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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백이 그리움으로 열릴 때, 너는 꽃이 되었다

  •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 입력 2022.08.04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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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예행연습이 없다. 똑같은 연극의 스토리도 그날의 마음이 상태에 따라 느끼는 이미지가 달라질 수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매일 꽃밭에 물을 주고 꽃을 유심히 바라보면 나날이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습관처럼 매일 반복되는 일상은 나를 깨울칠 때가 많다. 계절을 쉼 없이 바뀌고 이 계절에 무슨 꽃이 피었을까. 꽃들이 불현듯이 다가오면 그 느낌도 새롭다. 


오늘 내 육신은 물질대사가 왕성하게 흐르고 있다. 지난 과거는 죽은 육신이다. 마음과 생각도 마찬가지다. 이른 봄에 심어놓았던 애기부채꽃이 지금 내 신체의 일부가 된다. 
꽃과 내가 하나가 되었을 때 오늘이란 새로운 날이 열린다. 가장 일상적인 것이 자주 반복하다 보면 새로운 상이 떠오른다. 창조적 활동은 거창한 데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내가 가장 편한 곳에서 하나에서 둘로 연결하면 아주 자유로운 영역이 된다. 뾰족한 잎사귀 사이에 어느 날 꽃대가 올라오고 지그재그로 빨간 꽃이 하늘을 향해 꽃이 달렸다. 활짝 웃는 범부채꽃과 달리 애기범부채꽃은 수줍게 웃는 데에 매력이 있다. 꽃마다 개성이 다르다. 아직 피지 않은 꽃망울은 이미 피어버린 꽃을 그리워하다가 꽃이 된다. 


꽃이 피는 시간의 여백으로 하여금 우리의 마음의 영역도 넓어진다. 이것은 바로 창조적 활동이다. 오늘의 신체는 내일이면 또 변한다. 그 변화에 맞게 면역력이 형성된다. 비록 몸은 노쇠해 가지만 마음은 새로움을 창조해간다. 애기범부채꽃은 심홍색, 진홍색, 오렌지, 황금색, 주홍색, 황금색 그리고 노란색에 녹 빛이 섞여 있다. 꽃피는 시기는 7월에서 8월이다. 


땅속줄기의 하나로 녹말 등의 양분을 많이 저장하여 부피가 커져서 둥글게 된다. 이런 형태의 뿌리는 감자, 토란, 쇠귀나물 등이 있다. 이 꽃은 붓꽃과이지만 마른자리를 좋아하기 때문에 길가에서나 화단에서 자주 보인다. 애기범채꽃은 현재의 자신이 되고자 매일 새롭게 단장한다. 자신이 유일무이하기 때문에 비교가 불가능하다. 자기 스스로 규범을 만들고 입법자가 된다. 순수한 마음에서 창조되기 때문에 무엇을 해도 자유롭다. 항상 생각이 차 있다면 매일 단순한 일에 반복해도 좋으리. 꽃대에 바로 붙어 꽃을 피우는 일은 가장 단순하게 핀다. 


또 같은 꽃이 줄줄이 피었다고 자세히 보면 다르다. 크게는 꽃들이 모여 있는 꽃봉오리는 하나다. 
그러나 한 송이 한 송이 꽃을 보면 사뭇 다르다. 가장 어린 눈으로 세상을 보면 진실이 보인다. 애기범부채은 가장 화려한 꽃 색을 내기 위해 여러 색소를 사용하지 않았다. 본연의 생명체를 인정하면서 그 결과에 대해서 재창조해간다. 이른 아침 꽃밭에 물을 주면서 위대한 발견이 시작된다. 완벽하게 갖춰진 곳에서 몸을 일으키지는 않는다. 꽃이 피고 지는 나약함에서 오늘 내가 변할 수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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