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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향기, 하얀 눈꽃이 되어 눈맞춤할 때

  •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 입력 2022.06.03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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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담장에는 빨간 장미꽃 향기롭다. 돌담 위에 초록빛 물들었다. 마삭줄이다. 작은 팔랑개비 모양을 달고 6월의 향기를 대변한다. 꽃냄새도 진한 향수처럼 코를 찌른다. 


모든 생물은 탄생과 동시에 진화가 시작된다. 진화는 유전, 변이, 선택을 하면서 자동으로 일어나는 과정으로 진화를 거듭해왔다. 식물은 자체적으로 물과 이산화탄소와 빛을 이용해 에너지를 얻는다. 


동물처럼 다른 음식을 이용해 에너지를 만들지만 식물은 그 자리에서 앉아서 에너지를 만든다. 무기화학과 유기화학을 넘나들면서 자연 생태계의 균형을 이룬다. 한발 더 나아가 식물은 창조적이다. 우리 인간에게 무한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6월의 초록은 우리의 눈을 건강하게 만든다. 산천은 멀리 보라고 한다. 가깝게 있는 꽃들은 꽃향기로 물들게 한다. 오늘 우리가 살아갈 식량은 차고 넘친다. 먹고 마시는 것도 중요하지만 마음으로 먹는 음식은 참으로 중요하다. 6월의 담장에 마삭줄꽃이 수없이 박혀있다. 


누가 심어놓지도 않았는데 그들은 어느 날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수천 년 진화와 돌연변이를 거듭하면서 여기까지 왔다. 그것도 그들만의 향기를 지니면서 담장과 담장 사이를 건너왔다. 


우연한 기회에 우리는 운명을 맡길 때가 있다. 그것이 긴 여정을 거듭하면 진리가 된다. 당장 눈앞에 이익만 생각하는 우리 인간에게 학습하게 된다. 역사와 철학 그리고 문학은 식물에서 태어났다. 엽록체가 단순히 화학적 작용으로 에너지를 만들지만 그 이상의 상상력을 만들어낸다.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은 눈물도 많다. 


눈물은 우리 몸 전체를 잘 흐르게 하는 신진대사다. 꽃을 보고 즐거워하고 슬퍼하는 감정은 동화작용과 이화작용이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지만 이런 작용들은 진실한 삶을 추구하게 된다. 육신은 늘 한계에 직면해 있지만 마음은 늘 넓고 깊게 살아갈 이유는 다른 이들과 교감신경이다. 


마삭줄이 담장 위에 더불어 살아가고 있다. 담장을 보호해주면서 삭막한 골목길을 서정적으로 만든다. 마삭줄꽃은 아주 작지만 꽃향기는 담장 넘어온다. 식물들은 수 천년 동안 우연한 기회를 활용해왔다. 그러면 꾸준히 향기로운 DNA를 창조해왔다. 
세포 내에 그들만이 유전인자를 가지고 있으면서 모두가 함께 잘 사는 창조적 생명체다. 


마삭줄은 담장 위에 머물러 있지만 향기는 철 따라 변화하고 있다. 한 번이라도 마삭줄 하얀 꽃에 눈이 맞주치는 사람은 향기로운 사람이다. 너의 향기, 나의 향기가 서로 합치는 날은 담장 옆에서 마삭줄 곁에 있는 사람들이다. 우연한 기회에 만나는 사람이 오늘도 귀한 꽃이다. 매일 꽃처럼 살 수 없어도 골목길 접어들 때 꽃향기 나는 사람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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