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맵고 쓴 내면의 소리도 그리움이어라

  •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 입력 2022.12.02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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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수록 자연에 대한 태도가 많이 바뀐다. 계절마다 큰 변화와 하루아침의 작은 변화를 보면서 위대한 교과서라는 말이 세월이 흘러서야 알게 되니 아쉬움이 남는다. 


인간도 자연의 일부로서 그 자연 속에서 인간을 볼 수 있다고. 남쪽에선 치자나무, 사철나무, 먼나무, 호랑나무가시 등이 있는데 이들도 겨울나기를 준비한다. 봄에 새순을 돋아나기 위해 에너지를 최소한으로 쓰면서 버터 낸다. 


나무는 잎사귀를 떨쳐 에너지를 아끼고 뿌리에 집중한다. 풀은 최대한 엎드려 차가운 바람을 피하고 땅의 온기를 받는다. 봄에 꽃을 피우는 나무는 벌써 꽃망울로 뭉쳐있다. 겨울에 준비하지 않고선 봄맞이를 할 수 없다. 7월의 치자 꽃은 뜰 안에 꽃향기로 가득 채운다. 


겨울이면 열매로써 그동안 시간에 기대어 왔다고 말한다. 겨울 속에서도 생명을 이어갈 준비를 한다. 빈 들판에서 혼자 걸어가는 모습은 얼마나 쓸쓸한가. 
그러나 이러한 자연의 흐름을 본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들길을 가다가 간혹 검붉은 갓이 보인다. 세월이 흘러간 강가에서도 보인다. 낮게 엎드려 차가운 바람을 피한다. 그동안 햇볕을 받아두었던 땅은 이를 보듬는다. 자연은 이렇게 놀라울 따름이다. 


인간은 자연의 일부로서 그 삶을 본다. 나무와 흙, 강물과 돌은 우리의 삶의 일부다. 서로 조화와 균형을 이룬다. 갓은 식생활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채소 잎사귀 중에 가장 맵다. 그 강한 맛을 이용해 반찬을 만든다. 강한 것은 강한 것으로 대흥하여 약하게 만든다.

 

그래서 갓 속에 파절임과 잘 어울린다. 입안에서 톡 쏘는 입맛은 다른 음식을 더욱더 당기게 한다. 각종 젓갈 냄새를 잠재우고 향신료 역할을 한다. 갓 절임에 국밥 한 그릇은 어디에다 내놓아도 최고의 맞춤형이다. 겨울에 간신히 살아남는 야생초들이 많다. 그러나 야생 갓은 당당하게 살아있다. 검붉은색도 강인하게 보이지만 속은 맵고 쓰다. 이러한 성질 때문에 각종 김치에다 넣어 맛을 감질나게 만든 모양이다. 


허허로운 들판에 서성일 때 나무와 야생화를 본다. 그 속에 내가 있는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태양은 동에서 남으로 아슬아슬하게 넘어가지만 검붉은 갓은 정열에 가득 차 있다. 지금 잎사귀를 펼쳐져야 봄을 맞이할 수 있단다. 잎사귀가 넓적해야 봄에 굵은 꽃대를 올릴 수 있다. 가장 아름다운 계절을 맞이하기 위해선 한 계절을 앞서가야 한다. 


겨울에 봄을 이야기하고 봄에 여름옷을 입는 사람이 패션 감각이 뛰어나다. 아직 계절은 오지 않았지만 그 계절을 사모하는 사람은 그리움을 많이 품고 산다. 나무는 마지막 잎을 달고 있다. 무한한 상상의 공간을 채웠다. 갑자기 날씨가 쌀쌀한 가운데 갓 잎사귀를 본다. 그 속에 맵고 쓴 내면의 소리가 있다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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