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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장 뽑는데, 돈선거를 뿌리뽑아야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3.03.02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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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단위농협과 수협·산림조합 대표인 조합장은 당초 임명제였으나 1988년부터 선거를 통해 조합원들이 직접 선출하기 시작했다. 이후 직접 선거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제를 도입했다. 이번에 실시되는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는 전국에서 262만여 명의 조합원이 참여해 전국 1,347개 농협·수협과 산림조합의 조합장을 뽑게 된다. 


이 제도는 원래는 각 조합마다 개별적으로 치뤘는데, 선거에 출마한 조합장 후보자들이 당선을 위해 유권자인 조합원들에게 돈이나 선물을 뿌리는 돈선거 등으로 인해 공정성 시비에 휘말리는 문제를 일으키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05년부터 선거관리위원회가 의무적으로 위탁받아 선거를 관리하고 있다. 2015년 3월 11일 사상 최초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리 하에 전국에서 동시에 치러 1,326개 조합(농협 1,115곳, 수협 82곳, 산림조합 129곳)의 조합장을 선출했다. 


이번이 선거관리위원회의 관리로 치루는 세 번째 선거지만 당초 제도 도입의 취지와는 달리 돈선거의 조짐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단속이 강화되자 더욱 더 은밀하고 교묘한 방법이 동원되어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선거를 관리하고 있는 선거관리위원회는 현행 제도의 허점과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조합장 선거가 치열해지는 이유는 출마한 후보자들이 형사 처벌의 위험까지 감수하며 불법 선거를 벌이더라도 적발되지 않고 조합장으로 당선되면 권한이 막강하고 혜택이 너무 많고 크기 때문이다. 지방에서의 조합장의 위상은 어지간한 지역 공기업 사장이나 공공기관장보다 훨씬 더 낫다고 할 정도다.


조합장의 평균 연봉은 조합의 규모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통상 1억 원이 넘는 수준이다. 연봉 외에도 업무추진비 등 별도의 활동경비를 지원받게 되고, 운전기사와 차량도 제공받는다. 이밖에도 소속 조합 직원의.채용 등 인사권과 조합의 대출 등 금융·농수산물의 판매 및 유통 등을 관장한다. 조합장들은 고액의 연봉을 받고 있고, 조합장 지위를 발판 삼아서 지방의원이나 지방자치단체장 또는 국회의원에 출마하는 등 정계에 진출할 수 있는 계기도 마련할 수 있다.


지역 내에서의 정치적 위상도 막강하다. 지역에서 열리는 각종 행사에서 국회의원과 자치단체장 다음으로 주민들에게 소개되는 사람이 조합장이다. 이처럼 대우를 받는 이유는 중앙과 지방 선거에 참여하는 일반 유권자들보다 조합원의 숫자는 작지만 훨씬 더 결속력이 강하고 체계화되어 있는 조합원들을 등에 업고 지역의 여론을 자신의 뜻대로 움직일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구 수가 적은 지방의 시군의 경우에는 조합장의 영향력이 훨씬 더 크다. 그 이유는 돈과 이권, 조합원과 조합 직원이라는 조합의 조직력을 기반으로 선거 때 지역 유권자들의 표를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국회의원과 시장·군수에게 정치적 압력을 행사할 수 있는 등 조합장의 영향력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뿐만아니라 3선 연임 제한이 있는 지방자치단체장과 달리 조합 자산이 2500억 원 미만인 비상임조합장은 연임 제한이 없어 선거에서 당선되면 수십 년동안이라도 장기 집권할 수 있는 길이 열려있기도 하다. 


는 국회의원선거·지방선거 등과 마찬가지로 조합원에게 금품을 준 후보자도, 후보자에게 금품을 받은 유권자도 모두 처벌 대상이다. 중앙선거위원회가 이번 선거에서 금품을 주고받는 돈 선거를 아예 뿌리 뽑겠다는 각오로 총력을 다해서 예방 단속활동을 펼치고 있고, 금품제공 행위자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할 계획이라고 홍보하고 있지만 선거현장에서는 거의 먹혀들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엄격한 선거법 규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금품을 주고받는 행위는 여전히 뿌리가 뽑히지않고 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선거운동방법에 있다. 돈선거가 기승을 부리는 주요 원인은 생업에 바쁜 조합원들의 경우에는 후보자의 선택에 필요한 정보가 부족하고, 새롭게 출마하는 후보자의 경우에는 현직 조합장보다 낮은 인지도를 끌어올리기 위해서 금품으로 유권자의 표를 사들이려는 손쉬운 선거방법의 유혹을 더 강하게 받고 있다. 이점을 간파한 지역 내의 선거브로커들이 후보자들을 공공연하게 충동질하기 때문이다. 


불법·탈법을 부채질하고 있는 현재의 선거법을 개선하기 위해 신진 후보자들을 중심으로 유권자들에게 자신을 알릴 수 있도록 선거운동방법의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유권자들의 알권리 강화와 선거운동 방법의 확대 등을 담은 관련 법률의 개정의견을 2015년과 2019년 두 차례에 걸쳐 국회에 제출했지만, 어떤 이유인지 모르지만 현재까지 개정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표를 얻기 위해 금품이 오가는 악습은 오랜 관행으로 후보자들 뿐아니라 유권자인 조합원들에게도 많은 책임이 있다. 조합장 선거와 관련해 금품을 받은 조합원이 선거관리위원회에 자수하지 않으면 50배의 과태료가 부과된다는 엄격한 규정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은밀하게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고 단속인력이 부족한 틈을 악용하고 있어 조합원들이 처벌되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에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돈선거의 악습이 되풀이되고 부패가 만연하면 사회발전을 퇴보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있다. 하지만 눈앞에 보이는 개인의 아주 작은 이익에 눈이 어두워서 애써 외면하고 있을 뿐이다. 
이번 조합장 선거에 참여하는 조합원들은 돈선거가 없어지지 않는 한 더 이상의 지역사회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는 사실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제는 부패의 고리를 과감하게 끊어내는데 있어 남의 탓으로 돌리지말고 구성원인 조합원 모두가 돈선거의 악습을 뿌리뽑는데 적극 동참하여야 한다. 

 

 

이승창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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