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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때까지 두근두근, 떨리던 그 긴장감이란”

국립난대수목원 예타 통과의 주역 김동현 주무관

  • 김형진 기자 94332564@hanmail.net
  • 입력 2023.02.09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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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군청 내 부서장과 각 부서 팀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군정주요업무계획보고 총평회에서 신우철 군수가 칭찬한 유일한 부서. 산림휴양과였다. 
현재 완도군의 핵심과제로 진행 중인 해양치유보다도 해양산림치유가 더 매력적일 수 있게 호평을 받고 있는 약산해안치유의 숲과 관련해 박은재 산림휴양과장에게 인터뷰를 청했다. 그랬더니, 박 과장의 말 "우리 김동현 주무관이 국립난대수목원 관련해 인터뷰를 하면 어떤가요? 이 친구 정말 고생했거든요" 


그러며 덧붙이는 말, 4년을 앞당기냐 마느냐하는 업무 책임감 때문에 신혼여행도 못가 가슴이 아픈 친구다고 했다. 그러면 둘 다 하자고 했는데. 
언제인가, 박 과장에게 취재를 하는데 김동현 주무관이 동행했다. 박 과장과 말을 주고 받는 과정에서 박 과장의 말이 부족함을 느꼈는지, 김동현 주무관이 이어받아 말하는데 싹싹하기는 이를데 없이 친절하였고, 조목조목 설명하기는 이를데 없이 명쾌하였다.


서글서글한 눈매에 경쾌함이 가득 담긴 말씨, 마치 조자룡이 조조의 1만 대군에 맞서 유비의 아들 유선을 구하는 장판교 전투 장면이 떠올랐다.
장창 하나를 뽑아들더니만, 나비처럼 날아 사뿐히 말 안장에 올라 고삐를 죈 후, 박차를 가하더니 한 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그대로 적진 속으로 쾌속 돌진해 가는 모습이란!


한줄기 바람이 광활한 벌판을 가로지르며 적진에 이르러선 칼 한 번 휘두르니 수십의 적병은 우르르 나자빠지기에 바쁜. 바위란 바위는 단칼에 꿰뚫리고 쇠란 쇠는 모조리 무우가 잘려나가는 명쾌함과 통렬함이란. 
김형인 팀장이 박은재 과장에게 관우격이라면, 김동현 주무관은 조자룡 같았다. 의전을 중시하는 공직사회의 특징상, 상급자의 대화에 끼어드는 것은 결례일 수도 있는데, 부족분에 대해 모자람이나 넘침없이 본질과 핵심을 격의 없이 주고 받을 수 있다는 것.


그러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자신의 주관적 감정을 최대한 배제해 업무 중심으로 갈 수 밖에 없다. 
직제(칼)가 높은 게 중요한 게 아닌, 직제에 상관없이 그 칼 쓰는 능력, 이런 능력이 직제를 만나게 될 때 세상에는 놀랄 일들이 일어난다. 되는 집이 이렇다.


둘을 보니, 호랑이 아비 아래 견자(犬子)없다는 말. 
용장 밑에 약졸없다는 말이 맞았다. 재상 관중이 "나를 낳아준 것은 부모님이지만 나를 알아준 것은 포숙이다"고 했던 말이 떠올랐는데, 동료를 아끼는 모습에서 과장의 풍모가 가늠된다.


자신에겐 서릿발처럼 타인에겐 봄바람처럼, 장수나 지휘관은 모름지기 만물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가장 근간에서 자리잡으면서, 시공간적으로 결정적인 위치에서 두 눈으로 직접 전황을 파악함으로써 가장 빠르고 정확한 판단, 그리고 실행하는 통찰의 지성을 갖춰야 한다. 거기에 솔선수범하는 자세로 극한의 상황에서도 이를 극복하고자하는 정신력을 발휘할  때, 누구나 그를 믿고 따르게 돼 있다. 


목격전수(目擊傳授). 굳이 입을 벌려 말하지 않아도 눈길이 마주칠 때 전해지는 것. 신우철 군수와 박은재 과장, 김형인 팀장, 김동현 주무관의 교감이 이것.

 

 

김동현 주무관의 말을 들어보자.


"안녕하십니까? 완도군청 산림휴양과에서 국립난대수목원 조성사업, 정원페스티벌 개최, 가로경관 조성사업 등을 담당하고 있는 김동현입니다"
"사실 제게 있어 완도군청은 두 번째 직장입니다"
"대학교 졸업 후 대기업 조경사업부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하였습니다. 어렵게 들어 간 직장이라 열심히 노력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의욕적으로 업무에 임하였지만, 무언가 채워지지 않는 것이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여수사업장 인근 산에서 소나무재선충이 급속도로 확산하는 일이 발생했고, 확산을 막기 위해 부랴부랴 여수로 지원을 나가게 되었습니다"
"현장에 도착해보니 급박한 상황에도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고, 사명감을 가지고 대처하는 여수시청 녹지공무원의 모습을 보며, 처음으로 공무원에 대한 동경심이 강하게 일었고 채워지지 않는 것이 무엇인지 느끼게 되었습니다" 


"한달 여 간 고민 끝에 여자친구(지금의 와이프)에게 공무원 준비를 하고 싶다고 어렵게 말을 꺼냈습니다" 
“잘 다니고 있는 좋은 직장을 계속 다니지 왜 공무원을 하려고 하냐는 답변을 예상했는데, 예상과는 다르게 나는 하나도 걱정 안 해. 잘 될 테니까 해봐!”


