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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속에서 보는 눈은 눈물이 더 많아야 되는데

  •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 입력 2021.11.26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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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잎이 빨갛게 익었다가 겨울에 더 붉어진 얼굴. 봄의 기운으로 싹을 틔우고 여름에 뜨거운 열정으로 꽃을 피우고 가을에 비로소 열정을 토해낸다. 겨울엔 마음의 온도를 올리기 위해 빨간 열매를 달아놓는다. 나무는 매일 쉬지 않고 자기를 변화시킨다. 


타인을 위해 향기를 내어주고 아름다운 색깔로 자기의 본모습을 보여준다. 남천나무는 신사임당의 화폭에서 많이 알려진 나무다. 원산지가 중국이라고 하는데 16세기 전에 들어온 것으로 여겨진다. 사철나무로 사계절 다른 모습을 드러내 정원수로써 많이 심는다. 


뿌리와 줄기, 잎은 해열제로 효험이 있다. 특히 위장에 좋다고 한다. 한자로는 남천(南天)인데 남쪽의 하늘이라고 지었을까. 
겨울에도 빨간 잎을 달고 있어서 남쪽의 따뜻한 기후를 연상해서 남천이라고 지었는지도 모르겠다. 몸에 뜨거운 피가 흐르고 뿌리는 맑은 물을 올리지만 그것이 세월이 흐르면 붉은 열정으로 변화한다. 가슴의 온도의 차이에서 눈물이 될 수 있고 환희의 열정으로 변한인지도 모른다. 


계절이 깊어질수록 뜨거운 열정으로 변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행복이 있겠는가. 나무는 언제나 그 자리에서 누구를 기다리고 살지만 끊임없이 자기를 변화시킨다. 


뜨거운 정열이 있는 사람이 오면 언제라고 가슴에 품어 안는다. 자기가 가슴이 뜨겁기 때문에 눈물이 많은 사람을 좋아한다. 이제 11월 끝에서 자연은 그 자태를 드러낸다. 아무것도 부러울 것도 없이 그 자체가 아름다울 따름이다. 낙목한천이 쓸쓸함과 외로움이다. 그런데 가만히 숲을 들여다보면 단풍의 끝자리가 세월의 흔적이 드러나므로 여러 감정을 모은다. 슬픈 감정들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이것이 문학이고 예술이다. 


단풍의 끝자리는 점점 마른 잎으로 변해가지만 서정은 깊어만 간다. 나무와 나 사이는 점점 더 가까운 나이가 됐다. 그 사이가 가까울수록 진정한 나이를 먹는 것 같다. 그 자리에 끊임없이 자기를 변화시키고 나이를 먹을수록 그 나이와 가까워지는 세월이다. 


남천나무는 사철나무인데 겨울에 빨갛다고 해서 낙엽송으로 착각하기 쉽다. 봄에 녹색 잎으로 갈아입고 다시 한해를 시작한다. 남천나무를 사랑한다고 해서 내 열정이 뜨거워지는 것은 아니다. 


그 자리에서 묵묵히 기다릴 줄 아는 사람만이 뜨거운 피가 흐를 수 있다. 내 나이 속에 내가 들어가기 위해 그 흐름을 파악하는 것. 내 마음속에서 보는 눈은 아마 눈물이 많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쉽지가 않다. 
남천나무 위에 첫눈이 오면 그걸보는우리는 그리 즐겁지는 않다. 뜨거운 열정을 토해내어 그 맑은 눈물을 흘릴 것,  오늘 한 줌의 분량이라도 무엇인가 녹일 수 있다면 참으로 감동 있는 삶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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