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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영화 ‘슬램덩크’ 열풍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3.02.23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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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여름, 소위 말해 ‘학주’선생님이셨던 아버지께서 근무하시던 학교에서 수업시간에 몰래 만화책을 보던 형들의 만화책을 압수해서 집에 가져오신 적이 있었다. 종종 아버지는 3일 정도씩 그렇게 압수한 만화책을 집에 두고 보시곤 하셨었는데, 그때 6살 땅꼬마였던 나는 아버지의 책상에서 책들을 뒤적거리며 보곤 했었다.

 

그러던 중 눈부시게 새빨간 머리를 하고, 숯검댕이같은 검은 눈썹과 부리부리한 눈매를 가진 주인공이 그려진 한 책이 눈에 띄었다. 첫 페이지를 표지가 주는 호기심에 넘기게 된 나는, 그날 1권에서 3권까지 해가 지는 줄도 모르고 읽었고, 다음 날에는 아버지에게 뒤 시리즈도 더 뺏어다 주면 안되겠냐는 망언(?) 까지 하게 될 정도로 그 만화책에 푹 빠지게 되었다. Slam Dunk 라는 영어의 뜻도, 농구라는 스포츠도 한번 해본 적도 없던 내가 매료된 그 만화의 이름이 바로 슬램덩크였다.


슬램덩크의 간단한 스토리는, 북산고라는 고등학교에서 양아치 짓을 하며 친구들과 몰려다니던 주인공 강백호가, 우연찮게 복도에서 만나 첫눈에 반하게 된 채소연이라는 여학생을 좋아하게 되는 것에서 시작한다. 소연이는 백호에게 농구를 좋아하냐고 묻는데, 짝사랑하는 여학생이 좋아하는 것은 당연히 나도 좋아하는 것! 강백호는 그 날로 북산고 농구부에 들어가게 된다.

 

북산고는 일본 전국 고등학교 농구대회, 또 그 대회의 예선이라고 할 수 있는 지역농구대회에서도 그다지 이름을 날리지 못하는 평범한 학교 농구부이다. 하지만 각자의 사연을 가진 강백호, 채치수, 서태웅, 정대만, 송태섭이라는 5명의 주인공들이 모여 최강 우승 후보로 보이는 산왕공업고등학교를 지역 예선에서 꺾는 드라마틱한 이야기가 바로 슬램덩크의 줄거리이다.


1996년에 나는 6살에 불과한 아이였다. 세상도 모르고, 모진 풍파를 겪어 본 적도 없는 나이였다. 하지만 이 슬램덩크라는 만화를 5일만에 24권까지 다 읽고 나서는, 나도 이유를 알 수 없는 눈물을 줄줄 흘렸더랬다. 눈물은 슬프거나 아플 때만 나는 것인 줄 알았는데, 만화를 읽고 나서는 가슴이 찡하며 눈물이 나왔었다. 슬램덩크의 주인공들은 각자 다른 사연을 가지고 있지만, 마지막 산왕공고와의 맞대결에서 그들의 드라마는 하나의 결말로 끝을 맺는다. ‘어려움 극복하기’ 문제아, 만년 예선 탈락 팀의 3학년 주장, 큰형이 죽고 차남 콤플렉스를 가진 포인트가드, 부상을 극복하지 못해 2년간 방황하다가 돌아온 슈팅 가드, 다른 사람과 협력할 이유를 찾지 못하는 농구 천재. 


하지만 이 5명은 마지막 경기에서 하나가 된다. 모두가 문제를 가진 존재이고, 무시받고, 본인조차도 자신을 믿지 못하는 불완전한 상태이지만, 서로가 가진 어려움을 극복하고 마침내 그 꽃을 피운다. 농구를 늦게 시작한 강백호는 드리블, 패스, 슛 모두에 어려움을 겪는다. 북산고 감독인 안 선생님은 자신만 슛을 하지 못하게 하는 백호에게 ‘리바운드’를 하라고 지시한다.

 

슛을 쏘아 골을 넣는 것이 성공이라 생각하는 백호는 감독님에게 따지는데, 감독님은 이렇게 말한다. “리바운드는 실패가 아니다, 상대방이 얻지 못한 1점, 나의 리바운드로 우리 팀이 얻게 되는 공격 기회로 얻게 되는 1점, 합해서 2점의 플레이를 백호군이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우리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아가면서 매번 골을 넣을 수는 없지만, 골대에 맞고 튕겨나온 볼을 실패라 치부하여 포기하지 말고, 끝없이 공을 따내 언제든 목표로 향할 수 있는 회복탄력성을 가진 우리 완도중 학생들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우리 모두는 각자의 인생에서 모두가 주인공이기 때문에.

 

 

최재원 완도중학교 사회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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