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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순물이 섞이지 않는 눈빛으로 너를 바라볼께

  •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 입력 2022.08.18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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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피는 꽃들은 듬성등성 핀다. 좀 쓸쓸하게 피어있는 것 같지만 조용히 들려다 보면 무엇인가 아름다운 이야기가 있다. 


일찍이 글을 남긴 선인들은 산과 강을 빼놓지 않는다. 산과 물은 가장 깨끗한 몸과 마음이다. 아침나절이면 안개빛에 얼굴을 씻고 한낮에는 녹음에 마음을 씻는다. 저녁이 가까우면 노을빛은 내 운명을 노래한다. 산 속에서 가만히 들려다 본다. 


그 작은 섬세함은 마음의 끝을 세워야 보인다. 보이지 않지만 엉켜진 끈들이 이어져 큰 산을 이룬다. 붓 가는 대로 쓰면 된다. 붓끝은 가장 부드럽다. 그러나 산이 그려지고 나무가 숲과 어우러지기는 어렵다. 


또한 그 끝을 세워 자기의 뜻을 세우기란 더욱 어려운 일이다. 이미 가진 것은 벌써 지나버렸다. 아직 오지 않는 내일은 내 앞에 없다. 오늘 순간순간만이 나의 존재를 확실케 한다. 아무 욕심 없이 매일 반복하는 자체가 이루어짐이다. 태몽을 꾸고 태교하여야 한다. 막 태어나면 우선적으로 해야 첫걸음이 있다. 인생은 목포대로 가야하는 게 당연한 일처럼. 무럭무럭 자라 청년이 되고 어른이 되었다. 


그러나 이제부터 무엇을 이루고자 하는 것보다 지나온 이야기를 잘 다듬는 일이다. 젊은 날에 이것 아니면 안 될 것 같았는데 지금은 된다. 없음은 그대로 놔두면 된다. 그 주위에 아름다운 꽃들의 배경이 될 테니까. 


누구와 만나고 헤어짐에 연연하지 않는다. 그것은 세월이 흐르고 나서야 알았다. 사랑도 마음의 때가 묻어야 한다. 세상이 너무 깨끗하면 살 수가 없다. 늙고 병이 들어도 사랑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단다. 사람이 다가갈 수 없는 위험한 곳에 암자가 있다. 사람과 죄를 단절하기 위해 이곳까지 왔을까. 하늘과 가까운 가장 깨끗한 도량도 사람의 일이다. 이곳도 죄와 허물이 많다. 그러나 이것을 어떻게 아름다움으로 이해하느냐에 달려있겠지. 높은 산에서만 볼 수 있는 동자꽃은 아주 귀한 몸이다. 조용한 산사에서만 볼 수 있다. 특히 암자로 가는 길은 높고 험난하다. 


아침 안개가 걷히고 나면 동자꽃이 나타난다. 7~8월 가지 끝에 한 송이씩 피는 꽃은 붉은색, 홍자색, 분홍색, 흰색으로 색이 다양하며 지름은 3cm 정도이고 꽃잎은 5개로 수평으로 퍼지며 수술 10개 암술대 5개이다. 수행은 자기를 부정하는 데에서 출발한다. 


죄와 허물을 덜어내기 위해 지나온 관념의 세계를 부정하는 것이다. 현재 직면해 있는 것들을 그대로 인정하면서 이들과 함께 아름답게 주고받는 데에 있다. 오늘 아름다운 습관은 아주 가냘픈 점들로 이어져 간다. 산사로 가는 동자꽃은 가장 순수하다. 불순물이 섞이지 않는 눈빛은 세상이 다 보인다고. 집착과 관념에 휩싸이면 평화스러운 자유와 아름다운 세계가 보이지 않는다고. 수행의 길을 직접 떠나지 않더라도 텃밭을 가꾸면서 그들과 함께함이여! 외롭지만 그 깊이를 알기에 현재의 삶을 가장 사랑하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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