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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철을 사랑한 청산도 무녀 2 나무가 되어 당신 죽으면 관이 될터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3.03.02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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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하루, 어느 시간,  어느 순간도
당신으로 인해 가슴 뛰지 않은
그런 날이 있었을까요? 

당신을 알고 난 후, 이 세상 모든 것들이 
당신으로 인해 열리고 있음을 
당신으로 인해 이 모든 것이 
숨막히도록 아름다운 순간, 순간들인 것을요!

당신은 누구시길래
이 세상, 나에게, 지금 이순간,
이토록 아름다운 모습으로 왔을까요?

당신은 누구시길래...

 

혈관을 따라 흘러 들어가는 마법의 언어들은 가장 깊은 곳에 비밀의 문으로 닫혀 있었던 나의 마음을 신비로운 힘을 가진 당신이 나를 꿰뚫고 들어와 온통 어지럽게 하고 숨 쉬는 것도, 들리는 것도, 바라보는 것도, 모든 것이 당신의 눈물 속에서 헤엄치게 만들어 버렸어요. 난 이제 이 마법의 언어들을 스스로 풀어서 나와야 하는 힘이 없답니다. 


아니 나오고 싶은 것이 아니라 해야 할 것 같네요. 
신께서 이 세상에 진주보다도 더 고귀한 빛을 발하고 별보다 더 반짝이는 아름다운 분이 저를 사랑하게 하여 주심에 이 벅찬 감격을 어찌 감당하라고 저에게 이 순간의 빛을 내려주셨나이까. 
나는 목숨이 다하는 날까지 당신만을 바라보며 당신만을 사랑하겠노라고 맹세합니다. 


당신만이 굳게 잠겨져 있었던 내 마음의 문을 열어 버렸기에 더는 아무런 망설임과 경계의 빛은 의미가 없기에, 뜨거워진 가슴이 먼저 느끼고 뛰고 있으니 진정 사랑이라 말할 수 있으며 진실이라 다짐할 수 있으니 나는 온전히 당신, 당신의 것이라 하겠습니다. 
하늘이시여, 참으로 감사하고 감사합니다.

 

 

청산도 무녀 조씨는 장한철을 그렇게 만났다.
빛과 흙으로 태어나 나의 자녀에게 훌륭한 재목이 되는 오동나무는 화관을 쓴 종루로 순수한 열정의 바이올렛으로 피어나는 나무. 


남도 지방에서는 태어난 아기 몫으로 딸이면 밭두렁에 오동나무를 심었다고 하는데 청산도 무녀 조씨의 딸, 그녀 역시 자신과 함께 자란 오동나무를 베어 가구를 만들어 사랑하는 장한철과 혼인을 하고 싶었을 것이다. 떠나간 사랑하는 님을 그리워하며 그녀는 또한 한 그루의 나무가 되어 그를 기다리고 또 기다리며 관이 되어서라도 사랑하는 님과 영원히 함께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었을 것. 


대체 사랑이 무엇이길래 이토록 사람의 마음과 혼을 다 빼 놓은 채 내가 아닌 그 사람이 되어 하나가 되어 버리는 것이란 말인가. 우리가 자연을 사랑하는 것처럼 사랑이란 어쩌면 산과 바다와 나무와 바위의 존재가 낯설지 않은 사람처럼 다정하고 자연스럽듯이, 사랑한다는 것은 저녁 하늘에 붉게 물들어가는 노을과도 같아서 별이 반짝이는 순간이기도 하고, 꽃이 피어나는 순간 순간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정말 아름다운 사랑의 감정이 물결치는 영혼일 때는 '발이 없어도 당신에게 갈 수 있고, 입이 없어도 당신을 부를 수 있으며, 팔이 꺾여도 당신을 내 심장으로 붙잡을 것만 같다.'고 릴케의 노래를 부르게 될 것만 같다.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던 것을 향한 그리움보다 더 괴로운 감정은 없을지라도, 오직 한사람을 위해 이 세상 최초의 아침이 피어나는 것처럼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사랑이라고 한다면.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려도 오지않는 사랑하는 님을 기약없는 수많은 날들을 그리움으로 기다리며 바위가 된다 할지라도, 나무가 된다 할지라도, 하늘이 맺어주고 신의 가호가 내려준 숙명같고 운명같은 인연의 연인들이라면, 기다림이라는 가슴 벅찬 큰 사랑으로 목숨을 두려워 하지않고 기다릴 것이다. 


그것이 사랑이기에. 당신을 만난 순간부터 자연으로 다시 되돌아 갈 그 순간까지 나 당신을 사랑하고 나 당신을 사랑할 것이니 당신의 숨결이 나의 숨결로 나의 호흡이 당신의 호흡으로 하나의 영혼으로 속삭이고 하나의 영혼으로 속삭이게 될 그 어느 날까지 당신을 사랑합니다. 
당신과 나의 영혼의 속삭임으로... 영원히!


그리움을 품은 못 다 피운 꽃 한 송이를 피워 내기 위해 동트는 빛 아래서 홀로 울고 있는 한 여인의 고독한 그리움의 절규같은 기다림으로 마치 떠나간 사랑하는 연인의 그리움을 보듬으며 사랑의 넋으로 위로하는 눈물과도 같은 여인의 몸체를 닮은 나무를 떠 올릴 때,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랑을 하고있는 연인들에게, 지금 이 순간 자신들이 하고 있는 사랑이,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랑임을 알고 있는지 묻고 싶을 때,

 

당신을 어떻게 기다릴까요?


따뜻한 기다림이란 없겠지요 
각오한대로 눈물. 모든 것을 음미하고 최선의 수단을 선택하는 태도, 당신은 기다림.
그러므로 이 생애에 마지막 보는 것은 당신의 눈, 오로지 그것 하나.
가장 힘들고 불가능하기에 비로소 가능한 것, 목숨을 걸만한 것으로써 기다림의 끝을 가겠어요.


깊고 어두운 밤의 끝을 지나 가장 순결한 새벽의 이슬로 당신을 맞이할 수 있도록, 기다릴께요.

 

청산도 주민들은 250년 전 장한철과 청산도 무녀 조씨의 애절한 사랑 얘기를 담은 하트 모양의 개매기 체험장을 설치했다.청산도 하트 개매기 체험장은 슬로길이 시작되는 도락포구에 설치돼 있는데, 가로 50m, 세로 50m로 1년을 상징하는 365개의 말목을 박아 설치했다. 하트 개매기는 제주도로 떠난 장한철이 그리워 바닷가에 나가 하염없이 눈물을 훔쳤을 한 여인의 절절한 사랑이 250년 뒤에라도 이루어지길 바라는 의미가 담겼다. 말목 위에는 낮엔 햇빛이, 달밤엔 달빛이 반사될 수 있도록 반사판을 부착해 시각적인 효과를 더하고 있다.
청산도 주민들은 250년 전 장한철과 청산도 무녀 조씨의 애절한 사랑 얘기를 담은 하트 모양의 개매기 체험장을 설치했다.청산도 하트 개매기 체험장은 슬로길이 시작되는 도락포구에 설치돼 있는데, 가로 50m, 세로 50m로 1년을 상징하는 365개의 말목을 박아 설치했다. 하트 개매기는 제주도로 떠난 장한철이 그리워 바닷가에 나가 하염없이 눈물을 훔쳤을 한 여인의 절절한 사랑이 250년 뒤에라도 이루어지길 바라는 의미가 담겼다. 말목 위에는 낮엔 햇빛이, 달밤엔 달빛이 반사될 수 있도록 반사판을 부착해 시각적인 효과를 더하고 있다.

 

김미협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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