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될 때 몸에선 꽃이 피어나요

지방행정의 달인 환경산림 분야 나무의 달인 오찬진 완도수목원장

  • 김형진 기자 94332564@hanmail.net
  • 입력 2022.02.11 10:07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풀잎에 젖어 있는 이슬의 숨소리를 듣고, 초록 사이를 누비는 햇빛의 눈빛과 눈을 맞추며, 잘 말린 나뭇잎을 굴리는 바람의 심장과 교감한다.


온몸으로 껴안는 숲의 뜨거운 심장 소리에, 바람의 혈관을 따라 산에는 생기로운 피가 돌고 바위는 쩍쩍 금이 가는 것이니, 만상에 물들어 버린 자연의 고요와 전율이 동거하는 자연의 시집 속 오솔길을 걸어 보라. 


어느 새 대지의 기운이 온몸을 지피고 나면 온몸에선 소름처럼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날 것이다.


지난 주, 국내 미기종인 완도술꽃나무를 취재하던 중 오득실 전남산림자원연구소장과 몇 마디 나누다 전해듣게 된 오찬진 완도수목원장. 


완도군이 해양치유와 더불어 대형 국책사업으로 추진 중인 국립난대수목원 조성사업.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사업으로 선정되면서 수목원이 지니는 기능과 역할을 넘어 기후변화 대응 거점으로 조성되는 국립난대수목원의 가치를 들어보고자 오찬진 원장에게 인터뷰를 청했다.   

 

 

1963년 곡성 출생, 전남대학교 임학박사이자 첫 근무지가 완도수목원으로 17년간 근무했다고. 이후 오 원장은 나주 산림자원연구소 산림바이오과장을 지내다가 2022년 1월 완도수목원장으로 부임했다고.
받아본 이력 또한 실무와 연구 능력을 겸비한 듯 「새로운 수목대백과 도감」, 「식물의 쓰임새」, 「숲을 말한다 나무 이야기」, 「나무야 나무」 등 10여권이 있으며, 2018년 대한민국 지방행정전문가를 선발하는 제8회 지방행정의 달인의 환경산림 분야 나무의 달인으로 선정되었단다.


완도술꽃나무을 발견한 이야기와 발견했을 때 느낌을 묻자, 오찬진 원장은 "지난 30여 년간 나무와 풀을 보기 위해 전국의 산과 섬을 헤매고 돌아다니다보니 국내 미기록종인 완도술꽃나무를 국내 최초로 발견하는 행운을 누리게 되었다"고 했다. 
완도술꽃나무는 과거에는 일본에만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기부시, 통조화로 불리며 식물원이나 수목원에서 관상용으로만 심어진 것을 종종 볼 수 있는 정도였다고.


발견과정은 생일면 인근 무인섬을 찾아 기후변화에 대응하고자 전남지역 희귀·특산식물을 모니터링하던 중, 뜻밖에 200여 그루가 자생하고 있는 완도술꽃나무를 발견하게 되었다고. 그 후에도 무인섬을 탐방하면서 지속적으로 관찰했으며, 2016년 11월 13일 열매를 확인하고서야 그것이 완도술꽃나무임을 최종 확인할 수 있었단다. 


일본산과 비교하기 위해 2017년에는 일본 대마도에서 완도술꽃나무를 채집해 와 DNA를 비교․분석하여 일본 개체와 같은 종임을 밝혀, 그동안 일본 특산종으로만 알려졌던 통조화(국명 완도술꽃나무)의 국내 자생을 확인하여 홍보했고, 2018년 한국자원식물학회에 「국내 미기록종 통조화 발견」으로 발표하였다고.

 

 

완도술꽃나무는 최초 발견지 지역명과 꽃 모양이 장식용으로 달리는 여러 가닥의 실을 의미하는 뜻으로 쓰이는 “술”을 고려하여 “완도술꽃나무”로 명명하게 되었는데 완도술꽃나무과(Stachyuraceae), 완도술꽃나무속(Stachyurus), 완도술나무(Stachyurus praecox), 1과 1속 1종으로 우리나라 자생식물이 과, 속, 종이 한 개씩 늘어난 것은 드문 사례여서 식물분류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단다.


