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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 마지막 밤의 대화 그 첫문장을 열었다

  • 김형진 기자 94332564@hanmail.net
  • 입력 2023.01.12 13:30
  • 수정 2023.01.12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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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문장.
그녀는 첫문장이었다.
2022 마지막 밤의 대화에서.
첫문장 쓰기가 가장 어렵다고 한다.
하지만 글쓰기에서 첫 문장을 가장 먼저 쓸 필요는 없다. 글쓰기는 순서에 입각해 조립해야하는 자동차의 부품과는 다를 뿐 아니라, 대리석을 조각하는 일과도 다르다. 조각가는 열심히 깎으면 깎을수록 원재료가 사라져 버려 작품 자체가 없어지는 모순된 상황을 맞지만, 글쓰기의 묘미는 쓰면 쓸수록 다듬으면 다듬을수록 더욱 멋진 조각으로 탄생된다는 것. 


제한이란 없다. 명문장가 구양수처럼 꿈결에서도 쓸 수 있는데, 어떤 글이라도 천 번 이상 고치면 저절로 좋은 글이 된다. 시간과 재료에 상관없는 것이 글쓰기의 매력으로 수십번 수백번 수천번 그 인내와 기다림 속에서 탄생되는, 그 가치가 바로 글쓰기로써 그럴 때 글이란 쓰는 순간 문학이다.


지난해 12월 30일 완도문화원 3층에서 열린 2022 마지막 밤의 대화. 
그날 행사 전, 서두에서 밝혔던 말은 20세기까진 자유가 시대의 아이콘으로 자유의 한 방편인 저항의 시대였다고. 전국 1000개의 지역 언론 중, 지역 권력으로부터 160여회의 피소를 당한 완도신문은 지역신문에 있어선 어느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저항의 아이콘이었지만, 시대는 21세기로 건너와 이제는 저항을 넘어 선 자유가 평등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아름다운 공동체를 만들어 가느냐?라고. 


행정과 의회, 그리고 언론의 책임과 소명은 그것으로써, 완도신문은 견제와 감시는 물론 소통과 연대로 하나 되기 위해 이러한 소통의 자리를 만들었다고 했다. 
그리고나서 사회자를 소개했다. 


이름은 말하지 않았다. 이름보다 빛나는 목소리와 이름보다 환한 미소를 가졌으니까.
비유하자면, 그 목소리는 오후 2시 쯤 정도리 바닷가에 가 몽돌밭에 누워 몽돌 위를 구르는 파도 소리에 반짝반짝 빛나는 윤슬이 더해졌고, 그 미소는 강렬한 태양빛이라기 보단 매화꽃 핀 봄밤에 내려 온 달빛걸음 같은 미소랄까. 


첫문장을 열기까진 우여곡절이 참 많았다.
만장일치로 섭외된 사회자의 갑자스런 펑크와 또 다른 사회자의 물색과 거절, 다시 섭외와 거절. 독창을 하겠노라던 미장가의 훤칠한 청년은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펑크, 행사 당일엔 장소마저 펑크.


마지막 사회자는 행사 전날, 오현철 관광과장으로부터 극적으로 소개받았다.
미인이요? "하얀눈을 녹이며 피워난 복사화같아요"
말솜씨는요? "얼음을 녹이며 흐르는 청량한 시냇물 같지요"
어떤 사람인가요? "음~ 그녀를 아는 사람이라면 언제 어디든 내놓고서 자랑하고픈 매력을 가졌죠"


오 과장에게 사전 작업(?)을 부탁해 놓고, 한 시간 후 찾아가 "명불허전"이라 치켜 세우며. 


마지막 밤의 대화에선 쌍방향 소통, 사회자의 질문과 객석 질문을 통한 김정호 대표와의 토크, 2022년에 소개한 인물들의 영상 시청, 여기에 대한민국 최고의 한우를 생산해 그랜드챔피언에 오른 박지훈 청년, 지난해 전복 판매에 일익을 담당해준 영탁 팬클럽, 본보 청소년기자로 서울여대 국문과에 재학 중이며 현재 본보 메인 필진인 김지현 양, 요양원에 있는 90대 노모의 구순잔치를 코로나 때문에 창문 밖에서 할 수밖에 없었던 최은영 씨, 35년 공직생활 끝에 퇴임한 조정웅 소안면장(부끄러움에 행사 말미에 나타남)과의 토크.

