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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꽃 속에서 웃고 우나봐

  •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 입력 2022.05.12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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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사람 집에 하얀 수국 한 그루가 있다. 너무도 수수해서 그 집을 자주 간다. 그 꽃이 먼저 주인 보다 나를 반긴다. 
마음의 빛깔은 보이지 않지만 이렇게 꽃으로 보이나 봐. 꽃을 보고 자연을 보고 우리는 그 마음 따라 살아가나 봐. 자연에서 야생화도 좋지만 집에서 길러보려고 세 그루 수국을 샀다. 한 그루만 집에다 심고 나머지는 수국을 보러 간 집과 수국을 좋아하는 집에 주었다. 


잔잔하게 웃음 석인 목소리가 수국 옆에서 수다를 한참 떨어도 곧 떠나버릴 같은 오월이 아름답다. 논에 물이 들어오면 찔레꽃 향기 가득하고 들판에 보리 꽃 익을까 말까 하는 풍경은 어느 계절이 말해주겠는가. 이제 밭에 고추가 진초록으로 변하고 있다. 고추 옆순으로 나물도 제격이다. 


오월의 계절은 나날이 변하는 초록의 풍경도 아름답다. 가만히 있어도 꽃향기가 다가오고 만물이 생동하는 계절 때문에 힘을 얻는다. 
사물도 마음만 주고 사랑스럽다. 그런데 생동하는 야생화는 어찌하겠는가. 요즘 시대에 사람이 없다. 그래도 사람 속에서 위안을 얻고 웃음의 꽃이 피는데 말이다. 꽃이 사람인 양 대화를 한다. 


너는 이 세월을 어떻게 알고 꽃을 피웠냐. 자연의 속삭임을 세심하게 귀 기울여 본다. 수다스럽게 핀 수국이 조용하게 앉아있다. 


수천 가지 잔잔한 웃음들이 모여 있다. 일하고 돌아오면 너는 수수한 옷차림과 하얀 웃음에 나는 너를 바라본다. 그 옆에 노란 쑥갓 꽃이 저녁 냄새가 향기롭다. 이 땅에서 60년 이르러 너의 이름을 불러본다. 이 지상에서 내 곁에 있는 친구들은 꽃과 향기만 있어다는 걸. 어릴 때 어머니가 찔레꽃을 따다가 떡을 만들어 주었다. 


그 떡에서 나는 향기는 내 마음에서 영원히 꽃이 피고 있다. 꽃이 항상 내 옆에 있어야만 하는 이유는 정직함이다. 그 자리에서 꽃을 피우고 가만히 앉아서 바람과 하늘과 구름하고 대화를 하고 있다. 이보다 고결한 종교가 어디 있겠는가. 자연은 선한 종교다.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열매를 맺는다. 수국 꽃이 아니다. 꽃받침이 꽃모양을 만들어 벌을 유인한다. 삶의 진실은 자손 번창이다. 어떻게 하든 자식을 건강하게 낳아 잘 기르면 인류의 평화이고 문학이다. 가장 아름다운 만남은 천륜이다. 아낌없이 주고 떠나는 부모님. 


그 속에서 또 위대한 사랑을 낳는다. 수국 꽃이 아낌없이 꽃을 피운다. 오월의 찔레꽃향기 속에 수국 꽃이 하염없이 피었다. 사랑은 위대하나 세월은 또 흘러 간다. 수국 꽃 옆에서 한참동안 웃고 있어도 쓸쓸한 구석이 항상 따라다닌다. 그래서 꽃 속에서 웃고 우는 것 봐. 얼마나 더 살아봐야 슬픔이 없을까요. 수국 꽃 옆에서 한참 동안 수다 떤 소녀들을 보고 싶어요. 너무 외로움이 깊어지면 꽃을 피울 수 없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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