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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발자국을 따라가는 건, 황금을 줍는 일이다

뉴스後, 김재광 농부시인과 아들 김진태 씨

  • 김형진 기자 94332564@hanmail.net
  • 입력 2022.12.15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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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보았던 꽃 중 가장 아름다운 꽃은 무엇이었을까?
세상에 가장 아름다운 꽃 하면, 누구는 장미, 누구는 튤립, 누구는 야생화라! 
또 누구는 아내, 또 누구는 별빛, 또 누구는 자신이 믿는 신(神)을 말할 수도 있겠다.
최고의 아름다움엔 보는 아름다움도 있어야겠지만 무엇보다 생명의 지향성을 담아야 한다고 보는데, 뭐가 있을까? 


1톨의 낟알을 심어 2천개의 꽃을 피워내, 자신의 생명성을 영위하고 나아가 인간과 세상까지 이롭게한다면 그 보다 더한 가치와 희생이 있을까? 그런 꽃을 피우는 것이라면 정말, 아름답다 말할 수 있겠다. 


벼. 벼가 무슨 꽃!!!을... 이렇게 말하는 이도 있겠지만, 벼가 출수한 후 이삭을 만들어내면서 그 속을 쭉쩡이가 안되게끔 수정이 이룰때 이삭은 살며시 그 붉은입술을 벌리며 세상 가장 황홀한 꽃을 내민다.


벼꽃. 정오의 태양이 높게 떠올라 가장 빛나는 햇살이 쏟아질 때 모든 벼꽃이 일거에 꽃을 피워내는데 그 찬란하게 빛나는 꽃밭이란! 
그래서 농부는 세상 가장 아름다운 꽃을 키우는 사람으로 그 정성만큼 성스럽게 가꾸며 순정의 핏줄을 이어가는 사람들이다.


지난해 1월 데스크에 복귀한 후, 첫 인물편으로 소개했던 이는 시의 언덕에 시의 집을 짓고 별과 꽃을 밥과 찬 삼아 노래하는 고금면의 김재광 농부시인이었다.
보도 이후, 김 시인은 "정말 감사합니다. 이제까지 글을 써도 큰 목표없이 생각나는대로 쓰곤했는데 완도신문의 편집된 글을 읽고 나서 깨달은 바가 있었습니다. 확실한 목표가 생겼습니다"

 

 

"이제 글을 쓸 것 같습니다. 새해(2021) 들어와 1월에 시 40여편을 쉽게 썼지만 얼마나 가치있는 글이냐가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완도신문의 보도가 큰격려가 되어 좋은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란 감동스러운 문자를 보내왔는데, 별도로 회신 문자를 보내진 않았다.


글이라는 게, 단순하게 표현될 수도 있겠지만, 시인이라면 시(詩) 안에 인생의 전모를 함의시킬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또 편집된 글로써 전하고픈 이야기는 다했던 것이라서. 


또 그게 인연이라는 것 같아서.
인연이란 내 인생에 있어 하나의 선물 같은 것이라 가장 귀중한 선물을 얻는다는 건, 그것을 발견하거나 찾아 나설 때가 아닌 그를 기다릴 때라. 그 기다림이야말로 그 자체가 보상임으로 내게 부족한 기다림과 인내란 더한 가치를 알게 해준다는 것.
그게 인연의 참뜻이니. 그런 인연으로 내가 성장하고,그 성장한 존재로써 내일에 오는 인연을 맺게 되는 일. 


그렇게 2년여의 시간이 지나가던 중, 지난 주말 한 통의 부재중 전화와 있었다. 
주말을 아무 생각없이 보내야만이 또 다시 한 주의 편집 전쟁을 할 수 있어 놓쳐 버린 전화였는데, 전화를 안받아서인지 문자까지 와 있다.  
"시간이 나면 우리집에서 술 한 잔 합시다. 부탁이 있어 그런 건 아니고, 세상 사는 이야기나 한 번 나눕시다"


시인에게 무슨 속상한 일이 있나 싶어 월요일쯤 전화를 걸었더니, 이번엔 김 시인이 안받는다.
소식이 궁금해 완도군청에 근무하는 김행준 팀장에게 아버지의 안부를 물었다.
김 팀장은 몇 가지 속상한 일이 있긴한데하면서 말끝을 흐렸다.


