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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의 힘으로 소수를 짓밟는 건, 협동조합 이념을 반한다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2.04.29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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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월) 강진완도 축협에서는 조합 정관에 명기된 임대의원(대의원+이사)  강진  완도간 5:5 비율이던 이사 정족수를 강진5: 완도 2비율로, 대의원은 강진 37명:완도 16명으로 전체 조합원 투표로 결정했다. 


강진완도축협의 임원과 대의원 수는 2007년 합병 당시, 완도축협과 강진축협 이사는 각 6명씩 총 12명, 대의원은 각 33명씩 총 66명으로 합병 계약서를 체결하고 완도 조합원들은 출자금 40% 감자하면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이를 승인해 이뤄졌다. 


완도의 조합원들은 "그 당시 강진축협 조합원은 1506명(현재 994명)이었고, 완도축협 조합원들은 1798명(현재 320명)으로 완도가 더 많았고 40%의 감자를 통해 5대5의 비율을 지켰는데,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고 전체 조합원들의 투표로 임대의원의 수를 결정하겠다는 하는 것은 약자를 대변하는 협동조합을 사설회사로 만들겠다는 말과 다름없다"고 밝히고 있다.


신뢰와 협력이 바탕이 돼 강자에 맞서 약자들을 대변하기 위해 설립된 협동조합의 이념에 비춰볼 때, 이번 강진완도축협의 행태는 협동조합 이념에 크게 반하는 일이다.


완도군과 강진군은 같은 농어업군이지만 완도의 경우, 환경 여건이 훨씬 열악하고 불리한 곳으로 이곳에서 축산 경영을 꾀하고 있다는 점은 국내 축산 전반에 비춰볼 때도 마땅히 보호받아야할 대의적 명제다. 축협의 일면에선 시대에 발 맞춰 무엇이 더 풍요롭게 하는 지를 고민하고 내린 결론이겠지만, 협동조합의 경우는 시류에 편승하기보단 약속된 바를 이행하면서 신뢰를 지키는 것이 더 궁극에 자리하고 있는 협동조합의 실현성으로써 이번 결정은 신뢰에 기반한 협동조합 리더십이 형성되는 것을 지극하게 방해하는 일. 사회적 관계의 믿음을 깨뜨리는 배반을 수반하기 때문에 결국에는 다시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남길 것으로 보인다. 


협동조합은 사회적 자본이 높고 사회적 부채가 낮은 사회를 지향한다. 사회적 자본이 높은 사회는 도덕과 법, 협력과 신뢰를 존중하는 사회이고 사회적 부채가 높은 사회는 거짓과 위선이 춤추고 도덕과 준법의식이 낮은 사회이다. 원칙이 고수되지 않고 편리나 이익에 따라 다수의 힘으로 소수를 짓밟는 사회는 신뢰와 협력의 사회라기보단 자본주의적 계급사회로 가고 있다는 방증. 신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방향이 다수가 소수에게,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는 것. 


전세계 코로나 펜데믹으로 앞으로의 사회는 가치가 평가받는 ESG 경영(지속가능)이 주류가 될 것으로 대기업과 지자체 또한 경제 침체의 탈출구를 협동조합에서 찾고 있다. 이는 소득분배의 불평등을 축소하고 민주주의 공간을 확장하는데 이바지하는 한편 신뢰의 네트워크를 강력하게 창출하는 협동조합이 일익을 담당하고 있음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런 시점에서 강진완도축협이 보여준 이번 행태는 소의 뿔을 바로 잡으려다 소를 죽이는 교각살우의 전형. 


협동조합 목표인 인간존중의 바탕에서 인격적 평등과 경제적 지위 향상이 저절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 강진과 완도의 신뢰가 무너졌다는 것, 지역의 아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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