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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바람이 너의 가슴에서 멈춰 섰구나

  •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 입력 2022.09.23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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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뜨겁게 맞이하리. 남도의 황토 땅에서 그 열정을 지상으로 나오라. 절규를 넘어서 낯선 얼굴이 된 사람아 서역으로 떠나리. 그곳은 우리의 이정표가 있다. 저녁 하늘은 기다리지 않아도 또 이정표 뒤로 떠나리. 바람 한 점에도 흔들리는 꽃잎들은 노래의 음이 되고 마침표 없이 가을 길을 걸어가리. 


그냥 지나칠 수 없이 너의 얼굴 순간 눈길 한 번 준 데에서 긴 세월이 필요했으리라. 생의 법칙은 수많은 세월이 연결되어 여기까지 왔겠지만 그래도 정이라는 마음들이 연결되어 가을 하늘 끝에서 열렸다. 


눈이 부시게 붉은 꽃. 아직 심장이 여리어 너의 눈물을 만들어 구나. 비바람 치는 고난의 끝에서 너의 심장은 빛난다. 가을풍경을 집안에서도 펼쳐진다. 이 콩은 생소하게 보인다. 
자주 보이지 않아서 최근에 귀화한 것 같은데 한자음을 달고 있다. 편두는 콩과에 딸린 여러해살이풀이거나 한해살이풀이다. 원산지는 남아메리카 열대지방이다. 편두라는 이름은 콩이 납작하다고 해서 붙었다. 다른 콩이나 팥에 비해 편두의 단면은 길게 보일 만큼 납작하다. 


제비 콩, 까치콩이라고 부른다. 원산지와 달리 한국에서는 한해살이풀이다. 황토 땅에서 나온 고구마 색깔과 비슷하다. 
땅 위에서 서로 만나는 풍경이 강렬하다. 눈이 부시게 익는다. 살아있는 것들의 무게일 것이다. 서로 무게는 다를지라도 삶의 질량은 어디에서 살아도 같다. 눈물의 씨앗들이 오늘에서 영롱하다. 그 열정의 무게들이 서로 영향을 받고 가슴 깊은 곳에서 자란다. 콩깍지가 열리는 순간도 좀 더 멀리 갈 수 있도록 그 무게를 달아놓았다. 


얼마나 살아봐야 정의 무게를 알 수 있을까. 가을의 열매들은 지상에서 멀리 갈 수 있도록 무게를 줄인다. 지나온 세월보다 간소하게 영글어지기를. 그리고 좀 더 구체적으로 따뜻한 마음이 되기를. 가벼운 가을바람 한 점도 곡식이 익어가게 한다. 낯을 붉히며 낯선 사람들이 되어 또 다른 나그네가 된 사람들도 뜨거운 눈물만큼은 생명을 이어진다. 
한 해를 살아도 그 삶의 무게는 아름다워라. 콩 한 톨 그리움들이 알알이 박혀 아름다운 순간만을 모았다. 운명의 씨앗을 움켜잡고 오늘도 가장 깨끗한 눈부심이 되고 싶다. 


잎과 열매들이 오가는 정은 결코 헛된 시간이 되지 않으리. 내 안에 흐르는 정은 간절한 무게가 될 것이고 그것으로 멀리 가겠다. 
벼 이삭 사이에 간신히 살아남은 고마리꽃도 가장 정직하게 열매를 맺었다. 거기서 없어야 할 운명이 살아남았으니 그게 가장 정직한 삶이다. 높이 나는 제비꽃도 이제 지상에서 쉬고 있다. 땅에 떨어진 씨앗들도 제 몸짓을 줄이고 있다. 좀 더 멀리 가가 위해 무게를 달고도 줄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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