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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떠올라 어둠을 밝히는 완도 ‘밤의 카페 테라스’

완도 유기견 유기묘의 요람 이디야 커피전문점의 임 정은 하은 자매

  • 김형진 기자 94332564@hanmail.net
  • 입력 2023.01.20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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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자의 말을 빌리면, 큰 딸은 완도항의 아침에 밀려오는 바다안개 같다고 했다. 


바다안개라고만 하고 더 이상 말을 못해 이를 문학적으로 표현해 준다면, 그녀는 해가 떠오르고 바람이 방향을 바꾸어 불어오지 않는다면 인간의 힘으로는 헤쳐 버릴 수 없는 불가역적인 존재로. 손으로 만질 수도 없지만 명징하게 존재하고, 원(遠)과 근(近)의 대비와 상하좌우의 공간적 개념을 무시한 채 당신을 휘감아버리는 바다안개와 같았다.


또, 혹자의 말을 빌리면 둘째 딸은 완도항 그 자체라고 했다.


혹자는 여기서도 표현이 딸려서인지, 신이 세수를 시킨 듯 청초하기 그지 없는 둘째 딸의 느낌을 더 이상 표현하지 못한 채 애먼 천장만 바라본다. 
 그 느낌을 대신 표현해준다면, 그녀는 가녀리게 떨고 있는 속눈썹하며 그 아래에 그윽하게 담긴 눈망울. 자신의 정체성을 명쾌하게 드러내는 콧날과 대비해 어딘지 모르게 감춰져 은밀하게 내뿜는 향기로운 입술하며. 푸른하늘과 푸른바다를 모두 담고 있는 광휘로운 가슴을 가진 평온한 완도항의 아침 같다.

 

사는 모습이 너무 이삐더란다.
쌍둥이처럼 닮은 자매, 늘 싱그러운 미소로 손님들을 대하는 살뜰한 태도하며 삼월삼짓날이면 어김없이 찾아와 집을 짓는 제비들의 보금자리를 제공하면서 유기견과 유기묘의 요람으로 자리하기까지.

 

 

읍내에서 이디야 커피숍을 운영하고 있는 완도청년 임 정은 하은 자매다. 90년생과 93년생이다고 했다.


사진의 우측이 정은 씨, 좌측이 동생 하은 씨다.
이디야 커피숍을 하게된 건, 하은 씨가 순천 스타벅스에서 근무하면서 당시 바이저 단계에 있었는데, 어느 날 고향의 품이 그리워 완도로 내려오게됐다고.


큰 딸 정은 씨는 수학 교육학을 전공해 수학선생님으로 나갈 뻔 했지만, 고향으로 내려온 동생과 의기투합해 5년 전, 이디야 커피전문점을 내게 됐다고.
다른 체인점도 있는데, 굳이 이디야냐고 물었더니 누구에게나 친근한 이미지가 마음에 쏙 들었다고.


이들을 소개했던 혹자는 이디야 커피는 스타벅스의 커피 맛과 비슷하다고 했다.
그 말을 옆에서 듣고 있던 큰 딸 정은 씨는 "더 맛있어요. 하하"


정은 하은 자매의 아버지는 공무원으로 퇴직한 임성식 씨, 엄마는 바로 앞 에덴플라워를 운영하고 있는 박정숙 씨라면서 엄마의 전공은 미술로 미적 감각은 둘째 하은 씨가 물려 받았다고 했다. 


유기견과 유기묘 보호에 힘쓰게 된 계기가 있냐는 물음에 언니 정은 씨는 "동물을 워낙 좋아하니까요" 
유기견과 유기묘를 보면 측은지심이 먼저 드는데, 불쌍한 얘들을 돌봐주고 좋은 곳으로 입양을 보내고, 또 보호 위탁도 들어온다고 했다. 
이들을 키우는데 경비도 많이 들지만, 그 보다 더 큰 기쁨으로 돌아오니까.


그렇게 큰 지출은 없다는데, 엄마와 아빠가 자매의 뜻을 이해하고 공감해 잘 도와준다고 했다. 정은 씨는 "우리는 지금 어른이 되어 있지만, 아직도 여전히 세상을 만져보는 중입니다" "나이가 얼마이고 지위가 어떻든 간에 인간은 누구나 세상은 만져보는 긴 여정 속에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여정의 시작은 사랑일 것이고, 그 여정의 끝도 사랑이겠지요" "사람도 동물도 모두 사랑 안에 있는 거지요. 그 사랑  안에서만이 놀라움과 신비로 가득한 삶을 영위할 수 있지 않을까요?"


