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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이 점이 많았던 소녀는 지금 어디에서 늙어갈까

  •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 입력 2022.06.16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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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들지 않는 여름날의 꽃들은 얼마나 그리움 많으면 꽃잎 날카롭게 피어서 하늘로 송이송이 달렸을까? 
뜨거운 청춘도 잠들 땐 꿈속으로 눈물을 감추는데 별안간 파란 하늘도 무너져가는 밤에도 갈대숲 흔들리는 그리움 촉각처럼 온 몸에 붉은 열망으로 꽃처럼 피어있는 참나리. 티 없이 맑은 하늘에 주홍빛 맑은 햇살에 고운 얼굴도 사랑이 없으면 꽃이 아니다. 


비바람에 땅에 엎드리어 있어도 사랑이 있으면 상처 속에서도 꽃은 아름다워진다. 참나리는 나리과 중에서 키가 제일 크다. 어디에서든 잘 자란 야생화이다. 
산과 들의 풀밭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로 6~8월에 줄기 끝에서 4~20여개의 황적색 꽃이 밑을 향해 피어나며 뒤로 말리는 6장의 꽃잎에는 흑자색 반점이 아름다워 관상용으로 많이 재배되고 있다. 얼마나 사랑했는가에 대해선 삶의 농도 있게 마련이다. 산에서 그냥 꽃이 피어 있다면 얼마나 상막한 일이 아닐까? 


그 꽃 속에 삶을 노래하고 푼 사랑이 있기에 산에 들에 꽃이 피어 있는가 싶어진다. 드높은 하늘도 사랑했기에 찬란한 햇빛이 꽃잎에 쌓이게 된다. 하늘로 흔드는 참나리꽃잎도 사랑 안에서는 꽃잎이 하늘을 다시 흔들리게 하는 참나리 꽃. 삶을 짙게 사랑하다가 눈물 나게 고개 숙인 그대를 보고 어느새 그대 속에 있는 나를 발견하고 산에 산꽃들을 사랑하게 됐다. 산길을 지나 어느 마을로 가는 길에서 참나리 꽃이 활짝 얼굴을 내밀고 있다. 이 마을 사람 중에 그리운 아저씨 마음이 이 길 따라 올라가면 참나리 꽃 모양의 미소를 짓고 나를 반긴다. 


사랑한 사람, 그리운 사람 옆에 없어서 활짝 핀 참나리 꽃모양보다 더 크게 눈물이 고인 아저씨는 봄에 담겨 둔 진달래 꽃술에 흠뻑 취해있다. 하얗게 점을 빼는 시대보다 새까맣게 점이 있는 시대가 더 그리워진다. 가끔 그 사람의 허점이 보일 때 그것이 가장 정의롭다. 


시간이 지나면 모두가 진실해질 것이고 생명이 다할 때 가장 처연하게 아름다운 향기가 되자. 붉은 석류꽃이 떨어지더라도 그대로의 꽃이 되자. 온 힘을 다해 꽃이 피었으나 질 때에도 떨어지는 순간마저 사랑하자. 한 평생 꽃이 되고자 매일 눈물을 만드는 이들이 있기에 이 세상이 따뜻하다. 계절마다 꽃으로 이야기를 전한다. 


어린 날에 유독이 점이 많은 소녀는 지금 어디에서 늙어갈까. 참나리 꽃 옆에서 같이 살아왔다고 말할 수 있겠지. 내 얼굴에 하나의 풍경화로 보이기 위해 일부러 점을 밖아 놓았다고 하겠지. 그런데 이것이 꽃이 되어서 좋다. 진실로 이미 주어진 환경에서 내가 나를 찾아서 좋다. 내 나이만큼 그대로의 꽃이 되자. 그 사람의 아름다운 향기는 그 마음의 그림자다. 6월의 풍경화는 참나리 꽃에 있다. 붉은 마음을 까만 점으로 새겨 놓았으니 말이다.


 신복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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