가장 어려(아쉬)웠던 순간을 묻자, 오 원장은 자동차 트렁크에는 며칠씩 집을 떠나도 생활할 수 있는 일상용품들과 카메라를 담아 놓은 배낭이 있다고. 
그 배낭을 메고 나무와 풀의 꽃, 열매와 분포자생지를 조사하기 위해 우리나라 전국의 산과 들, 수많은 섬들 다니면서 다쳐서 여러 차례 병원 신세도 졌단다. 


그 중에서도 섬오리나무를 찾기 위해 갔던 보길도 계곡에서 미끄러져 갈비뼈가 부러지기도 했고, 또한 산을 다닐 때는 새로운 식물을 보기 위해 등산로가 아닌 능선부와 계곡쪽을 헤매고 다니다가 고흥 봉래산에서 왼쪽 무릎 연골이 찢어져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고. 지금도 주말이나 휴일 등 시간만 있으면 식물을 촬영하기 위해 다니는데 양쪽 무릎에 통증이 있다고 했다. 금년 6월 쯤에는 설악산 대청봉에서 자라는 홍월귤, 노랑만병초, 이노리나무, 눈잣나무 등 고산식물 꽃을 보려고 계획하고 있는데 다친 무릎이 걱정된다고.


가장 기뻤던 순간은 여가시간이면 전국의 산과 들, 섬을 찾아다니며 나무와 풀을 보러 떠나는 식물에 대한 열정적인 관심과 사랑은 일상 속 취미이자 특기인데, 결국 직업으로 이어지게 됐단다. 
영광스럽게도 새로운 식물 완도술꽃나무를 발견하고, 직접 새로운 이름을 명명하여 학회에 발표하여 인정받은 것이 가장 기뻤던 순간. 


"이는 식물분류학자나 동호인이라면 누구나 희망하는 꿈입니다"

 

 

2018년에 행정안전부에서 주관하는 대한민국 최고 지방행정전문가를 선발하는 제8회 지방행정의 달인환경산림 분야 「나무의 달인」으로 선정되어 연구결과가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것도 기뻤던 순간이라고.


국립 난대수목원을 위한 현재의 계획과 앞으로의 가치에 대해 오찬진 원장은 "2020년 12월 국립난대수목원 대상지가 완도수목원으로 선정되었고 1,900여억원의 국비가 투입될 예정이다. 금년 1월에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사업으로 선정되었으며, 예비타당성조사는 중장기 투자계획과의 부합성, 사업계획 구체성, 시급성 등을 전반적으로 평가하게 된다" 


"국립난대수목원은 산림청의 기후대별 국립수목원 확충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되었으며 식물자원연구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한반도 남부권에 조성되는 대형프로젝트로 이르면 2024년에 착공하여 2026년 부분개장을 거쳐 2030년 완전개장할 계획이다" 
"400ha의 규모에 전시관람지구, 서비스교육지구, 보존복원지구, 연구지원지구, 배후지원시설 등 특성화 된 5개권역으로 조성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완도는 전국에서 가장 큰 3,456ha의 난대림이 분포하여 이는 전국 난대림 면적의 35%를 차지하고 있는데, 그 중 완도수목원은 2,033ha를 차지하고 있어 국내 최대 난대림 및 희귀 동식물이 분포해 우리가 잘 가꾸고 후손에게 물려줄 자연생태계의 보고라고.

 

 

삶을 살아가보면 꽃만 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꽃나무의 줄기, 가지, 잎, 꽃잎의 수, 꽃의 죽음, 꽃의 그림자를 보는 사람이 있다. 어떤 사람은 바람에 흔들리는 꽃잎, 가지의 흔들림, 보이지 않는 뿌리를 허공에 그려보기도 한다. 또 어떤 사람은 오늘의 꽃을 있게 한 어제의 씨앗을 생각하고 어떤 사람은 꽃을 탄생시킨 숲의 가치를 보며 자연의 자비가 인간에게 어떻게 베풀어지는 지를 생각한다. 자기 속에 있는 무한한 자비로움을 깨닫고 그 자비로움을 세상에 풀어놓기 위해 아낌없이 주는 나무와 같은 사람 오찬진 원장이었다.                

저작권자 © 완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