반려견 반려묘 이야기를 한 번 신문에 써 보지 않겠냐고 물었더니, 한 번 해보겠다고 했다.
언제가 가장 기뻤냐고 묻자, 자매는 아빠에게 차를 사줬을 때라고 했는데, "엊그제 5년 간 할부를 모두 끝냈어요"라고 했다.


매장을 운영하면서 슬펐을 때를 물었더니, 정은 씨는 "코로나 시국 들어서면서, 초반에 카페나 식당에 대한 제재가 다른 곳보다 유독 심해서 힘들었어요" 
"마스크 착용이나, 출입명부 등 손님들께 단호하게 해야하는 부분도 있었고, 또 그로 인해 손님들께 불만 섞인 소리도 많이 들었을 때, 그 때가 가장 슬프고 힘들었던 시간이었어요"


코로나 시절, 엄격하게 지키는 규칙 때문에 불친절하다는 말이 들려왔지만, 자매의 원칙은 옳았다.️
매장을 운영하면서 기뻤을 때에 대해 "저희는 오래 뵌 손님이어도 사실 이름, 나이, 직업 등 모르는 부분이 많아요" 


"얼굴과 취향으로 기억할 뿐이죠. 얼마 전 퇴임한 조정웅 면장님은 이디아의 단골 손님이셨죠. 늘 샷 추가하시고 007본드처럼 뜨겁지 않게 그런데 빨리 식지 않게" "딱 누구라고 지칭해서 말할 수는 없지만 저희 오픈 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한결같이 저희 커피가 가장 맛있다고 해주실 때"


"그러면서 사장님들 그만 하실 때까지 쭉 여기만 올거다라고 말씀해주시는 분들이 계세요."
"사실 누군가는 기분 좋으라고 하는 소리다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듣는 저희의 입장에서는 그 한마디 말이 아무리 힘들어도 더 열심히 하자 마음먹게 되는 원동력이 됩니다"


"누구든 칭찬 듣고 기분 나쁜 사람 없듯이 저희도 ‘잘한다’, ‘잘하고 있다’ 라고 말씀해주시는 분들이 가장 고맙습니다"
지역사회에 청년들이 없는데, 청년에 대해 한마디 해달라고 하자 정은 씨는 "완도라는 지역이 누릴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은 시골이기 때문에, 젊은 친구들이 정착하는 것을 꺼리는 것이 사실이에요"


"하지만 완도라는 지역이 없는 것이 많다보니 누구든 좋은 아이디어와 성실함만 있다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도 처음 가게를 시작할 때의 나이가 20대 였습니다. 주위에서는 젊은 친구들이 얼마나 하겠어…’ 하는 걱정 어린 시선도 물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더더욱 마음을 강하게 먹었던 것 같아요. 사람들이 예상하는 것처럼 되지 말자 다짐하면서요"
"저희 둘이서 서로 한 명이 지치면 한 명이 세워주고또 다른 한명이 지치면 다시 또 세워주고 서로 어깨 다독여가며 버티다 보니 여기까지 왔어요"


"무언가를 하고자 하는 젊은 청년들이 어떤 것을 시작했을 때, 당장 잘 안된다고 쉽게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버티고 버티다 보면  언젠가는 ‘잘 버텼구나’ 생각하게 될 때가 분명 올거라 생각해요"


참, 이삐지 않은가! 

 

 

마치 고흐가 그린 밤의 카페 테라스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있는 것처럼.
삶의 주체는 자기 자신이지만, 나와 네가 이어져 우리는 서로 연결된 세상에서 살고 있다. 나를 중심으로 하되 주변도 함께 조화를 이루면서 사는 방법에 대한 깊은 성찰이 필요한 시대에 열정과 가치로써 완도의 미래를 열어가는 완도청년.

 
별 하나가 떠올라 어둠을 열고 또 하나의 별이 떠 어둠을 여는 완도의 별이 빛나는 밤처럼, 그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것처럼, 얼마나 아름다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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