 

 

어린이집 원생들의 다도, 신우철 군수와의 토크, 모범적인 의정활동상을 보여주고 있는 최정욱 의원과 지민 의원과의 토크, 마무리는 트로트를 부는데 진짜 듣기만 해도 애간장이 간질간질 건드리는데 구름 위를 걷게하는 아니, 근두운을 타고 날아다니게 하는 색소폰의 달인 문재우 팀장. 


행사가 끝난 후, 식사는 삼겹살 보쌈에 전라도 손맛 의 백미 김할머니네 김장김치, 완도광어회, 완도전복찜. 

시간도 없어 지금 전한 말이 시나리오다. 실수 괜찮다. 나머진 개인기다. 말문이 막힌듯 했지만, 몰아치니 얼떨결에 승낙. 
그렇게 2022마지막 밤의 대화의 첫문장을 열었던 그녀는 가장 아름다운 밤의 마침표를 찍었다.

 

 

시월생, 김찬순 청해어린이집 원장.
읍 가용리에서 소박하고 평범하지만 항상 자녀들을 이해하고 배려해주는 부모님과 어려움을 서로 나누고 협력하는 7남매 중의 6째로 자랐단다. 
남다른 책임감과 성실함으로 항상 어려운 주변 친구들을 먼저 배려하는 마음으로 학창시절을 보냈단다. 


유난히 아이들을 좋아해 일요일이면 집에는 늘 동네 어린 아이들로 북적였는데, 아이들과 함께 즐거워하는 모습에 어르신들은 "너는 커서 유치원 선생님이 딱 이겠다"고. 대학에서 유아교육학을 전공한 후 어린이집 교사가 되어 행복하게 아이들의 세상에 포옥 빠져 지금에 이르렀다고.


어려웠던 순간은 2014년 1월 2일 청해어린이집 원장이 되어 첫 출근을 하는데, 바깥에서 꿈꾸었던 국공립의 번쩍거린 환경과 달리 너무나 열악한 시설과 환경, 운영비조차 없어 결재대금이 산더미처럼 밀려 있었고, 학부모들의 선호도는 떨어져 원아모집은 안되고.


너무 힘들어 ‘내가 이럴려고 원장을 했나....’ 하는 자괴감으로 시절을 보낼 때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고.
기뻤던 순간은 보육교사 때 가르쳤던 그 아이들이 이제는 사회 전반에서 훌륭한 사회인으로 성장하여 부모가 된 지금, 그들의 자녀들을 자신의 스승인 김 원장에게 다시 입소시키고자 찾아왔을 때 교육자로서 큰 보람을 다시금 느끼는데, 그로 인해 용기와 힘을 얻어 참 보육인으로 생활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했다.


고마웠던 사람은 2014년 청해어린이집 원장이 되고 보니 국공립 어린이집이라고 하기에 너무 부끄러울 만큼 낡고 열악한 시설로 보육의 질적 향상은 엄두도 못내는 상황이었다고. 


그래도 완도읍에서 유일한 국공립인데 이리 낙후한 환경에서 보육의 선두주자란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싶어 한동안 눈물로 보내다가 용기를 내, 당시 담당인 오현철 팀장(현 관광과장)을 만나 경제인연합회에서 추진하는 보듬이 나눔이 국공립 어린이집 신축사업에 공모하게 됐다고. 
참 많은 우여곡절 끝에 2017년 9월 22일 지금의 청해어린이집으로 신축 이전하게 되었다고 전했다.


"그때 최선을 다해 도와주셨던 오현철 과장님. 이번에 영전한 한지영 소안면장님. 박정록 과장님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리며 그 고마움은 깊이 간직하고 있습니다" 
"어퓨굿맨들. 정말 좋은 소수의 사람들. 이 분들은 완도군 어린이집 발전에 큰 이바지를 하셨고 공로가 대단한 분들로 제 마음 속에 영원히 자리할 것입니다"


김찬순 원장은 "앞으로도 처음 교사시절의 그 열정으로 아이들의 보육과 교육에 더욱 일로매진하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뿐만 아니라 아동복지와 지역사회봉사활동에 힘쓰며 저의 소중한 삶의 목표를 실현하고자 합니다" "늘 끊임없이 배우고 연구하며 노력하는 자세로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  부끄럽지 않는 완도군 공보육의 선두주자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시간이란 모든 걸 마모시키지만, 나보다 먼저 나를 기다리고 있는 곳. 결국 가게 될 곳으로 이른다는 것을 믿는 마음. 알고 있었다기 보단 믿고 있었음으로 그곳이 가야할 곳이며, 또 그곳이 자신의 끝이기에. 


그 끝이야말로 유실될 수 없는 기다림으로써, 생명에게 주어진 뜻이 마침내 이루어지는 것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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