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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가족, 가족은 정(情)으로 사는 거잖아요

누군가의 마지막을 함께하는 사람들 필수노동자 최애리 요양보호사

  • 김형진 기자 94332564@hanmail.net
  • 입력 2022.10.06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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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누구인가?
당신은 왜 지금 이 모습인가?
왜, 늘 꿈꾸어오던 그 모습이 아니고 지금 이 모습인가? 무엇이 지금의 이 모습을 만들었는가?
이것은 불가피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의 결과 인가, 아니면 우연한 귀결인가?  
그렇다면 지금 이대로 좋은가?


그냥 이대로 머물 작정인가?
어디로 가려는가?
어디로 가는 중이었고, 여기가 아니면 어디로 갔어야 했나? 어디로 가면 당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내일이 시작되겠는가?
지금 이 순간의 '나'가 존재하는 근원적인 물음들이다. 
지금 이 순간이란 당신이 찾고자 했던 것들이 당신을 찾아와 당도한 '나'이다.

 

 

최애리 요양보호사.


1977년생. 
청혜요양원에서 근무하고 있다.
요양보호사. 모두가 그러진 않겠지만 업으로 삼았다면 누군가의 마지막을 지켜봐야 하는 사람.
신성한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꼭 필요한 사람들. 
필수노동자다.


요양보호 업무는 65세 이상 노인 또는 노인성 질병을 가진 사람에게 계획적이고 전문적인 요양보호서비스를 제공하여 장기요양 대상자들의 신체기능 증진 및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여 안락한 노후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는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어떻게 이 일을 하게 됐냐고 묻자, 애리 씨는 어르신들의 이미용 봉사를 시작하면서 주위의 권유가 있었다고 했다.


“오늘날의 우리가 그리고 이 땅이 있기까지 이 분들의 헌신적인 희생이 있었잖아요”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충과 효 만큼은 일상의 문제였고 누구나 행할 수 있는 마음의 문제였는데, 세상이 많이 변하여 요즘은 너나 할 것 없이 나이 드신 부모를 가까이서 모실 자식 또한 없다시피 한 실정입니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병든 부모의 경우엔 더욱 그렇습니다. 아들 딸, 며느리도 사위도, 손자 손녀도 누구 하나 선뜻 나서 병든 부모, 늙은 할머니 할아버지를 모시겠다고 나서지 않고 피하는 게 현실이지요” 


“물론 마음이 없어서라기보다 이 사회가 그 만큼 빛처럼 빠르게 변하고 있기에 이를 대처하려고 매일 매일이 전쟁과 같기 때문이겠지요”
무엇이 가장 어렵냐는 말에, 애리 씨는 “사람은 나이가 들면 병들고 나약해진다. 젊었을 때 왕성하게 활동하던 자신의 모습을 그리워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자기를 돌봐주는 사람이 무시하고 함부로 대한다면 자존심에 상처를 받는다. 전문성이 없으면 대처 방법을 모르기 때문에 노인 학대가 일어날 수도 있다”고. 


“삶의 질이 윤택하도록 돌봐주기는커녕 오히려 의욕을 꺾는 행위를 하게 된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전문성과 요양보호사 스스로의 마인드 컨트롤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가장 슬펐던 순간에 대해서는 역시나 죽음을 지켜 보는 것이었다. 애리 씨는 “요양보호사를 시작한 후, 처음으로 하늘나라에 가시게 된 어르신을 봤어요”
“요양원이란 본인이 가고 싶다고 해서 가는 곳도 아니고, 가기 싫다고 해서 안갈 곳도 아니지만, 이곳에 오시면 단순한 직업으로 돌보기 보단 함께하는 가족이 되는 것이지요”


“가족은 정(情)이잖아요”
“미우나 고우나 정으로 사는 것이잖아요”
“그런 분을 보내드렸으니 마음이 너무 아팠죠” 
"그러한 순간들을 겪을 때마다 그 분들께 더욱 잘해 드려야겠다고 생각합니다"
기뻤던 순간도 있었냐고 묻자, 그녀는 “그럼요!”
“사람과 사람이 살아가는 그 안에는 눈물과 웃음 그리고 그리움이 살아요. 그 모든 건 사랑이고요”


“어르신들의 생신 잔치를 해드리고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이를 지켜보는 자녀들이 눈물을 흘리며 감사하다고 말할 때,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못한 일들을 자녀들이 큰 감사로 받아들일 때, 심장이 생동하게 뛰는 게 정말 기쁨이지요”
가장 고마웠던 사람들에 대해서는 톨스토이 단편선 세가지 질문을 꺼냈다.
스승을 찾기 위해 왕이 절묘하게 낸 세 가지 질문, .가장 중요한 때는 언제이고 가장 중요한 사람은 누구이며,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일까?란 질문. 


톨스토이는 가장 중요한 때는 바로 지금 이 순간이고 자신 옆에 있는 사람이 가장 중요하며, 그를 위해 선행을 베풀어야 이 순간을 소중하게 보낼 수 있다고 말한 것처럼, 애리 씨는 노동의 신성함을 함께하는 동료들, 사랑하고 고맙고 그리고 미안한 사람들이라고. 


그러며 자신의 인생에 빠질 수 없는 사랑하는 어르신들이라고 했다.
명심보감에 이르길, 아버지의 정기와 어머니의 피로 그대의 몸이 만들어진 것인 즉, 그대에게 권하노니 늙어 가는 부모님을 공경하고 대접하라. 부모님은 그댈 위해 살과 뼈가 닳았느니라고 했으니, "부모님 같은 당신들이 있어 정말 고맙고 행복합니다"
하고 싶은 말을 묻자, 애리 씨는 “지금은 비록 늙고 병들고 정신이 혼미해져 삶의 마지막 순간을 허망하게 바라보는 요양원 신세지만 그분들도 한때는 꽃같은 청춘의 시절이 있었을 것이며 삶의 에너지가 충만했을 때가 있었을 것이다” "누구나 겪게 되는 일이다. 그래서 좀 더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고.


또 "가끔은 어르신들을 보살피는 일이 너무 힘들때도 있지만 나를 믿고 의지하는 어르신들에게 고맙다"
"그 분들이 힘내라고 할 때, 이 일에 큰보람을 느끼며 더 세심한 배려로 어르신들의 손발이 되어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오래도록 어르신들과 행복한 일상을 보내도록 노력하는 사람이 되고 싶단다.


사진 한 장 찍겠다고 하니, 부끄럽기가 하염없이 수줍은 소녀의 저 모습으로.
나의 진심어린 이 순간은 어머니의 슬픔이 교차되어 이루어진 결정이니, 지상에서 일어나는 어떠한 순간보다도 진실의 순간에 가까우리라. 


 

편집자 주> 치매나 노인성 장애로 고생하고 있는 어르신들을 돌보는 요양보호사의 경우, 돌봄 노동 자체가 존중받지 못할뿐더러 저임금과 열악한 처우로 인해 고용불안과 고용기피 현상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고령사회에서 점차 초고령사회로 바뀌고 있는 한국의 현실, 특히나 완도와 같은 의료시설이 빈약한 농어촌 지역에서의 돌봄 노동에 대한 척박한 사회 인식은 향후 어르신 돌봄 대란이 일어날 확실한 요인이 될 것임은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일이다. 그들을 위한 제도개선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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