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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미한 빛의 여운만이 남을 때 한무리 굿패가 홀연히 나타나

지방소멸대응프로젝트 동제이야기 완도 장좌리 당제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3.02.02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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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좌리 마을은 해상왕 장보고대사가 청해진을 설치하고 해상제국의 무역왕으로 거듭나는 역할을 한 장도청해진 유적이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매년 정월보름이면 장보고대사를 비롯하여, 정년장군, 혜일대사를 모시는 장좌리마을 당제가 열린다. 올해는 2월 5일 일요일에 열린다.


장좌리 당제(將佐里 堂祭 전남무형문화재 제28호 완도군 완도읍 장좌마을)는 설이 지나면 3일 후 마을에서 대동공회(大同公會)를 실시하여 제주를 선출한다. 제주는 마을에서 가장 정결한 사람으로 선출한다. 정결한 사람이란 자기 자신은 물론 가족에게 길흉사가 없는 사람인데 일단 제주로 선정되면 제일 먼저 자기 집 앞에 금줄을 치고 황토를 뿌려 제주임을 남에게 알린다. 


이렇게 하면 마을 사람들은 제주를 위하여 제주집의 출입을 삼가고 신성시하여 제주가 부정을 타지 않게 한다. 제주는 정성껏 제사를 모시기 위해 바깥출입을 삼가고, 부부생활을 금지하는 등 당제 때까지 몸을 근신한다. 

 

 

보름날 새벽 밤새 어둠을 밝힌 대보름달이 상왕봉의 마루에 걸릴 때 마을 회관으로 굿패들이 모이기 시작한다. 이윽고 달빛이 사라지고 빛의 여운이 남을 때 상쇠의 지휘아래 어둠을 뚫고 한무리의 굿패가 마을을 가로질러 당으로 향한다. 앞서 제주의 집에서는 당주(제주)와 집사가 제물을 챙기고 마을의 청년들은 지게를 이용 제물을 지고 아낙들과 함께 당으로 떠난다. 


굿패는 매단(마을의 끝자락으로 장도가 바라보이는 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전열을 재정비하여 당으로 향한다. 


정상의 당집을 200여m 앞두고 굿패는 이곳에서 해가 뜨기를 기다리며 대기한다. 
이때 당주와 집사는 당에서 제를 모실 제물을 차리고 마찬가지로 해가 뜨기를 기다린다. 이윽고 해가 뜨면 당제가 시작된다. 굿패는 상쇠의 지휘아래 길굿을 치며 당으로 향하고 당에서는 굿패가 당집에 도착함과 동시에 진설에 들어간다. 


당에 도착한 굿패들은 당앞에 정열하고 일출과 함께 제주와 집사가 모시는 제의에 참석해 굿을 친다. 집사의 축문소지를 끝으로 제를 마치고 헌식(獻食)을 하는데 헌식은 장보고대사 휘하 장병들의 넑을 위로하며 진행된다.


아침을 먹은 굿패는 청해진성의 북동쪽 치(雉)에서 각자의 특기를 보이는 굿판을 펼치는데 상쇠가 머리에 나서고 북수, 소고, 장구 등 자신들의 개성을 내보이는 굿판을 펼친다, 이때 마을에서는 굿패를 데리러올 배들이 준비되는데, 새벽에 간조였던 바다는 이때가 되면 만조가 되어 활바위가 안보이게 되고 상쇠는 이때가 되기를 기다려 굿패와 함께 배를 이용하여 선승락을 치며 마을로 들어간다. 

 

 

선승락(船勝樂) 소리에 마을에서는 당제에 참여하지 않은 노인과 부녀자, 어린이들이 굿패를 환영한다. 
굿패는 마을에서 나온 3~4척의 배에 나누어 타고 상쇠의 지휘아래 마을로 돌아온다. 마을에 도착한 굿패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신비로운 샘중의 하나인 장좌리샘에서 샘굿을 친다. 장좌리 샘은 바다와 바로 인접해 있는데 한때는 장좌리 1100여 주민들이 이 샘 하나로 식수 및 생활용수를 모두 해결했다고 하니 대단한 샘이다. 


다음으로는 사장굿을 친다. 사장굿은 마을의 당산나무가 병에 걸리지 않고 일년동안 무성한 숲을 이루고 잘 자라도록 기원한다.


사장굿을 친 풍물패는 당주집으로 향한다. 이때 당주는 제를 마치고 풍물패와 같이 내려와 샘굿과 사장굿에 참여하지 않고 집으로 향해 풍물패를 맞을 준비를 한다. 당주집에 도착한 풍물패는 한바탕 신나게 마당놀이 한다. 이후 굿패는 몇몇의 집을 돌며 마당굿을 쳐주고 오후 4시가 되면 다시 활바위 주변에서 갯제를 모신 다음 당제를 마친다.


 다도해해양문화연구원 유영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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