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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우면 죽어서도 꽃이 되는 이름 사이에서 그리운

신복남 기자의 ‘어젯밤 어느 별이 내려왔을까?’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1.12.31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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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하나로 견디는 사람들. 노숙이 아니라 햇빛 하나만 있으면 만족하는 사람들. 들판에 흩어져 피는 꽃들에 하나하나 아름다운 이름을 지은 사람들. 


봄부터 가을까지 꽃이 피고 질 때마다 그리운 사람들. 이제 한해가 지나가려고 머뭇거리는 사람들이 그리워진다. 얼마나 그리우면 죽어서도 꽃이 되는 이름들. 삶의 흔적들은 살아있을 때 정이라 말하리. 마른 나뭇가지에 추위에 떨고 있는 새들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서로 말을 건네며 정을 나눈다. 


겨울 햇빛은 가늘지만 그래도 공으로 받기에는 미안한 듯이 지난 영광의 햇빛을 그리워하면서 지나간 운명을 낱낱이 밝힌다. 꽃대 하나에 꽃을 하나 달아 놓은 창출은 아직도 꽃 모양 그대로다. 산 너머 또 산 너머 그리운 사람들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오히려 마른 꽃이 너의 얼굴을 가장 깨끗하게 낮달을 마주하고 있다. 잎이 말라 떨어진 자리마저 너의 심장이 두근거린다. 창출은 백주와 삽주라고 부른다, 예부터 이 식물을 비위를 튼튼하게 효능이 있어 소화 기능을 강하게 한다. 순환기 기능에는 이보다 좋은 약제가 없을 정도로 옛날 한약방에는 이를 가장 귀중하게 여겼다고 한다. 


12월의 산마루에서는 빨간 명감나무가 돋보인다. 그 옆에 마른 꽃 삽주 꽃이 아직도 시들지 않고 있다. 가을에 꽃은 그리 화려하지 않지만 소소한 맛이 제격이다. 산에서 피는 꽃들은 여백을 남겨놓고 꽃자리를 만든다. 삽주는 한 가지에 하나만 핀다. 그 대신 꽃 바로 아래 잎사귀가 받치고 있다. 이따금 새소리만 지나갈 수 있도록 조용한 곳에 불현 듯이 피어있다. 


산길을 가는 데에는 마음과 생각이 다시 피어날 수 있도록 그 목적이 있다. 아직도 꽃을 찾아 헤매면서도 머리에 백발을 세지 않았다. 어느 듯 머리에는 백발이 되어가는데도 꽃을 향한 마음은 시들지 않았다. 12월의 마른 삽주 꽃도 이른 봄에는 그 자리에 새순으로 내어주겠지. 보슬보슬 봄비에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하면서 세월의 무게로 쓰러지겠지. 


그래서 현재에 살고 오늘에 살고 지금 당장 살고 순간 감사함을 잊지 않겠지. 가장 진실하게 사는 것은 세월을 아끼는 데에 있다. 나와 관련된 모든 것들을 불만족을 가질 수 있지만 돌아서면 잊는다. 


내가 아무리 멀리 간다고 하더라도 지구를 나를 받치고 있고 햇빛은 나를 따라오고 있다. 


창출 꽃은 봄에 씨를 뿌리고 여름에 무성한 잎을 기르며 가을에 씨를 받는다. 붉은 상치 잎은 그 추운 겨울에 정맥이 흐른다. 현재 살아있음으로 가장 가치 있는 삶은 눈물이다. 산길에서 삽주 꽃이 아직도 꽃의 자태를 갖추고 있는 데에는 지난 가을에 눈물로 피어 있기 때문이다. 어릴 때 풍금 소리가 지금 산 속에 꽃을 보게 할 줄이야 꿈에도 생각 못 했다. 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가장 진실하게 사는 것이다. 


 신복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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