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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할머니와 함께 나눠 먹는 황소 한 마리

지방소멸대응프로젝트 동제이야기 노화 넙도 내리 당제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3.01.20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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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읍 넙도 내리마을 당제를 촬영하기 위해 마을회관으로 들어서자 마당의 한구석에서 숫불에 커다란 소고기 덩이와 가죽을 구워먹던 주민들이 반갑게 인사를 하였다. 


미리 밝히지만 내리 당제에 황소 한 마리를 도축하여 당할머니에게 바치는 것은 법적으로는 불법이다. 


그러나 수백년을 이어온 섬마을의 전통이자 어촌마을의 관습법이다. 
어촌에서는 이런 우스게 말이 있다. 국법보다 무서운 것이 관습법(마을법)이라고. 
오늘날이야 소를 마을에서 도축하는 것이 불법이지만 사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섬마을에서 소를 잡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마을의 관습법을 존중해 행정에서도 시비를 걸지 않는다. 
독자들도 이 문제로 다른 시비가 없기를 바란다.

 

 

완도지역의 대부분 주민들은 바다를 삶의 바탕으로 살아왔기 때문에 항상 바다에서 안녕과 풍어를 기원하며 정월 초하루부터 보름날까지 날을 정해 당제를 모셨다, 
그러나 이러한 전통문화도 현대화의 흐름을 막지는 못하고 어촌인구의 감소로 풍물을 치는 주민들이 없어 대부분 사라지고 있다.


그러한 가운데 우리지역에서 아직도 황소를 잡아 당제를 모시는 마을이 있다. 노화읍의 부속 섬 넙도 내리 마을이야기다. 내리 말고도 바로 옆 마을인 방축리, 뒷마을인 서리에서도 소를 잡아 정월 초하루 똑 같이 당제를 모신다. 


수천만원이 들어가는 이러한 거대한 당제는 마을의 기금이 풍부해야만 가능한데 넙도는 예로부터 질 좋은 김이 생산되어 말 그대로 개가 돈을 물고 다니는 풍요로운 섬이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귀한 소고기를 다 같이 나눔으로서 공동의식 발현

 

내리 당제에서 특징은 황소 한 마리를 잡아 소머리와 다리(足)는 제물로 사용하고,  가죽은 손질하여 정월 초하루 날 마을에서 풍물을 칠 때 술안주로 사용한다, 나머지 고기는 마을 주민 모두에게 똑 같이 배분하여 명절을 지낼 수 있도록 한다. 


어느 마을이나 마찬가지이지만 얼마전까지만 하여도 당제를 모시는 것을 촬영하기는 만만치가 않았다. 쉽게 말해 깨끗하지 않은 외부인이 당에 들어서면 부정을 타고 그러면 당제의 효험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많은 것이 변해 당제도 요즘은 마을의 축제가 되어가고 있다. 누구나 당제에 참여하고 사진 촬영도 사전에 허락을 받아 가능해졌다. 
내리 마을의 당제를 화보로 들여다 본다. 

 

소고기를 똑같이 분배하는 마을주민들 
소고기를 똑같이 분배하는 마을주민들 

 

헌식은 당집 주변에 짚을 깔고 준비한다.
헌식은 당집 주변에 짚을 깔고 준비한다.
풍물패는 당집을 세번 돌고 마을로 내려간다.
풍물패는 당집을 세번 돌고 마을로 내려간다.
풍물패가 유사집에 들러 지신밝기를 하고 있다.
풍물패가 유사집에 들러 지신밝기를 하고 있다.

 


다도해해양문화연구원 유영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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