그럼 고금 충무사에서 열리는 이충무공순국대제에 갈 것이니, 그때 들려 이번 호 뉴스 後에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를 한 번 소개하자고 했더니, 김 팀장은 현재 아버지의 귀도 어둡다면서 또 다시 뒷끝을 흐린다. 
그럼 아들들이라도 나와야지 했더니, 자신은 아니고 농사짓는 형이 있다면서 또 말끝을 흐린다. 

 

"안녕하세요?"
"저는 완도군 고금면 내동리에서 청해농원을 운영하고 있는 47세 김진태라고 합니다" 
"아버지 때부터 유기농업으로 유자와 키위를 재배하고 있는데, 고등학교때부터 고향을 떠나 학교와 경기도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가 2012년도 귀농하여 키위와 토종벌을 키우고 있는 귀농귀어인입니다" 

 

 

"유기농으로 키위를 생산하여 도시 소비자한테 친환경 키위를 제공하고 있고, 토종벌들이 농작물들과 자연생태계에 수분수 역할을 하고 있어 제가 완도에서 생활함으로써 소비자들과 생태적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는 보람으로 열심히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가장 어려웠던 순간에 대해 진태 씨는 키위 농사가 주 소득원인데 키우던 그린키위가 궤양병으로 거의 죽어 버렸다고. 주 수입원이 없어져 버리니 생활하기에 매우 힘들었다고 했다. 


그래서 고민하다 전라남도 농업기술원에서 개발한 해금골드키위라는 품종을 심어 잘 키워 몇 년 후 수확을 했었는데 죽는 나무가 생겨 어려움이 참 많았다고. 
지금도 죽는 나무가 발생하지 않도록 재배기술 연구하고 있다고 했다. 
기뻤던 순간은 2세 탄생이었다고.


결혼해 몇 년 동안 아기가 없었는데 귀농을 한 후, 이곳 고금도의 공기와 기후가 좋아서인지 아들을 낳게 되었을 때 너무너무 기뻤다고.
진태 씨에게 고마웠던 사람은 어머니라고 했다.


"어머니께서는 젊었을 때부터 건강이 좋지 못하였는데 힘들 때 열심히하라고 하시고 좋지 않은 몸으로 농사일도 도와주셔서 가장 고마우면서도 가장 미안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어머니께서 나이도 드시고 허리가 안 좋아 거동이 불편하셔서 마음 한 편으론 걱정이 큽니다"


완도 농업을 위한 제언이 있냐고 물었더니, 진태 씨는 "완도는 기후가 따뜻하고 바다가 넓어서 좋은 농산물과 수산물이 많이 생산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웃 강진이나 해남 진도 같은 곳은 규모가큰 로컬푸드판매장이 있어 청년 농민들이나 귀어한 사람들이 친환경 농수산물을 공급하여 지역사람들도 저렴하게 친환경적인 농수산물을 사고 팔수가 있어 좋은데 완도군에서는 규모가 있는 로컬푸드 판매장이 없어서 무척 아쉽습니다"


"또 귀농귀어 생활이 수익이 높지 않고 육체적으로 힘들지만 시작했으니 어렵더라도 어렸을 적 키웠던 황소처럼 우직하게 제 갈 길을 걸어가겠습니다"


겸손한 사람이다. 
그 겸손함이란 척이 아닌, 지금 이 순간을 맞이하는 최선의 자신으로 부드럽게 웃는 모습에서 엿볼 수 있었다. 온유한 심성과 달리 그 강인함이란 그의 아버지가 그랬듯 비바람이 몰아치는 폭풍우 속에서 배의 키를 움켜쥔 선장 같았다. 


내면엔 주위를 끌어올리되 자신은 함몰되지 않는 힘으로 고도의 집중력을 함의한 신념이 담긴 사람.
몰아의 경지에 머물기 위한 외로운 투쟁 속에서 격렬하게 땅을 두드리면서도 눈빛 한 번 흔들리지 않는 농부였지만 그 이면에 배인 눈물겨운 농부의 눈동자는 고개를 돌릴 때마다 별빛으로 반짝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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