는 돌이 많은 데에서 산다. 물 빠짐이 좋고 바람의 통로가 원활한 곳에서 자란다.

산에서 자란 화살나무를 빗나무라고 부르는 데, 키가 아주 작다. 흔히 화단에서 보이는 참빗화살나무는 70~80센티미터 정도다. 여러 가지 원인으로 인한 배 아픈 것을 낫게 한다. 요사스런 귀신에 홀리고 가위 눌리는 것을 낫게 하며 뱃속에 있는 충을 죽인다. 월경을 잘 통하게 하며 산후의 여러 좋지 않은 증상을 멎게 한다고 한다. 


이제 나무와 나무들 사이가 좀 더 구체적으로 보인다. 고요함과 영혼의 쉼 같은 존재가 보인다. 보이질 않지만 사람과 사람들 사이에도 무엇인가 연결돼져 있기에 살아갈 가치가 존재하는지도 모른다. 한 그루 나무를 멀뚱히 바라보면 마음이 고요해진다. 


화살나무 열매의 껍질이 벌어지면서 빨간 씨앗이 나온다. 이 시기에 사철나무와 노박덩굴도 똑같은 모양으로 열매가 벌어진다. 이들은 무한한 공간으로 터지는 순간이다. 
이제부터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나무와 나무 사에서 무한한 상상할 수 있는 공간은 아름다운 풍경으로 창조한다. 조용한 산사에서 들려오는 종소리도 나무와 나무 사에서만 존재한다. 


상상력은 오감에서 발현된다. 늦가을 잎은 빨간 단풍잎이고 열매는 그 넓은 시공에서 하나의 점으로 다시 시작되는 순간은 우리는 늘 깨어있으라고 한다. 아름다움은 오랜 기다림에서 피어난다. 일상은 느린 햇빛에서 노란 은행잎의 물 드리고 느린 나의 걸음은 나무와 나무 사에서 머문다. 순간 살아있으므로 늘 깨어있으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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