"그 말에 한치의 고민도 없이 대답을 해줬고 지금도 그 때의 결정을 존중해 준 와이프에게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길로 부모님께도 말씀을 드렸으며, 평상시에도 지역에 봉사하는 공무원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하셨던 부모님이시라 흔쾌히 허락해 주셔서 완도군청 공무원을 준비 할 수 있었습니다"


가장 어려웠던 일에 대해 김동현 주무관은 최근에 있었던 국립난대수목원 예비타당성조사 통과였다고. 지금 다시 해보라면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매우 힘들고 어려웠단다. 설군 이래 최초 도전하는 예비타당성조사인데 통과하지 못하면 몇 년이 지연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지역민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중압감, 그리고 민선8기 들어 신설된 산림 단독부서 역할론에 대한 책임감까지 어느 하나 안일하게 생각할 수가 없었다고. 


또한 국립난대수목원 예비타당성 조사가 우리가 계획한대로 흘러가도 참으로 어려운 상황인데 막판 KDI의 연구 결과 당초보다 경제성과 정책효과가 낮게 평가되는 바람에, 급하게 발표자료까지 전면 수정하는 우여곡절까지 겪을 때에 느낀 불안감은 평생 처음 느껴보는 것이었다고.


발표자료 수정을 마치고 산림청에서 내려오는 늦은 저녁 차안에서 박은재 과장은 “잘 될 것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으니, 군수님을 믿어 보자!”라고 했고, "미래를 본 것 마냥 종합평가에서 신우철 군수님의 적극적인 의지 표명으로 평가장 분위기가 반전되어 좋은 결과까지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물론, 군수님을 비롯한 과장님께서 느끼는 중압감보다는 ‘새발의 피’겠지만, 통과 발표일까지 긴장했던 그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합니다"
가장 기쁜 일은 국립난대수목원 예타 통과도, 유치 확정도 아닌 유치 운동 때라고 했다. 


전국적으로 실시한 서명운동을 비롯해서 평가단을 맞이하기 위해 직원들과 함께 만든 현수막 물결, 지역민과 향우 분들의 응원까지, 하루하루가 즐겁고 보람되었다고. 
산림녹지 분야도 군민 분들의 관심과 애정이 매우 큰 것에 놀랐으며, 그렇기 때문에 힘든지 모르고 즐겁게 일을 한 것 같단다. 가장 고마운 사람은 아무래도 산림휴양과를 책임지고 계시는 박은재 과장이라고 했다. 업무적으로 많이 미숙했던 자신을 지금까지 이끌어 줬다고.


 "신규직원 때 결재를 올리는 게 참 많이 두려웠습니다. 당시 제 팀장님이셨는데 결재를 올리면 관계 법령부터 담당자의 의견까지 물어 보시고, 조금이라도 부족하면 몇 번이고 수정을 시키셨습니다" 
"업무를 비롯해서, 예의범절, 민원인을 응대하는 자세까지 참 많은 부분을 알려 주셨는데, 지금도 처음으로 한 번에 결재가 통과된 날이 문득문득 생각이 납니다"


"처음으로 칭찬을 해주셨는데 그 당시 당근보다 채찍을 많이 받아서 그런지 칭찬하는 과장님도, 칭찬을 받던 저도 매우 어색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올해 5월 제3회 정원페스티벌이 우리 군 해변공원 일원에서 개최가 되는데, 정원에 불모지였던 완도에서 새로운 정원문화가 확산되는 계기를 마련하고 장보고수산물축제, 도민체전 등과 함께 연계하여 군 관광이 활성화 될 수 있도록 다양한 컨텐츠와 볼거리로 풍성하게 구성 할 예정이란다. 많은 관심과 기대 부탁드린다고. 


광희로운 기개가 전해지지 않는가!
가장 격렬한 바람으로 가장 뜨거운 불꽃으로 모든 걸 부셔 버렸고 모든 걸 소멸시켜 버렸다. 모든 사건이 시작되면서 모든 사건을 그곳에서 끝내버린 그야말로 단칼이자 한 칼을 가진 남자. 
그 한 칼로 완도의 4년 이상의 미래가 앞당겨졌다.
돈으로 환산하자면 몇 천억원은 되지 않을까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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