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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유하고 고결한 마음, 5월의 새순을 보라

  •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 입력 2022.05.05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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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피다가 지는 일 없이 간다. 복사꽃 갑자기 나타났다가 지는 일 없이 가고 만다. 앵두 꽃은 그렇고 자두 꽃도 그렇고 수 만리 피었다가 지는 없이 가버렸다. 
온도와 햇볕의 양의 따라 꽃이 되었다가 어느 날 지는 일 없이 하나의 태자리만 남겨 두고 떠났다. 아기 때는 그 자체가 꽃인 줄도 모르기에 꽃이 보이지 않는다. 세월이 한참 지난 후에야 꽃이 보인다. 

 

유독 어머니가 강렬한 빨간 꽃을 좋아했다. 지난 세월 속에서 안으로만 삭였던 어머니는 나이가 들면서 마음의 뜰 속에 빨간 꽃이 자리를 잡는다. 5월의 감잎처럼 가장 연한 잎으로 다시 태어나는 어머니. 세상 살아가는 방법은 싸우지 않고 지고 사는 것이다. 


죽은 줄 알았던 오동나무가 갑자기 꽃을 피운다. 아는 것이 많아도 듣는 데에 익숙한 5월의 잎들은 눈이 부시게 아름답다. 감잎은 멀리에서도, 가까이에서도 눈을 뜨고 볼 수가 없을 정도로 부드럽다. 자연은 그렇게 피었는지도 모르게 피었다가 지는지도 모르게 흘러간다. 


이때쯤은 감잎은 아기의 손처럼 부드럽다. 만져보지도 않아도 그 마음을 알 것 같다. 감잎과 오고 가는 마음은 순해지길 바란다. 


내 마음의 풍경은 5월이다. 당신의 몸은 딱딱하게 굳어졌어도 그 마음의 손길을 전하는 손은 언제나 잊히지 않는다. 가장 부드러울 때 감잎을 따서 말린 차는 콜레스테롤을 낮춰 피를 깨끗하게 하고 이뇨 작용에도 탁월하다고 한다.

 

몸에 독소를 제거해 피부를 깨끗하게 한다. 누런 감꽃은 언제 피었는지도 모른다. 땅에 떨어진 후에야 감꽃이 피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찔레꽃 5월의 향기 속에 묻어 한참 잊고 살아왔는데 가장 온유한 계절에서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기억은 가장 아름다운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게 만든다. 그동안 미워했던 사람도 5월의 향기 속에서 감사함으로 표현한다. 이 계절은 그냥 바라만 보아도 아름답고 향기롭다. 감잎처럼 순하게 살아가라고. 감잎에 가려져 감꽃이 피었는지도 모르게 지고 없더라. 


어머니 사랑은 언제 피었는지 모르게 지고 없더라. 그 자리에 가장 순한 물결만 일렁인다. 땡감이 떨어져 물에 담갔다가 순하게 만든다.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것이다. 굳이 알려주지도 않는다. 


먼 훗날 감꽃이 언제 피었는지 알게 될 것이다. 꽃이 지는 줄을 누가 알겠는가. 세월이 흘러 나이가 들면서 지는 순간만큼은 기억할 것이다. 
5월의 새싹들이 여기저기서 돋았는데 그 새싹을 매만지는 사람이 없다. 


5월의 집들 사이에 감잎을 보면서 산천은 의구한데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 5월의 새순들은 생명에 대한 고결한 마음인데 새 생명들이 보이지 않는다. 연하디연한 감잎은 세상을 부드럽게, 온유하게 살아가라고 한다. 세상을 꿰뚫어 보려면 굽어 돌아가는 강둑에서 연한 새순을 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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