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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삭줄처럼 투명한 인생의 여정으로

  •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 입력 2023.01.01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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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은 따뜻함이다. 가슴이 뜨거워야 그리움이 생기는 것이다. 그리움은 하루를 살아갈 식량인 줄도 모른다. 겨울나무도 그리움을 많이 품고 산다. 사시사철 푸른 송악이 그를 감싸고 있다. 


마음이 서로서로 가난할수록 정직해질 때가 있다. 마삭줄도 그것을 알고 있는 듯 손을 내민다. 서로 살아있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 서로 관계 속에서 나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사람과 사람 속에서만 아니라 흙과 물 그리고 나무에서 서로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바람과 물 그리고 햇빛의 양에 따라 그 모습들이 다르다. 미미하게 스쳐 지나가는 자연 속에서 오늘 살아있다는 것이 평온하다. 나무는 스스로 움직일 수 없다. 그래서 바람과 새들로 통해 서식지를 옮긴다. 


하나의 작은 씨앗이 바위의 이불이 되고 나무를 입히는 옷이 된다. 최소한의 시공간에서 가슴 부풀어 오름을 느끼고 한줄기 눈빛에서 흡족했던 기쁨들은 불안한 운명 속에서 파도를 가르는 흰 돛단배이다. 순간 희열을 느꼈던 곳은 대단한 것도 아니다. 가장 가깝게 있으면서 대수롭지 않은 곳이다. 이것이 오늘 살아가는 운명인지도 모른다. 


겨울 당장에서 자란 마삭줄과 송악은 기대어 산다. 마삭줄은 겨울에 약간 붉은 잎을 띤다. 송악은 담쟁이잎과 비슷하다. 마삭줄과 혼동하기 쉽다. 주로 담벼락과 바위 그리고 다른 나무 등에 업고 산다. 여름에 잘 보이지 않는다. 아마 다른 나무들과 무성하게 자라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낙목한천’ 겨울 나무에서 보인다. 다른 잎들이 다 떨어지면 이들은 당당하게 나무에 붙어있다. 특히 남도에서는 대나무 숲에서 서식한다. 


대나무 언덕 바위에서 쉽게 발견된다. 잎을 직접 만져 봐도 좀 딱딱하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잎은 강인한 인상을 준다. 열매는 콩알만 하게 까맣게 익는다. 시골 돌담에서 이 야생화를 보면 시골 정서가 듬뿍 들어 있는 듯하다. 송악은 독성이 있다. 다른 나무들 밑에서 살아가기 때문일까. 그래도 봄이면 연한 잎으로 갈아입는다. 연한 잎에 봄비가 얹혀 있으면 애잔하기 그지없다. 마치 연한 눈물로 독을 푸는 듯하다. 오히려 강한 이가 눈물이 많다. 우리는 그 눈물 속에 강하게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마삭줄은 6월의 향기로 대변할 수 있다. 잎은 사계절 푸르러서 5, 6월에 핀 꽃은 5개의 흰색 꽃잎이 바람개비 모양으로 달린다. 


가을에 달리는 열매는 팥의 모양으로 생겼다. 익으면 벌어져서 민들레처럼 홀 종자로 바람에 날아가게 되어 있다. 시골 돌담에서 인동초꽃처럼 시간이 지나면 노란색으로 변하며 은은한 향기는 봄 마중하기에 좋은 꽃이다. 늙어 갈수록 세월의 흔적이 보이면 좋을 것이다. 이것이 맑게 투명하게 인생의 여정이 담았으면 좋겠다. 겨울 마삭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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