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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추위마저 사랑의 손길로 쓰다듬으며 봄을 기다리는

  •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 입력 2022.01.14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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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를 넘어가다보면 아직도 넘어야 할 재가 남아 있다. 
추운 솔바람 소리에도 지상에서는 따뜻한 삶이 있다. 아직 들리지 않는 개울물도 그 가슴속에선 따뜻한 피가 흐르고 있겠지. 이름 모를 새들도 나뭇가지에서 서로 속삭이며 입김을 불어넣고 있다. 푸른 잎들이 어디로 떠나고 싶은 걸까. 


서로 얼굴을 비비며 다짐해본다. 
봄이 오면 두 날개를 펴면서 고갯마루로 떠나고 싶다고 한다. 숨겨둔 마음이 그리 높지 않은 능선을 오르면서 비로소 그리움이 되나니 엷은 미소를 짓게 한다. 아직 봄 산은 멀리 있지만 이따금 부엉이 울음소리에 생각하는 사람이 있어 긴 밤도 짧다. 여울물 소리는 아직 가늘다. 

 

장차 봄이 오면 한참 동안 그곳에서 머물고 싶어질 것이다. 늘 푸른 잎들은 차가운 겨울밤에 푸른 별을 보기 위해서다. 마른 솔잎을 제치고 나온 꽃망울은 지상에서 가장 따뜻한 열망이다. 그 꽃망울 속에 사랑과 미움이 있더라도 사랑의 이름으로 가장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차가운 돌 옆에 가장 깨끗한 마음이 있어 외롭지 않고 근심이 찾아오더라도 어느 날 갑자기 잃어버린다. 같은 높이의 잎과 꽃이 약간 떨어져 있어 아름다움이 배가 된 데에는 서로의 믿음이다. 


지나온 날들이 죄와 허물로 상처가 있을지언정 그 운명을 사랑하는 일이 있어 깊은 산속에서도 따뜻한 삶이 되겠지. 푸른 잎사귀가 벌레가 먹은 흔적이 그 잎사귀에 푸른 별들의 향하는 마음을 없애지 못한다. 한 조각의 선함이 삶 전체를 덮고도 남음은 우리가 살아가는 운명인지도 모른다. 마음의 핵심만으로 따뜻한 열망을 가질 수 있다. 보기에는 푸성귀 같은 삶에도 마음이 따뜻하면 그 사람은 아름다운 사람이다. 겨울 산속에 먹을 것이 없을 때 가끔 춘란을 띄어 먹는 노루는 모두 잘라 먹지는 않는다. 


한두 잎사귀만 먹는 흔적을 많이 보인다. 이것이 자연환경에서 자란 모습이다. 세사 풍파에도 살아남는 운명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춘란을 보춘화라고 부른다. 봄의 길을 연 야생화다. 겨우내 꽃망울로 움츠려 있다가 이른 봄에 꽃대를 올리며 은은한 향기로 핀다. 난초과는 은난초, 새우난초, 병아리난초, 약난초 등 수많은 종류가 있단다. 


매서운 추위를 견뎌내야 이른 봄에 꽃이 된다. 흔히 산에서 보이는 춘란은 추운 겨울이 있어야 꽃을 피운다. 어쩌면 사람 사는 것과 별다름이 없다. 먹고 살기가 힘들어야 자식 번창을 한다. 생각하는 사고도 깊어진다. 
외부로부터 오는 어려움이 내적으로 강인하게 한다. 자연 속에서 스스로 살아가기가 어려워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다. 


춘란은 소나무 낙엽을 이불 삼아 겨울을 견딘다. 푸른 잎 속에서 스스로 살을 찌우고 내면에는 언제나 따뜻한 피가 흐른다. 가장 부드러운 부엽토 속에서 가장 깨끗한 뿌리를 뻗는다. 강인함과 부드러움 그리고 따뜻함이 있는 세상 어느 곳에서도 너를 생각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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