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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의 손길이 닿지 않는 타이가 숲속을 가다 2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3.02.16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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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일행보다 앞서 이곳을 찾은 사람들이 있었는지를 검색해봤더니, 대부분의 경우 눈과 얼음이 녹고 푸른 초원이 펼쳐진 따뜻한 여름에 체험을 오는 사람들은 종종 있었다. 하지만 온 세상이 눈으로 덮혀있고 산하가 꽁꽁 얼어붙어있는 한겨울에 찾는 일반 여행객으로는 우리가처음이었다. (2014년 6월 5일 EBS에서 방송된 '세계견문록 ATLAS - 세계의 집 차탄족'에서 취재차 겨울에 방문한 적이 있었다.) 


만물이 고요히 잠들어있는 새벽에 한기를 느껴 잠이 깨서 침낭 속에서 빠져나오지 않고 누워있는데 가끔씩 불어오는 바람소리와 장작불이 타오르는 소리, 곤히 잠들어있는 동료의 숨소리와 가끔씩 내뱉는 코고는 소리만이 세상이 여전히 살아있음을 느끼게 한다. 


일행이 이틀동안 머물렀던 원뿔형의 천막집인 '오르츠(ortz)'라고 부르는데, 차탄(두카)족은 아메리카 원주민의 티피를 닮은 유르트(yurt)인 오르츠에서 산다. 큰 오르츠는 32그루의 나무에서 자작나무 껍질을 채취하여 만들 수 있고, 중간 크기의 오르츠는 23~25그루의 나무 껍질로 만들 수 있다. 


오르츠의 구조는 나무들로 원추형의 기둥을 세우고 바깥쪽은 두꺼운 천으로 덮었고, 입구에는 드나들 수 있는 문이 있으며, 오르츠 안은 가운데 화목난로가 설치되어 있고 연통은 오르츠 중심부의 하늘을 향해 서있으며 그 주위로 두 개의 자작나무로 만든 침상이 벽쪽으로 놓여있는 것이 시설의 전부다. 비좁은 오르츠 안에서 취사를 해서 식사를 하고 잠을 자는 등 이곳에 머물고있는 동안 숙식 등 모든 일을 해결하며 생활해야 했다. 


이곳에서 머물렀던 이틀 동안 차탄족 주인 가족은 겨우 눈과 바람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 조악한 오르츠를 숙소로 제공하고 난방에 필요한 장작만을 공급해주었을뿐이고, 머무는동안 모든 것들은 대원들이 스스로 해결해야 했다. 식사는 울란바토르에서 미리 구입한 식재료와 식수를 가지고 대원들이 자체적으로 취사를 해서 끼니를 이어갔다. 


물이 귀한 곳이라서 식사 후 설겆이는 물티슈로 닦아내는  방법으로, 세면도 물티슈 두 장으로 끝냈으며 양치질할 때만 최소한의 물을 사용했다. 이런 것들은 평소 물이 귀한 평소 비박산행시 산속에서 야영하던 방법과 크게 다를 것이 없어 큰 어려움 없이 익숙하게 해결했다. 하지만 나흘째 머리를 감거나 세수를 하지못했고, 옷을 갈아입지 못한 체 지내야 했으니 불편하지 않을 수 없었지만 견디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차탄족들은 순록들과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공존공생의 관계다. 순록들은 차탄족에게 고기와 가죽·우유 등을 제공하고 있고, 차탄족은 순록들에게 생존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염분을 배설하는 오줌을 통해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최근 들어서는 소금을 구입해서 순록들에게 공급하고 있다고 한다.)


차탄족은 안정된 주거생활을 하지 못하고 순록들의 먹이인 '슐란(Shulan - 한랭성 '순록이끼(Reindeer Moss)'라고 하며, 순록·사향소·무스 등의 먹이다)이 있는 곳을 따라 계속 이동하게 된다. 순록은 하루에 약 3kg 정도의 슐란을 먹는데, 한 곳에서 슐란이 떨어지면 다시 슐란이 있는 장소로 이동하는 일을 되풀이하는데, 차탄족들은 이 때문에 이동식 주거시설인 오르츠에서 생활하고 있다. 항상 일정하지는 않지만 한 곳에서 평균 20일 정도 생활하므로, 일년에 17~18번은 옮겨다녀야만 하는 유랑생활을 하고 있다. 


차탄족처럼 순록들과 함께 생활하는 유목민으로는 러시아 툰드라에서 순록 유목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소수민족인 네네츠족(Nenets)과  중국 동북부 지방의 헤이룽강(아무르강) 인근에 사는 '거대한 숲에 사는 사람들'이라는 의미를 지닌 어원커(鄂溫克)족이 있다. 


차탄족들은 순록 고기를 잘게 썰어 볶은 다음, 밀가루로 만든 반죽이나 국수를 넣어 만든 초이완(Tsuivan)을 주로 조리해 먹는다. 아이들도 부족한 어른들의 일손을 돕는데, 학교에 다니기 위해 유목생활을 위해 옮겨다니는 부모와 떨어져서 인근 마을에 있는 학교 기숙사에서 학교에 다니는 6개월 정도 생활한다고 한다. 차탄족 가족들은 비록 인간들의 발길이 거의 닿지않는 춥고 외진 타이가 숲속에서 순록들과 함께 힘들게 살아가고 있지만, 결코 불행하다고 비관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들의 생활에 만족감을 느끼고 있고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다. 


이제 날이 밝으면 타이가 숲속에서의 짧은 시간동안 머무르면서 했던 체험을 끝내고 울란-울의 캠프로 되돌아간 후 다음 일정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 언어소통의 어려움과 짧은 체류기간으로 그들과 직접 대화를 나눌 수가 없어 깊은 내막은 정확히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차탄족들은 순록들을 가축이 아닌 가족처럼 생각하고 생명에 대한 존중을 잃지않고 자연에 순응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깨닫고 실천하면서 순록들과 함께 자연 속에서 삶을 꿋꿋이 이어나가고 있음을 느꼈다. 


지구온난화로 기후조건이 변하고 있고 교통·통신의 발달로 문명세계 사람들과의 교류가 점차 확대되면서 순수 유목민으로 남아있는 사람들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현실 속에서 그들이 언제까지 부족의 명맥을 이어갈 수 있을지 섣불리 예측할 수는 없지만, 부디 지구상에서 소멸되지 않고 자연 속에서 동반자인 순록들과 오랫동안 함께 할 수 있기를 기원해본다.

 

이승창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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