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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눈이 내려와 겨울 사랑을 이룰 때

신복남 기자의 ‘어젯밤 어느 별이 내려왔을까?’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1.12.17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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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나무는 적게 가져야 더 많은 것을 얻는다고 한다. 소나무도 상록수이지만 가을에 잎이 노랗게 되면서 떨어진다. 소나무 낙엽이 산길을 가장 부드럽게 만든다. 그 산길을 가고 있으면 마음에까지 닿는다. 


산길을 홀로 가고 있는 뒷모습마저 향기롭게 보인다. 나무는 욕심이 없다.    무언가를 소유하려 하지 않는다. 때가 되면 땅으로 모든 것을 내려놓는다. 


운명적인 가난보다 더 선태 적인 가난이 마음과 정신이 얼마나 맑아지는지 모른다. 겨울나무는 눈과 만남이 아름답다. 겨울나무로 상징될 만큼 상고대는 자연이 준 예술이다. 가지에 모여 있는 모든 영양분을 뿌리로 내린다. 추운 날씨에 얼지 않기 위해서다. 앙상한 가지가 오히려 아름다움을 지닌다. 산수유 열매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말이다. 


남쪽지방에는 늘 푸른 떨기 나무다. 그 대표적으로 돈나무다. 가로수와 정원수로 으뜸이다. 특히 산에서 많이 서식하는 데, 잎이 단정하면서 잎이 작아 보기에도 아름답다. 돈나무라는 이름은 똥나무에서 비롯된 것이다. 구린내 비슷한 냄새가 난다고 해서 돈나무는 특이한 냄새가 난다. 냄새는 껍질에서 난다. 특히 뿌리를 캐어보면 냄새가 심하다. 


약효로는 고혈압, 관절염, 신경통에 뛰어난 효과가 있다고 한다. 따뜻한 남쪽 지방에 자라는 돈나무는 여름에는 시원한 느낌을 주고 겨울에는 따뜻한 분위기를 만든다. 늘 푸른 나무도 계절에 따라 낙엽이 떨어지고 봄에는 새로운 잎을 만들어 여름을 맞이한다. 나무를 보는 데에는 마음을 깨끗하게 씻어내기 위함이다. 물과 햇빛만으로 충만한 삶을 누리는 데에는 맑은 생각이 선재했기 때문이다.

맑은 생각을 찾아내기 위해서 매일 간소한 삶의 태도가 필요하다. 돈나무가 그 맑은 바위틈에서 늘 푸름을 자아내듯이 빗물과 햇빛만으로 안빈낙도하는 삶의 지혜가 필요하다. 


겨울나무는 사랑의 물줄기를 뿌리에 내리고 안으로 자기를 수렴하려는 의지야말로 가장 깨끗한 삶이다. 아무 생각 없이 멀리 겨울 산을 바라보고 있어도 마음이 깨끗하게 치유가 된다. 


번잡했던 마음이 가까이 돈나무를 물끄러미 쳐다보면서 마음을 비워둔다. 돈나무는 생활용품으로는 냄새가 나서 안 쓰였고 물속에선 잘 썩지 않아 고기잡이 물품으로 많이 만들었다고 한다. 


정원수로는 이 보다 더 아름다운 나무가 없는 것 같다. 자연의 산들은 스스로 간소함을 지녔다. 겨울나무가 스스로 옷을 벗었다고 하여도 겨울눈과의 만남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겨울나무는 성장이 더디다. 성장이 느린 만큼 나무의 재질이 단단하다. 상처 난 부분을 단단한 옹이로 만든다. 나무는 세월의 역사를 겨울에 쓴다. 멈춰있는 듯 많은 생각을 최소한으로 정리하는 기간이 겨울이다. 나무가 지닌 단단함이며 그것은 세월의 나이테이다. 
                                                                                                                                   

신복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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