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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번의 붉은 열정으로 너를 품었을 때

  •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 입력 2022.05.26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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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언덕에서 꽃 지는 일이 흔한 일이다. 지고 피는 양귀비꽃. 사랑한다는 것은 즐거움만이 아니다. 행복은 아주 자그마한 씨앗 속에 있다는 것을 양귀비꽃을 보면 안다. 


박주가리 씨처럼 멀지 가지 않기. 내 걸음만큼 사랑하기. 그리움 한 주먹 안고 있어도 펴보면 그 아래 꽃 씨 떨어지는 순간만 보다가 그게 싹이 돋고 꽃이 피는 붉은 마음이 6월의 언덕으로 천천히 다가온다. 


들판에 보리 잎 마른 냄새가 나면 논에 물이 들어온다. 담장 넘어 장미꽃 붉어지고 사랑도 붉다 못해 석류꽃 입술에 두껍게 핀다. 꽃잎이 바람에 너울거리는 양귀비꽃은 너의 마음을 닮았다. 
돌아서면 옷자락이 흔들리는 바람이 흐르는 물결이 되고 그 마음 어디에다 둘 곳이 없다. 머물 곳 없는 정열이여 영원히 변하지 않는 꽃잎이여 나는 그곳에서 잠시나마 머물고 싶어라. 6월의 언덕에서 정열의 얼굴을 보았네. 수줍지도 않고 당당한 그 모습이 이젠 우리의 사랑이라 말하리. 붉은 잎 속에 눈물 한 주머니를 달아놓았다. 


그게 인생의 긴 여정이라고 한다. 말을 하여도 알아듣지 못한 그 세월은 붉은 눈물이라고. 사랑한다고 열 번 말을 하여도 단 한번 붉은 열정을 보았다면 그 꽃씨 절대 놓지 않겠네. 
6월의 강물은 천천히 흐른다. 


떠나는 사람도 돌아오는 사람도 없이 그렇게 6월은 천천히 흐른다. 아마 붉은 마음 때문이다. 그동안 고뇌했던 마음도 이 꽃 앞에선 한마음으로 내려놓는다. 마음도 무게가 있다. 지구 끝에서, 지구 밖에서 변하지 않는 마음의 질량은 양귀비 같은 사랑일 것이다. 


이 땅에서 발을 맞대고 사는 것도 마음의 무게 때문이다. 사랑할수록 마음의 질량은 커지고 이 지상에서 이름이 아름답게 새겨질 것이다. 6월의 붉은 마음들이 강물로 모인다. 
이젠 우리는 천천히 가기. 멀리 보지 말고 가까운 곳을 보기. 떨어지는 꽃잎도 없는 초록을 보기. 아주 작은 씨앗들 사이에 눈물주머니 속에 세월을 보기. 숨기지 않는 너의 붉은 얼굴 당당하게 보기. 붉은 마음 터트려 하염없이 흐르고 싶은 눈물. 이것이 마음을 맑게 하는지도 모른다. 이 지상에서 그 이름이 향기롭다. 죽도록 사랑하여라. 


붉은 마음이 꽃이 되기 위해서 마음의 질량을 높이는 것. 산에서나 들판에서나 산 넘어 산에서 꽃이 된 사람들이 있다. 이들 곁에 있으면 마음이 충만해진다. 붉은 양귀비가 조용히 다가온다. 


소리 없이 지나가는 바람은 그곳에 계속 머물고 싶어 한다. 이들은 멀리가지 않고 가까운 곳에서 서로서로 얼굴을 비빈다. 
붉은 꽃이 더해지면 그 눈물도 하나가 될 것이라고 한다. 어디에 가도 꽃이 된 사람들은 지금 양귀비 꽃 옆에서 눈물 꽃 만지고 있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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